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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단골 키워드 `출생의 비밀`

by 수레바퀴 2011. 5. 13.

출생의 비밀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키워드다. 시청자들의 혈연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출생의 비밀이 자칫 드라마 전체를 주도하게 되면 식상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소재 중에 가장 식상한 것을 뽑으라면 ‘출생의 비밀’이 늘 첫 손에 꼽힌다. 시청자들이 식상하다고 할 정도면 이젠 그만 사용할 때도 됐건만 왜 ‘출생의 비밀’은 끊임없이 드라마에 등장하고야 마는 것일까? 혹시 핏줄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풍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TV로 보는 세상>에서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란 소재가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이고,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한다.

Q1. 출생의 비밀.
시청자들이 식상하게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1. 현대극이나 사극, 가족드라마나 멜로드라마 등 모든 드라마가 극의 재미를 위해 출생의 비밀이라는 장치를 대부분 동원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주인공들간의 관계도 이 출생의 비밀에 의해 얽히고 섥힙니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선악구도 같은 드라마의 요소들도 모두 출생의 비밀에 의해 설정됩니다.

과거에는 출생의 비밀이 언제 밝혀지느냐가 드라마의 결말이었습니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들이 신분 역전에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뻔하다”, “진부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Q2. 그동안 MBC에서 출생의 비밀을 다룬 드라마 중 가장 기억에 나는 드라마가 있으시다면?

A2. 사극 중에는 얼마전 종영된 <선덕여왕>과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짝패>가 생각납니다. 미실의 아들 비담이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선덕여왕, 김유신과 벌이는 갈등과 화해는 강한 캐릭터들과 함께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켰고요. 한국판 왕자와 거지라고 할 수 있는 <짝패>도 최근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갈등과 긴장이 더하고 있지요.

또 재벌가의 탐욕과 파멸을 그린 <욕망의 불꽃>에서도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렸죠. 부잣집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두 여성의 뒤바뀌는 인생을 그린 <반짝반짝 빛나는>은 출생의 비밀이 알려진 이후의 사랑과 성공에 초점을 맞춘 채 진행되고 있죠.

Q3.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 소재로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1) 좋은 점 (매력) (‘출생의 비밀’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

A3-1. 출생의 비밀은 아주 재미있는 극적 장치입니다. 긴장감을 갖게 만들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합니다.

친부, 생모 등 명백한 구도는 드라마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공방과 진실이 알려지는 시점도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리는 소재가 됩니다.

(2) 단점

Q3-2. 스토리나 구성이 뛰어나지 않을 경우 출생의 비밀이라는 장치는 드라마를 지루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 외에는 드라마가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에 뻔한 긴장만 이어지게 됩니다. 

또 출생의 비밀은 시청자들이 빨리 반응하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드라마 흐름을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조로움을 줍니다.

Q4. 시청자들이 ‘출생의 비밀’을 식상해 하면서도 관심 있게 보는 심리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4. 출생의 비밀은 사람들에게 긴장감과 재미를 줍니다. 친부모를 찾거나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는 과정은 혈연주의나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한 한국사람들에겐 극적 카타르시스를 주지요.

또 시청자들은 출생의 비밀을 풀어가면서 주인공의 인생역전을 통해 대리만족도 하게 됩니다. 보통 출생의 비밀은 선악구도와 연결되는데 진실이 확인되면서 정의가 이기는 설정도 기대감을 갖게 하지요.

Q5.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생의 비밀’이란 소재가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어떤 우려(아쉬움)가 생겨날 수 있을까요?

A5. 출생의 비밀을 억지로 끼워 넣는 구성은 결국 또다른 ‘막장’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가족도 팽개치고 배신과 탐욕으로 가득찬 내용들, 음모와 거짓이 점철되는 장면들이 반복되는 것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인간 욕망이나 윤리의식을 정면에서 다루면서 불륜, 근친상간, 가정파괴 등 이른바 막장 논란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드라마가 출생을 둘러싼 이야기로만 점철되면 “성공하려면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확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Q6. 앞으로 드라마의 다양한 소재 개발을 위해서 제작진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가면 좋을까요?

A6. 요즘 시청자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미국,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국내 방송가도 내용 전개가 탄탄한 드라마, 전문 분야를 알려주는 드라마 등 출생의 비밀과는 상관없는 인기 드라마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교양 있는 대사, 인간미와 진정성이 담긴 주제, 희망을 향한 성실한 노력들을 다루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제작진은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제작환경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과거 자주 있었던 신진 작가 등용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또 작품성 높은 단막극을 편성하거나 탄탄한 원작소설을 드라마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MBC <TV속의TV> 인터뷰를 위해 미리 작성된 글입니다.

덧글. 이미지 출처는 <스포츠서울> 웹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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