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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미디어뉴스/국내

가짜 태풍 사진, 저널리즘의 위기 드러내

by 수레바퀴 2012. 7. 20.

조선일보가 보도한 해운대 태풍사진이 가짜임을 확인한 오마이뉴스 보도. 독자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고 있다. 저널리즘의 수준에 대해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선일보> 7월 19일자 1면에 게재된 태풍 ‘카눈’ 관련 보도 사진을 ‘가짜’라고 지적한 오마이뉴스 보도가 화제다. 

 

오마이뉴스는 19일 밤 등록한 ‘조선일보 해운대 태풍 사진은 가짜’ 제하의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19일치 신문 1면에 실은 태풍 '카눈' 관련 사진은 지난 2009년에 찍었던 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3년 전 태풍 때 찍은 사진을 이번 ‘카눈’ 태풍 관련 사진이라고 버젓이 게재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해당 사진 설명은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파도‘라고 돼 있었지만 ’허위‘였던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보도에서 “해당 사진 기자가 3년 전에 이미 찍어 놓은 자료사진”이었으며 “(그 기자도) 3년 전 찍은 사진이 맞다고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표적 신문인 <조선일보> 1면 게재 사진이 ‘허위’인 것도 놀랍지만 이를 해당 기자에게 확인하는 등 신속히 보도한 매체가 <오마이뉴스>라는 것 때문에 온라인 독자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취재한 <오마이뉴스> 부산주재기자 정민규(29세) 기자는 “<오마이뉴스> (본사) 사진팀 선배를 통해 제보를 받았다”면서 “사실 관계를 취재했는데 우선 사진 뒤 배경 건물들이 3년 전이다보니 지금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돼 ‘가짜’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거라는 이야기다. 

 

정 기자는 해당 사진 기자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연결을 했고 이내 확인 취재를 마무리했다.

 

“언론에서 다루는 뉴스라는 것은 ‘새로운’ 것 즉, 사실을 다뤄야 한다고 보는데 3년 전 사진을 ‘오늘의 뉴스’처럼 쓴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정 기자의 취재 후일담이다. 그는 “3년 전 사진을 송고하고 이를 그대로 싣고 하는 과정이 모두 ‘기자의 본분’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오마이뉴스>에서 얼마 전 채용한 상근기자로 “보도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제보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현재 해당 기사 댓글은 수백여건이 달려 있고 SNS로도 확대되고 있다. 

 

정민규 기자.

<오마이뉴스> 정민규 기자는 신입 기자다. 정 기자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이던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는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시민기자’로 등록했다. 시민기자로 10여년 활동하다가 대학졸업 후 지난 해 <오마이뉴스> 5기 공채에 지원했다.

 

그간 총선과 대선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오마이뉴스>가 꾸린 ‘시민기자 특별취재팀’ 경험을 하고,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다루면서 ‘내공’도 붙어 기자 선발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정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단 한 명 뿐인 부산 주재 기자다. 인근 창원에도 주재기자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부산에 고리 원전, 부산일보-정수장학회, 부산 교육감 로비 파문 등 이슈가 워낙 쏟아지고 있어 ‘신입기자’가 느끼는 부담이 만만찮다. 인맥 풀도 형성돼 있지 않고 기자단 카르텔에 막혀 관공서 출입이 쉽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정 기자는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두는 폐쇄적인 기자단에 소속되지 못한 기자들이 겪는 소외감이 대단하다”고 털어놨다. 정 기자는 “그렇지만 굳이 기자단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면서 “출입처 관행을 벗어나서도 충분히 취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오마이뉴스>는 안팎의 여건상 청와대, 국회 외에는 전형적인 기자조직인 출입처별 ‘기자단’에 소속된 기자가 없다. 

 

 

이 보도에 앞서 <동아닷컴>은 7월 19일 오후 독자의 제보를 받은 뒤 ‘메타 데이터’를 활용, <조선일보> 사진의 진위 여부를 분석하는 보도를 했다.

 

<동아닷컴>은 사진 파일 내의 속성에 '찍은 날짜'가 2009년 8월9일로 나와 있었고, 사진의 배경이 된 지역이 최근 모습과 불일치한 것도 사진을 비교해가며 지적했다(동아닷컴 온라인 기사의 작성 기자 이름이 없어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가끔 이 경우처럼 ‘자료사진’이나 ‘과거영상’을 ‘오늘 것’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인터넷과 영리한 독자들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앙일보> 2008년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도 ‘연출’해 독자들로부터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내로라하는 거대 신문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실종된 (사진)보도가 나오는 데에는 과거의 업무관행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지면 욕심이 큰 나머지 사실관계 확인을 할 시간은 줄고 우선 내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한 신문사 편집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다지만 기사마감 시간이 있고 지면제작 시간이 엄연히 짜여져 있는데 쉽지 않다”면서 “그러다보니 일단은 기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0일 지면(A2)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해운대의 성난 파도' 태풍 카눈 사진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 당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올해 초 편집국 사진취재 인력을 아웃소싱하기도 한 <조선일보>는 해당 사진을 송고해 물의가 인 뒤 19일자로 사직한 프리랜서 기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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