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일어나는 일련의 극적인 이벤트들은 정치적 무관심자들에게도 포말같은 자극을 수없이 제기하면서, 본능적으로 정치회귀를 생성시키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사회적 아젠다들은 한국사회 갈등의 중심 테제들을 정면으로 도출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첨예성은 더욱 정점으로 치닫게 한다.


또 이러한 국면들이 반복되면서 집권당은 여전히 갈등의 중핵 속에 있고, 지지자들은 부단히 정치적 긴장감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쟁이 심화할수록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장외에서 격렬한 공방을 벌이게 만든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당혹감'을, 그리고 반대자들에게는 '환희'를 선사했다.


그러나 지난번 초유의 탄핵사태와는 다르게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은 '감정'의 폭발 차원으로 머물 성질이 아니라, 또다른 문제를 영구화한다는 점에서 개운하지 않다. 또 헌재는 영원하지 않은 권력체(노무현 정부)는 의회의 탄핵에도 불구하고 지켰지만, 권력이 행사한 미래지향적 시스템을 추동하는 '혁신'의 장치-수도이전은 거부했다는 점에서 不正義하다.


물론 재판관들의 결정 자체는 현존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헌재가 특정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이의가 제기되면 얼마든지 사안 자체의 효력을 멈추게도, 진행시키게도 하는 최종의 무소불위 기관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은 혐오스럽다. 위헌판결을 내리는 역할을 제대로 한 역사래야 1988년 이후였으니 20년도 채 되지 않은 헌재가 어떤 역사적, 도덕적 권능을 가질 수 있는가.


실제로 헌법이 유린되고 공화정이 부정되던 제3공화국에서 제5공화국에는 어떤 고명한 재판관이 있어 부당한 권력에 대해 공개적인 이의를 제기했던가. 심지어 그들이 법정에서 내린 민주화 인사에 대한 대부분의 판결이 부당했다는 것은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가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오늘의 이 위헌결정은, 권력의 선출보다 권력을 지탱하고 재생산하며, 시스템과 철학을 혁신하는 일에 더욱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을 다시금 교훈으로 제시한다. 특히 그같은 겸허한 성찰을 통해 언론-사법-경제 등 한국 사회 모든 부문에 스민 특권과 관습-소수자에 대한 강고한 배제를 무력화하는, 현존하는 낡고 퇴보적인 것들을 교체하는, 진정한 '국민의 위헌'으로 승화될 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20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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