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와 콘텐트리중앙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그리고 중앙일보의 워크아웃 선택 등 중앙그룹의 위기상황은 경영 실패 사례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예고된 도미노'이자 '구조적 비극의 서막'으로 규정하며 정책 실패와 불공정한 규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미디어 산업이 '규모의 경제'에서 '관계의 경제'로 이행하는 변곡점으로 다뤄야 할 때라는 시각이다.

전자는 JTBC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내수 광고 시장의 규모를 무시한 과잉 투자, 상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무리한 출연진 구성, 스포츠 중계권 재판매 실패, 4개 종편의 동시 출범이라는 정책적 공급 과잉, 대기업 출자 제한이라는 자본 조달 구조의 왜곡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본다. 특히 광고 심의 규정, 광고 총량제 등 기존 규제 체계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국내 방송사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면 종편, 지상파 방송사 등이 부활할 수 있을까. 광고 심의 완화, 프로그램 내 광고 확대, 대기업 출자 제한 철폐 등의 처방은 고답적인 논리다. 지금은 시청자 행동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광고 총량을 20퍼센트로 올린다 해도, 시청자가 TV 앞에 앉아 있지 않다면 광고 구좌는 여전히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규제'라는 외부 변수만 크게 보고, '시청 행태의 구조적 변화'라는 내부 변수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또한 콘텐츠 창작 인력의 육성과 실험적 제작의 장은 반드시 기존 방송사 형태일 필요도 없다. 문제는 그 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지, 기존 방송사가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는 당위에 있지 않다.
또한 콘텐츠 창작 인력의 육성과 실험적 제작의 장은 반드시 기존 방송사 형태일 필요도 없다. 문제는 그 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지, 기존 방송사가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는 당위에 있지 않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방송법 개정의 핵심 명분은 두 가지였다. 미디어 다양성 확보와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 그런데 이 두 목표는 처음부터 내적 긴장을 안고 있었다. 먼저 다양성은 공익적 목표다. 다수의 사업자가 다양한 시각으로 경쟁하는 시장을 전제한다.
반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은 대규모 자본 집중을 전제한다. 디즈니나 뉴스코프 같은 모델은 소수의 강력한 자본 집중 위에서만 가능하다. 4개 종편 동시 허가는 두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달성하지 못했다.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특정 정치 성향을 향해 수렴하며 여론의 다양성보다 양극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 측면에서는 JTBC 하나만이 그 취지에 근접한 투자를 감행했지만 내수 시장의 벽에 부딪혔다.이것이 이번 사태의 역설이다.
가장 충실하게 법적 취지를 이행한 사업자가 가장 먼저 위기에 빠졌다. 나머지 세 종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법적 취지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비용 시사 토크와 트로트 오디션은 애초에 방통위가 종편 도입으로 달성하려 했던 콘텐츠 경쟁력 강화나 제작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현재 살아남은 세 종편은 정책 취지의 수혜자인가, 아니면 정책 취지의 위반자인가. 이 질문에 방통위는 답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설계 자체에 있었다. 2009년 방통위가 제시한 세 가지 정책 목표, 즉 지상파 독과점 해소, 독립제작사 콘텐츠 출구 확대, 방송 영상산업 경쟁력 강화는 모두 공급 측 논리였다.
그러나 이 목표들을 뒷받침할 수요 측 기반, 즉 광고 시장의 성장 여력, 유료 구독 생태계의 성숙도, 글로벌 배급망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은 함께 설계되지 않았다. 공급은 늘렸지만 수요는 만들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구조적 공급 과잉이다.
JTBC 사태를 산업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세 가지 핵심 원인이 드러난다. 첫째, 제작비 급등과 광고 시장 침체가 맞물렸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진입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가치는 올라갔지만, 그 가치 상승의 과실은 주로 플랫폼과 주요 출연자들에게 돌아갔다.
방송사는 제작비 급등이라는 비용 상승만 떠안은 채, 수익은 구조적으로 내수 광고 시장에 묶여 있었다. 편당 수십억 원의 드라마를 만들어 넷플릭스에 납품하면서도 그 수익의 대부분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하청 구조에 갇혀 있었다. 이것은 개별 경영진의 판단 실패임과 동시에 산업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다.
