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또 다른 언론권력으로 뜨나
기존 언론 “나 떨고 있니?”…전문가들 “미디어 책임성 감시할 때”


증권회사에 다니는 이훈희(30) 씨는 하루의 일과를 포털사이트에서 시작한다. 메인페이지에 올려진 기사들 가운데 관심 가는 기사를 읽은 뒤 메일을 확인하고 가입된 카페를 둘러보고 나서야 업무를 시작한다. 또 업무 중간이라고 해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업무와 관련된 자료들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고, 검색도중에 새 뉴스들이 뜨면 또 자신도 모르게 클릭하게 된다.

추종 불허하는 ‘포털의 힘’

2003년 3월 다음(daum)이 ‘미디어다음’을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네티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굳이 신문사 사이트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됐다. 대부분 포털사이트들이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속성에서도 신문 사이트에 단연 앞설뿐더러 메일이나 카페, 검색과 같은 다른 서비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탓에 최근 시사저널이 우리 사회 10개 분야 전문가 1,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서 미디어다음이 9위에 올랐다. 이밖에 같은 조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오마이뉴스가 한겨레와 SBS를 누르고 6위에 올랐으며 프레시안도 10위를 차지하는 등 인터넷매체의 위력이 더 커졌음을 보여줬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뉴스서비스에 관한 통계들을 살펴보면 그 위력을 더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 여론조사기관 코리안클릭이 발표한 데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미디어다음의 순방문자는 1178만9989명, 총페이지뷰는 5억573만932회, 1인당 페이지뷰는 42.89회, 평균체류시간은 28.5분에 달했다. <표1>에서도 알 수 있듯 네이버, 엠파스 등에서의 뉴스서비스이용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다음과 네이버뉴스는 현재 각각 10명의 에디터들이 뉴스를 선별하고 있으며 미디어다음은 취재기자 12명에 20명의 프리랜서기자를 선발하고 있는 등 규모를 더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일간지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이같은 급작스런 성장은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를 미디어로 인정해야 하느냐란 물음에 대해 이렇다 할 논의 한번 없는 사이 이뤄진 것이다.

 

최근에 나온 포털사이트와 관련된 연구 중 주목할 만한 논문은 한국언론학회 가을세미나에서 발표된 한양대 신방과 임종수 박사의 ‘미디어로서의 포털: 포털, 저널리즘, 변화.’ 임 박사는 포털사이트를 ‘포털 저널리즘’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하면서 논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02년을 전후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포털의 뉴스서비스는 ‘포털을 통한 뉴스제공’의 단계를 넘어 ‘미디어로서의 포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다음을 사례로 볼 때, 포털 저널리즘은 기성 매체의 매개를 재매개함으로서 저널리즘 시장은 물론이고 편집과 게이트키핑, 하이퍼링크, 인터넷 기사작성에 이르기까지 전체 저널리즘 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포털저널리즘의 현실적 충격이 공론장으로서 미디어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하게 접목될 수 있는가와 같은 학문적, 정책적 과제가 시급하다.”

언론사 대책 수립에 분주

세계 최대의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미국 AOL뉴스의 게리 케벨 편집국장도 최근 한국언론재단 초청으로 열린 강연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뉴스도 저널리즘이다. 우리는 숙련된 저널리스트들이 뉴스의 취사 선책 등 편집기능을 하고 있고 언론으로서의 가치와 책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기존 언론사들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각 신문사들도 이 문제로 고심 중이다. 파란닷컴의 사례는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포털사이트들이 자기네 기사로 더 많은 재미를 보자 이를 지켜본 스포츠지들이 기존 포털사이트에 대한 기사 제공을 중단하고 신생 포털인 파란닷컴에 더 비싼 가격으로 기사를 제공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포털사이트들은 스포츠지 대신 노컷뉴스를 비롯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연예관련 사이트들에서 이전과 다름없이 기사를 제공받으면서 여전히 건재한 반면 파란닷컴은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결국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존 포털들이 네티즌을 잡고 있는 것이다.

조선닷컴 황순현 편집본부장은 “현재 대부분의 독자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용자들의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또 다른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현직 기자들의 블로그 서비스를 비롯해 네티즌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조선닷컴을 직접 방문하는 네티즌들을 잡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한겨레 구본권 부장은 “인터넷한겨레의 방문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포털사이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뉴스에 대해 좀더 깊이 고민하고픈 네티즌들이 해당 신문사 사이트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따라 현재 인터넷한겨레는 토론게시판을 강화하는 등 사이트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로서의 책임이 필요

결국 이런 포털사이트와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미디어로서의 책임성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24시간 동안 주요 이슈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선정한 주제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발 빠른 네티즌들은 벌써 이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고 있다. 정치포탈사이트 서프라이즈에서는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의 ‘네이버뉴스 서비스는 보수적인가’(9.30)를 놓고 논쟁이 오간 바 있다. 네이버가 ‘반노’ 경향의 웹진이나 신문사 기사를 우선적으로 서비스해 보수적인 뉴스편집을 하고 있다는 문제가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네이버뉴스 박정용 팀장은 “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어떤 미디어든 지니고 있는 속성”이라고 일축하면서 “각종 사안에서 연합뉴스 등 팩트를 중심으로 쓴 기사를 메인으로 두고, 조선이나 한겨레 등 색깔이 분명한 매체들은 그 하위에 묶는 등 중립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자보 이창은 편집장은 “포털사이트들이 미디어로의 기능을 하려면 책임성이 있어야 한다. 각 사이트가 뉴스를 선정하는 편집 방향과 원칙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이 포털사이트에 문제의식을 갖고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현재 매우 부족하다. 정치적 문제가 에디터의 손에 따라 움직일 수 있고 자사이기주의에 빠진 경제기사들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노컷뉴스 민경중 부장은 “변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포털기사들의 댓글 등을 통해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변화다. 이것이 다시 기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하고 댓글을 다는 것은 일부 계층이라고 봐야 한다. 이것을 전체 여론인양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가 과연 미디어로서 책임성을 수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황지희 기자

 

출처 : PD연합회보 388호 2004.11.3.

         http://www.pdnet.or.kr/newspaper/newsview.asp?cd=7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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