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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한국 온라인저널리즘 다시 설계해야 한다

by 수레바퀴 2009. 11. 13.

국내 온라인저널리즘의 수준과 진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상업주의적이고 선정적인 뉴스 생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초 NHN네이버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게이트 키핑을 떠안은 언론사의 '편집'도 포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 외국에선 좀체로 찾아볼 길 없는 타언론사 뉴스 베껴쓰기, 전날 밤 TV 프로그램 리뷰 기사, 레드카펫의 '뒤태' 포토뉴스 등은 오늘날 국내 온라인저널리즘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언론사 뉴스를 무한대로 빨아들여 재배열하는 포털 시스템은 구조적 악순환의 주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05년 '연예인 X파일' 유출 논란을 지나면서 제기된 '옐로우저널리즘'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로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주요 언론사들이 매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연예매체화하거나 제목장사를 일상화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제지들의 경우 온라인 뉴스룸에서 생산하는 전체 뉴스의 절반 이상이 연예 관련 뉴스로 채워진다. 종합지들도 스포츠지를 보유하건 그렇지 않건 선정적인 제목이나 기사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모험이 다반사로 이뤄진다.

특히 무한 속보경쟁이라는 인터넷 뉴스의 속성상 다른 매체의 뉴스를 손쉽게 베껴 쓰는 행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이라고 시작되는 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취재는 없이 순서와 단어만 바꿔 베껴서 내보내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베껴쓰기는 다른 매체의 취재물에 대한 저작권을 온전히 침해한 것이다. 뉴스룸과 기자가 발로 뛰는 뉴스를 포기하고 다른 기자가 쓴 뉴스를 카피(Ctrl+C)해서 배열과 뉘앙스만 달리하는 '무임승차', '뉴스 도둑질'을 눈감을 수밖에 없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언론사가 제대로 된 온라인 뉴스 전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온라인저널리즘에 적절한 제동을 걸만한 뉴스룸도, 기자도 존재하고 있지 않아서다. 뉴스캐스트를 비롯 포털 유입 트래픽에 목을 매다는 것 외에 온라인저널리즘 그 자체에 대한 배려와 투자는 전무한 것이다.


이 결과 온라인저널리즘의 기형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사가치에 대한 판단 오류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TV프로그램 리뷰형 기사가 양산되는 것이다.

<이른바 '루저' 관련 뉴스는 해당 발언이 공개됐던 프로그램이 방송된 직후인 10일 새벽 2시께 포털에 노출된 이래 13일 오후 3시까지 600건이 넘는 뉴스가 생산됐다. '루저'를 소재로 한 뉴스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관계를 전하는 1신에서 논란이 확대되고 방송사와 출연진간의 공방을 소개하는 2신, 패러디물 등 온라인에서 이슈화하는 것을 폭넓게 보도한 3신, 정치 사회적으로 재인용, 회자되는 4신까지로 이어졌다. 이들 중 어떤 것도 언론사와 기자의 이름을 떠올릴만한 뉴스는 없었다.>

한 프로그램 출연자의 '키 180cm 미만 루저(Loser)' 발언 논란은 대부분의 국내 언론사가 다뤘지만 정작 깊이 있는 분석기사는 없었다. 한 드라마의 '사탕키스' 사진이나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 패널의 발언은 온라인 뉴스의 대표적인 소재다. 마치 TV 예능프로그램과 언론사 온라인뉴스룸은 악어와 악이새 관계를 닮아 있다.
<기자 바이라인(by-line) 없이 포털에 신속히 전송된 한 메이저신문사닷컴의 TV프로그램 리뷰 뉴스. 바이라인은 원래 기자들간 공명심 경쟁을 없애고 저널리즘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하지 않는 언론사들도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그 목적이 다르게 도입되고 있지 않다.>

일부 온라인뉴스룸은 기자 이름 없는 뉴스를 내 보내기도 한다. 뉴스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시하지 않은 작성자 불명의 뉴스로 얼굴과 영혼이 없는 뉴스라고 할 것이다. 대체로 해외 토픽성 가십형 뉴스에서 나타난다. 해외 뉴스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뒤져 번역과 복제를 일삼은 것으로 바이라인을 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이해해줘야 할까?