둘째, 플랫폼으로의 권력 이동이 수익 구조 자체를 흔들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대한 규제 강화든, 국내 방송사에 대한 규제 완화든, 어느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글로벌 플랫폼이 이미 시청 행태를 완전히 바꿔놓은 이후에 제도를 손보는 것은 뒤늦은 대응이다. 광고 규제의 틀을 손보는 것만으로는 이미 플랫폼으로 이동한 시청자와 광고주를 되돌릴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규제 환경의 조정이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의 재편이다.
셋째, 자본 구조의 취약성과 경영구조, 재무 설계의 실패가 위기를 촉발했다. JTBC의 위기는 결국 유동화 차입금 206억 원의 원리금 상환 불능에서 시작되었다. 이 숫자가 상징하는 것은 콘텐츠 투자의 실패가 아니라 재무 설계의 실패다.
먼저 경영구조 측면에서는 중앙홀딩스 산하 JTBC와 콘텐트리중앙(SLL)의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지적할 수 있다. 핵심 플랫폼과 콘텐츠사업 부문의 단절로 JTBC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구조다. 콘텐츠 스튜디오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JTBC의 이익을 희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는 추가 출자 없이 상장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는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 모델의 위험 부담을 자본시장에 넘기려는 시도였다. 대주주가 지갑을 닫은 사업에 공개 시장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정책 실패, 시장 실패에 이어 경영 판단의 실패까지 더해진 것이다.
JTBC의 위기 상황은 한 미디어 기업의 좌절로 끝나는 일은 아니다. 지난 15년간 한국 방송산업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추구했던 실험의 좌초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JTBC는 대형 드라마 제작, 대규모 예능 투자, 스포츠 중계권 확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과의 협력, 제작 스튜디오 육성 등을 통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려 했다. 이것은 2009년 방송법 개정이 기대했던 바로 그 모델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의 제작비를 집행할 수는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과 제도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만약 JTBC형 모델조차 한국 시장에서 지속될 수 없다면, 한국 미디어 산업은 앞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 육성 대신 저비용 시사·예능 중심의 내수 생존 모델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과연 2009년 방송법 개정을 설계했던 이들이 기대했던 미래인지는 별도의 물음으로 남는다.
한국 미디어 산업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한 가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규모의 경제' 논리로는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고정 비용을 대량 생산으로 분산시킬 수 있을 때 유효하다.
더구나 시청자가 플랫폼과 기기를 넘나들며 분산되어 있고, 광고 시장의 파이가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비는 글로벌 기준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내수 시장에 기반한 대규모 방송사 모델은 구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이를 대체할 방향으로 거론되는 것이 '관계의 경제'다. 광고 의존도 대신 충성 독자·시청자와의 직접 관계를 수익 기반으로 삼는 구독, 회원제, 커뮤니티 모델이 그것이다. 기자와 창작자 개인의 브랜드가 언론사 브랜드를 대체하는 흐름, 지역 미디어가 전국 규모 경쟁을 포기하고 지역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방향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관계의 경제' 역시 만능 해법은 아니다. 현재 국내 뉴스레터, 유튜브, 팟캐스트 모델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플랫폼 의존적이며, 규모의 경제를 대체할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의 경제'는 규모의 경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가 무너진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생존 전략에 가깝다. 이 점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JTBC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더 크게 만들 것인가,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 규제를 풀고 자본을 열어 한국형 대형 미디어 기업을 다시 키우자는 처방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는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충성 독자와 어떻게 직접 연결될 것인가, 인공지능을 비용 절감이 아니라 수익 모델 혁신의 도구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이 질문들이 '관계의 경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실질적 과제다. 규모의 꿈을 접은 자리에서, 지속가능성의 논리를 새로 세워야 한다.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구현하고자 한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상은 JTBC의 회생 신청과 함께 사실상 소멸했다. 당시 종편 도입을 밀어붙였던 정책 설계자, 방송학자들이 원했던 미래와, 시장이 허용한 미래 사이의 간극 — 그것이 이번 위기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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