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보도한 해운대 태풍사진이 가짜임을 확인한 오마이뉴스 보도. 독자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고 있다. 저널리즘의 수준에 대해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선일보> 7월 19일자 1면에 게재된 태풍 ‘카눈’ 관련 보도 사진을 ‘가짜’라고 지적한 오마이뉴스 보도가 화제다. 

 

오마이뉴스는 19일 밤 등록한 ‘조선일보 해운대 태풍 사진은 가짜’ 제하의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19일치 신문 1면에 실은 태풍 '카눈' 관련 사진은 지난 2009년에 찍었던 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3년 전 태풍 때 찍은 사진을 이번 ‘카눈’ 태풍 관련 사진이라고 버젓이 게재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해당 사진 설명은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파도‘라고 돼 있었지만 ’허위‘였던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보도에서 “해당 사진 기자가 3년 전에 이미 찍어 놓은 자료사진”이었으며 “(그 기자도) 3년 전 찍은 사진이 맞다고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표적 신문인 <조선일보> 1면 게재 사진이 ‘허위’인 것도 놀랍지만 이를 해당 기자에게 확인하는 등 신속히 보도한 매체가 <오마이뉴스>라는 것 때문에 온라인 독자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취재한 <오마이뉴스> 부산주재기자 정민규(29세) 기자는 “<오마이뉴스> (본사) 사진팀 선배를 통해 제보를 받았다”면서 “사실 관계를 취재했는데 우선 사진 뒤 배경 건물들이 3년 전이다보니 지금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돼 ‘가짜’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거라는 이야기다. 

 

정 기자는 해당 사진 기자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연결을 했고 이내 확인 취재를 마무리했다.

 

“언론에서 다루는 뉴스라는 것은 ‘새로운’ 것 즉, 사실을 다뤄야 한다고 보는데 3년 전 사진을 ‘오늘의 뉴스’처럼 쓴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정 기자의 취재 후일담이다. 그는 “3년 전 사진을 송고하고 이를 그대로 싣고 하는 과정이 모두 ‘기자의 본분’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오마이뉴스>에서 얼마 전 채용한 상근기자로 “보도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제보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현재 해당 기사 댓글은 수백여건이 달려 있고 SNS로도 확대되고 있다. 

 

정민규 기자.

<오마이뉴스> 정민규 기자는 신입 기자다. 정 기자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이던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는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시민기자’로 등록했다. 시민기자로 10여년 활동하다가 대학졸업 후 지난 해 <오마이뉴스> 5기 공채에 지원했다.

 

그간 총선과 대선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오마이뉴스>가 꾸린 ‘시민기자 특별취재팀’ 경험을 하고,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다루면서 ‘내공’도 붙어 기자 선발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정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단 한 명 뿐인 부산 주재 기자다. 인근 창원에도 주재기자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부산에 고리 원전, 부산일보-정수장학회, 부산 교육감 로비 파문 등 이슈가 워낙 쏟아지고 있어 ‘신입기자’가 느끼는 부담이 만만찮다. 인맥 풀도 형성돼 있지 않고 기자단 카르텔에 막혀 관공서 출입이 쉽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정 기자는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두는 폐쇄적인 기자단에 소속되지 못한 기자들이 겪는 소외감이 대단하다”고 털어놨다. 정 기자는 “그렇지만 굳이 기자단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면서 “출입처 관행을 벗어나서도 충분히 취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오마이뉴스>는 안팎의 여건상 청와대, 국회 외에는 전형적인 기자조직인 출입처별 ‘기자단’에 소속된 기자가 없다. 

 

 

이 보도에 앞서 <동아닷컴>은 7월 19일 오후 독자의 제보를 받은 뒤 ‘메타 데이터’를 활용, <조선일보> 사진의 진위 여부를 분석하는 보도를 했다.

 

<동아닷컴>은 사진 파일 내의 속성에 '찍은 날짜'가 2009년 8월9일로 나와 있었고, 사진의 배경이 된 지역이 최근 모습과 불일치한 것도 사진을 비교해가며 지적했다(동아닷컴 온라인 기사의 작성 기자 이름이 없어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가끔 이 경우처럼 ‘자료사진’이나 ‘과거영상’을 ‘오늘 것’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인터넷과 영리한 독자들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앙일보> 2008년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도 ‘연출’해 독자들로부터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내로라하는 거대 신문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실종된 (사진)보도가 나오는 데에는 과거의 업무관행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지면 욕심이 큰 나머지 사실관계 확인을 할 시간은 줄고 우선 내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한 신문사 편집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다지만 기사마감 시간이 있고 지면제작 시간이 엄연히 짜여져 있는데 쉽지 않다”면서 “그러다보니 일단은 기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0일 지면(A2)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해운대의 성난 파도' 태풍 카눈 사진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 당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올해 초 편집국 사진취재 인력을 아웃소싱하기도 한 <조선일보>는 해당 사진을 송고해 물의가 인 뒤 19일자로 사직한 프리랜서 기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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