인터넷에선 온라인 뉴스의 제목이 클릭을 좌우한다고 한다. 자극적인 온라인 뉴스 제목달기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명제이긴 하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같은 내용인데도 제목은 180도 다른 경우가 다반사다. 클릭을 위한 묘안치고는 참담한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베껴쓰기는 더 곤혹스럽고 무모하기까지 하다. 타언론사의 뉴스를 인용하는 수준과 범위를 잊어버린지 오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용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인용 언론사의 이름도 이니셜 또는 '한 언론사' 정도로 둔갑시켜버리는 양심불량의 도둑질이 백주대낮에 일어난다.

책상에 앉아서 쓰는 '체어(chair) 저널리즘'이 '현장 저널리즘'을 대체한지 오래인 국내 온라인저널리즘의 한 단면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같은 인용 뉴스의 경우 전체적으로 도용하는 낯부끄러운 행태는 정서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수락되지 않는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으로 시작되는 한 언론사의 뉴스. 보도의 목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정도(正道)는 아니다.>

베껴쓰기 뉴스는 대체로 추가적인 자체 취재는 없다. 또 팩트(사실 관계) 혹은 중요 부분(인터뷰 내용)만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승전결, 뉘앙스까지 통째로 가져가는 형식이다. 이런 류의 뉴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한 속보경쟁이 낳은 또하나의 파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베껴쓰기에 대해 문제의식도 없는 점이다.

언론사나 기자에 대한 경쟁력을 갉아먹는 온라인저널리즘은 결국 시장과 뉴스 소비자의 기호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또 이는 언론사 온라인 뉴스룸이 스스로의 저널리즘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혹은 무지함으로써 일어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발간된 <인터넷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한국언론재단)은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전통 미디어인 종합일간신문과 텔레비젼에서 뉴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분야는 총 7개 분야 중 모두 경제(3.57/3.83)였고, 가장 적게 이용하는 분야는 연예-스포츠(3.12/3.41)로 나타났다.


연예,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알고 있던 일반의 선입견을 비껴간 결과다. 통계상의 오류나 제한적인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뉴스 소비자들이 정치, 사회, 경제 등 보다 경성 뉴스에 주목하고 있음은 인상적이다.

<12일밤 한 지상파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 패널의 '알몸 수영장' 발언은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부터 13일 오후 3시까지 총 30여건의 뉴스로 네이버에 전송됐다. 최근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기본형, 선택형 언론사를 늘리면서 합류한 지역신문은 물론이고 검색시 노출되는 인터넷신문까지 똑같은 뉴스를 쏟아내는데 동참(?)했다. 네이버는 정녕 책임이 없는 걸까?>


둘째, 블로그, 미니홈피, 지식 공유 사이트 등 소셜 미디어 기반에서도 각 미디어별로 편차는 있지만 연예-스포츠 분야의 뉴스 이용 정도가 1위를 차지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오히려 생활문화, IT-과학, 사회, 경제뉴스의 니즈가 앞선 곳이 상당수였다.

TV나 신문보다는 연성뉴스의 대표 분야인 연예-스포츠가 더 많이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던 소셜 미디어에서도 결과는 똑같이 나타난 셈이다. 포털뉴스를 중심으로 이해하던 온라인 뉴스의 특성과 경향을 고려할 때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시시콜콜한 연예인 정보나 스포츠 경기결과를 릴레이하듯이 생중계하는 온라인 뉴스가 뉴스 소비자들에겐 정작 '쓰레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 경제 분야 뉴스가 무조건 고급의 저널리즘이고 연예-스포츠 뉴스는 전부 저급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속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충하는 날림성 온라인저널리즘이 자리잡고 있다. 뉴스 소비자들이 이러한 뉴스로 피해를 가장 먼저 입지만 결국에는 기자나 뉴스룸, 언론사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준다.>

문제는 뉴스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은 베껴 쓴 뉴스들, 차별성은 전혀 찾을 수 없는 뉴스들만 넘치고 있다. 반면 수준 있는 뉴스들은 포털을 중심으로 한 웹 생태계에서 양적으로도 적고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되는 멍에의 운명을 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담론들을 담은 뉴스는 사라지는 것이다.

