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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도올 글' 두고 티격태격

by 수레바퀴 2004. 11. 4.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글이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위헌이고, 헌재 재판관을 탄핵하라"는 장문의 글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 방식을 통해 고료를 기탁해 4일 저녁 현재 2천5백만원을 넘겼다. 인터넷 언론 사상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이 사건은 여전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도올 글 게재를 둘러싸고 인터넷 매체들간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있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이 글을 처음으로 게재한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는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잇따르자 요약기사와 반응글도 함께 모아서 제공하는 등 '바람'을 몰고 갔다. 도올 글에 연결된 관련기사에도 고료가 쏟아졌고, 도올은 28일 고료를 보낸 독자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 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언론사와 정치현안을 다루는 사이트들에선 독자들의 글도 쏟아졌다. 대표적인 친노사이트인 정치웹진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도 29일 오후 이용자들이 '도올 글 전문'을 대문-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올려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보수세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으므로 당연한 열기였다.

이때문에 서프라이즈 운영자는 오래 전부터 평소 친분이 있던 오마이뉴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글은 널리 퍼뜨려야 할 것 같아 서프라이즈에서도 전문을 게재하고 싶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때 오마이뉴스 관계자는 "이 글을 다른 곳에 전문 게재하는 것은 도올 김용옥 선생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도올의 일을 처리해주는 T 출판사의 연락처를 알려 줬다.

서프라이즈 운영자는 이 출판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취지로 양해를 구했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도올과 직접 전화해본 뒤 가부를 알려주겠다"며 일단 전화를 끊었고, 30분쯤 뒤 "김용옥 선생이 흔쾌히 허락했다"고 알려왔다. 서프라이즈 운영자는 이에 따라 오마이뉴스에 있는 두 편의 글을 퍼와서 대문에 게재했다.

잠시 뒤 도올 기사를 게재하고 후속 기사를 담당한 오마이뉴스 S 기자는 서프라이즈 운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마이뉴스에 도올 글의 라이센스가 있는 만큼 전문 게재를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에 옥신각신이 있었다. 결국 요약 기사로 대체하고, 전문 기사는 링크로 오마이뉴스로 가게 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여기까지가 서프라이즈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오마이뉴스 S 기자는 29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프라이즈가 도올에게 허락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게재했기 때문에 전문은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서프라이즈 운영자가 외고와 해당 기사를 담당한 본인에게 일차적으로 양해를 얻지 않고, 출판사 관계자에게 얼렁뚱땅 양해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서프라이즈 측으로부터 먼저 양해 요청을 받았던 오마이뉴스 관계자는 "서로 양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쉽다"면서도, "오마이뉴스의 모든 저작물에 대해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조선닷컴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인용할 땐 일부 문장은 게재할 수 있으나 전문게재는 링크형식으로 해당 사이트에 직접 오게 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로 비슷한 논조를 갖고 있는 사이트끼리 이같은 원칙을 깬다면 다른 쪽에서 '손가락질'하지 않겠느냐는 부담도 있어서, 서프라이즈의 도올 글 전문 게재를 내리게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오마이뉴스 처지에서도 이번 도올 글로 무슨 한탕 치기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점도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밝혔다.

한편 비슷한 시각에 기자가 쓴 '도올의 글과 한국신문'(데일리서프라이즈:www.dailyseop.com에 게재된 제목은 '사상가 도올의 글을 거부한 한국신문의 암울한 미래')을 오마이뉴스 관계자로부터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올리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이 글은 원래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하는 글이지만, 블로그에도 올라가 있는 만큼 "블로그에서 퍼가되 블로그 출처를 밝히고 올리시라"고 허락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이 블로그에 올린 글과 제목으로 퍼가지 않고, 데일리서프에 게시된 것을 그대로 옮겨 게재했다. 29일 저녁 데일리서프 관계자는 "서프라이즈의 도올 글은 함부로 가져갔다며 내리라고 하면서, 데일리서프 사이트에 올라온 우리(최진순 기자)가 기고받은 글은 아무런 양해도 없이 퍼갔다"면서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4일 오후 데일리서프 관계자는 "아직까지 오마이뉴스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없다면서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 관계자는 "C선배에게 추후에 꼭 전화드릴 것이라면서 서로 오해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건은 기자가 데일리서프나 오마이뉴스에 충분히 이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도 있다.

도올 글 전문게재에 제동을 건 오마이뉴스나, 굳이 전문게재를 고집한 서프라이즈도 문제로 보인다. 도올 글이 오마이뉴스에 나간지 3일째 요청한 것인데 굳이 저작권 운운한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좋은 정보를 오마이뉴스만 독점하겠다는 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도 도올 글을 전문게재 형식으로 대문에 노출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한 부분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후 사정을 보다 자세하게 파악하는 자세가 부족해서이다.

그러나 '도올 글'을 두고 양 매체(데일리서프까지 끼면 세 매체)가 티격태격한 것은 아무래도 서로 과욕이 빚은 해프닝으로 여겨진다. 아직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도 계속될 '좋은 글 다툼'은 적어도 희망과 꿈을 갖고 있는 대안매체 사이에선 일어나진 말았으면 한다.

2004.11.4.

덧글 : 이 글만큼은 개인 홈피나 블로그 등이 아닌 곳에서 원용 또는 인용할 경우 사전에 허락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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