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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신용비어천가

by 수레바퀴 2004. 11. 5.

조선 세종때 만들어진 왕조 찬양 노래인 '용비어천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은 '용비어천가'는 고사하고 지난 2002년 2월 취임하여 한나라당과 보수 기득권층으로부터 '탄핵'까지 맞고 지속적으로 '불신임'을 받아 왔다. 이 결과 민생경제의 위기에다 최근에는 '실체없는 개혁' 논란에 휩싸이는 등 난국을 풀어가지 못한 채 지지층에게도 '피로감'을 주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야당과 보수기득권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치 않고 있다"면서 재신임 카드 등 정면 승부수를 던졌지만, 정치갈등 국면을 끊지는 못하고 있다. 야당은 노대통령 취임 이후 2주 지나서부터 '탄핵추진'을 거론하는 등 박빙 승부로 집권한 비주류 정부를 신임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003년 3월 '대북송금 의혹 규명 특검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면서 대통령을 압박,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 정부의 요직들이 고통을 겪었다.

2003년 4월엔 '고영구 국정원장이 친북성향'이라며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색깔공세를 전개하더니, 6월 노 대통령의 공산당 허용 발언을 빌미삼아 다시 탄핵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같은 이념공격에 편승한 대통령 탄핵 시사 발언들은 8월까지 줄기차게 나왔다. 특히 9월에는 김두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둘러싼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로 다시 한번 탄핵소추를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8월에 한총련의 미군부대 시위를 막지 못했다며 김 장관 해임안을 제출했고, 이를 노대통령 6개월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주장했다.

또 그해 10월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송두율 교수를 옹호하고 있다며 탄핵을 내비쳤다. 최도술 등 측근들의 비리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측근비리 연루땐 대통령 탄핵감"이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이어서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뒤 탄핵과 재신임 카드를 시사하는 한나라당의 전방위적 공격이 계속됐다. 이 문제로 12월까지 노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야당의 주장이 쏟아졌다.

올해초 당시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한나라당은 재신임과 총선을 연계하려는 여권의 선거전략에 쐐기를 박기 위해 다시 대통령 탄핵을 앞장 세웠다. 야권은 이어서 대통령의 사전선거운동 발언을 내세워 지난 2월 대통령 탄핵을 공식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3월12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 4.15 총선에서 '탄핵후폭풍'에 힘입은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달성,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기각이 있기까지 노대통령은 야당의 '도전'에 시달려야 했다.

끈질긴 야당의 도전, 개혁피로 증후군, 지지율 하락 등 여권이 악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이후를 준비하는 여권의 전략은 조용히 무르익어 가고 있다. 개혁진영의 장기집권 프로젝트는 "시대정신을 한발 먼저 챙기겠다"는 전략에서 시작된다. 이미 새로운 세력은 노무현 정부의 요직에 중용되었다. 노대통령과 여권 핵심은 수시로 "지배세력을 개혁세력으로 대체하면서 결국 한국 주류세력을 교체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들은 문화적 변화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당을 기간당원 중심으로 전환해 100년 정당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인구적인 통계, 지역구도, 민족화해정책, 개방적 이념 설정을 고려할 때 결국 현재의 지지율은 의미가 없고 어떤 전략과 인물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여권 핵심 브레인의 낙관론적 가설이 가능한 것은 한나라당 등 야권의 변함없는 냉전적 시각과 폐쇄적 권위주의 때문에 근거한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소설가 이문열 씨는 지난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민주당, 자민련 등 유권자들이 30년 이상을 안고 오던 것을 하루 아침에 팽개치는 걸 보면서 예상하지 못했고, 놀라운 일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금까지 가져왔던 세상과 민심을 읽는 안목과 이해력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층들은 자발적인 '촛불'로 언제든지 결합해 '무적의 투표부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통계와 시각으로는 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한나라당의 도전에도 아랑곳없이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기생하고 있는 온갖 권위를 해체하고 있다. 이 권위는 한국사회의 주류 기득권이 보편적으로 가진 권력 이상의 질서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위마저 솜털처럼 가볍게 만들면서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일체의 권위를 시체처럼 무가치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 권위는 한국사회 기득권에겐 오래도록 특권과 반칙을 대물림하면서 관습처럼 굳어진 것이었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를 버리고자 하면서 나타난 결과는 한국사회에 기만적인 권위구조가 종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정치행위가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집권세력, 나아가 대중 속에서 의미있는 화두로 자리잡고 핵심역량에 의해 지원될 때 효과적인 집권도 가능하다.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결정이 나오자 마자 헌재 재판관들을 국회에서 전원 청문회하자는 주장이 나오듯 즉자적인 대응이 넘치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여권의 집권 플랜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부드럽고 완숙하게 제시해야 한다. 미국민은 부시와 공화당을 선택했다. 세상은 더욱 '보수화'하고 있다. 어떤 것이 정의이며 선인지를 알기 이전에 자동변속기처럼 세팅된 '정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유권자들은 짜릿한 생의 한 목표를 가지고 싶어한다. 인물, 정책, 네트워크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자면 집권당과 청와대는 물러서지 않고 '개혁'을 철저히 전개해야 한다.

그럴때만이 왕조를 기리는 부끄러운 용비어천가가 아닌 우리 모두를 기념하는 신용비어천가의 시대가 열린다. 이미 노대통령은 새 시대를 위한 막차가 되지 않았는가.

 

2004.11.5.

출처 데일리서프 www.dailys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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