비록 일부 메이저 신문에서 IT, 국제, 사회 등의 분야로 온라인 뉴스의 다양성을 시도하고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공에도 투자를 기울이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평가를 끌어내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이유는 온라인 뉴스룸의 집중과 선택이 결여되고 있어서다.

우선 온라인 뉴스룸을 담당하는 기자들의 층위가 두텁지 못하다. 닷컴 기자들이 온라인 뉴스룸을 수년째 전담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에 대한 역량 강화나 오프라인 뉴스룸과 인사교류 등 조직적인 뒷받침은 거의 없다.


오프라인 베테랑 기자들도 대부분 온라인 뉴스룸과는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온라인 뉴스 생산의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 또 온라인 뉴스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소통과 수렴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렇게 온라인 뉴스룸이 안팎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이란 뉴스룸의 현실 때문이다. 예컨대 직접 취재하는 거보다 손쉽게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트래픽이 보장되는 네이버 뉴스캐스트 등 포털을 통한 트래픽 구조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경영진이나 뉴스룸 스태프도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보다는 정량적인 트래픽 분석에 몰두하고 있다.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으로 온라인 뉴스룸이 관리되면서 장기적이고 일관된 뉴스룸 전략은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이 전날 밤 무슨 말을 했는지 우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뉴스. 화면 캡쳐라는 스킬 외에는 뉴스룸과 기자 그리고 뉴스의 가치는 실종됐다. 인용된 사진은 현재의 국내 온라인저널리즘의 폐해를 설명하기 위한 참고용임.>

결국 포털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뉴스 유통이란 구조의 문제가 극복되지 않고 뉴스룸 안팎의 인식도 고양되지 않으면서 뉴스룸의 진정한 온라인화, 컨버전스화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외 주요 매체의 뉴스룸은 풍부한 외부 프리랜서 기자들을 활용하고 온라인 종사자들과 공조하는 분위기로 자리를 잡았다. 뉴스룸의 규모와 조직은 탄력적으로 운용, 재배치되고 있다(
최고의 뉴스 사이트를 자랑하는 가디언그룹도 100여명의 해고를 단행한다). 일부 언론사는 온라인에만 백여명의 취재기자를 두고 있다.

오프라인 뉴스룸 스태프도 온라인에 에디터(manage editor)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통팀도 두고 있다. 또 로컬리즘에 뿌리를 둔 저널리즘, 타깃 서비스, 개인화뉴스 등도 모두 그들의 아이디어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커뮤니티나 데이터베이스 등 뉴스 이외의 가치들을 펼쳐 내고 있다.
<언론사와 TV프로그램, 포털사이트간의 인터넷 먹이사슬에서 언론사가 수준낮은 TV프로그램 리뷰기사를 양산함으로써 조금의 트래픽과 광고를 챙겨가는 것 외에 정작 중요한 인지도(영향력-마니아팬, 커뮤니티)라는 무형의 가치는 방송사(와 해당 프로그램, 연예인), 포털사이트가 가져간다. 재주는 곰이 넘고 수입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다.>


현재의 온라인 뉴스와 온라인저널리즘을 둘러싼 복잡한 난관들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국내 언론사가 단계적으로 탈포털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의 포털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쟁구조가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으로 전환돼야 하는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 스스로도 포털을 고려한 단순한 트래픽을 끌어 올리려는 뉴스가 적절한지 성찰의 태도가 필요하다. 스스로의 전문성, 상품성과는 무관한 뉴스 생산이 아니라 뉴스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먼저 찾는 경쟁력 있는 뉴스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내 온라인저널리즘이 진정으로 살 길이다.

출처 : 기자협회보 온앤오프(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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