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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뉴스산업 위기 어떻게 풀어야 하나?

by 수레바퀴 2009.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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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산업이 저널리즘의 정당성을 네트워크에서 확보하지 못하면 새로운 협력적 관계를 사회적으로 창조해낼 수 없다. 결국 이런 뉴스기업은 저널리즘을 버린 채 콘텐츠로만 근근히 연명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국내 뉴스산업의 위기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부족한 가운데 태터앤미디어에서 마련한 '2009 미디어의 미래 포럼-위기의 올드 미디어, 뉴미디어 전환이 대안일까'에 참석할 기회를 갖는다.

나는 이 포럼에서 '저널리즘의 위기와 뉴스산업 전망'을 주제로 발제를 맡는다. 일단 27일 오전 최종적으로 발제자료를 주최측에게 넘겼다. 이 포스트는 발제자료 작성을 위해 미리 정리한 문서를 다시 재구성한 것이다.

[발제자료]

뉴스산업은 20세기를 지배한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론적 지평이 종식하면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 균열은 사주나 광고주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전통적 관계의 붕괴로 드러난다. 특히 권력 또는 독점적 정보원과의 비밀스런 관계가 파탄나고 있다. 

특히 뉴스시장은 개방적이며 참여적으로 변모해왔다(예. 이용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한다). 일방적인 뉴스 생산과 유통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예. 블로고스피어). 더구나 생산가치보다 유통가치가 더 커지는 시장은 '나 홀로'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비욘드 브로드캐스팅).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뉴스산업의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는 완연히 가라앉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산업으로서 존재감을 갖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 가치의 인식틀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 뉴스산업은 도덕성, 공공성, 객관성 등 저널리즘의 가치를 충실히 구현했다기보다는 '권언유착'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기업규모의 확장, 지속적인 정보 및 고객관리 서비스를 통해 뉴스산업이 커졌지만 성장이 이 산업을 사회적으로 착상시키진 못하고 있다.

특히 유비쿼터스 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를 포함해 시장의 고객들은 뉴스산업에 요구하는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내'가 참여를 통해서 명성,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산업은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영향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지 상품으로서의 콘텐츠가 아니라 네트워크 안에서 정당성이 획득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저널리즘도 상품이다.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오락성, 독창성, 차별성, 즉시성, 상호성 따위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 그러자면 자원, 조직, 사람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내부 프로스세스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이다. 오디언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관계 증진 프로그램의 확대도 필요하다. 성찰의 태도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상품의 위기가 드러난다. 상
품의 위기란 기술수용의 한계, 뉴스룸 및 기자 인식의 전환 지체-전략한계, 서비스 및 용역 수준의 미흡에 의해 상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 위기는 광고시장의 갈등구조, 구독률 급감 등 미래 수익기반의 붕괴로 드러난다.

하지만 뉴스산업 위기의 본질을 잘 헤아려야 한다. 오늘날 국내 뉴스산업의 위기는 규모와 상품의 문제이기 이전에 저널리즘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고 심화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정당성이란 네트워크 안에서의 평판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콘텐츠 산업이나 저널리즘 산업 모두에게 '상품성'이란 가치로 매겨진다. 저널리즘에겐 사회적-네트워크 내 정당성의 위기다. (네트워크는 삶 그 자체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면적인 위기는 없었다. 과거에는 단지 정치적 공방으로만 위기가 다뤄졌다.

지금 이 위기는 현재 일상화, 담론화하고 있다(네트워크화하고 있다). 미디어 즉, 뉴스산업과 수용자간의 관계가 일상적 범주로 확장된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 뉴스산업은 이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부의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취재관행이나 문화, 권위적 조직체계, 위엄적 소통방식에 의지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내부 한계때문에 네트워크 내에서 저널리즘의 정당성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혁신과제를 처리하기보다는 신문방송 겸영이나 판형교체, 심중한 고려없는 커뮤니티나 부가 서비스 도입 등으로 마무리하려는 안이한 혁신 프로그램만이 남발하고 있다.

떨어져 나가는 광고주와 독자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뉴스룸과 기자, 경영전반에 대한 투명성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그것은 뉴스 그 자체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예를 들면 뉴스 생산과 서비스 전 과정에 오디언스가 개입할 근거를 보장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미네르바'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매체가 행사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추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가 뉴스산업의 미래를 살펴볼 때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매체에 대한 수요를 상회하는 포화상태의 미디어 시장에서 저널리즘 즉 뉴스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뉴스산업이 사회적 기업이 돼야 한다.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저널리즘의 가치를 사회화해야 한다.

즉, 뉴스산업은 오락성보다 공공성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이념화하는 것은 위험성이 더 커진다.
이 과정에서 뉴스룸은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일상의 담론을 다루는 주인공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으로 초대해야 한다.

미래의 뉴스산업은 결국 소통과 참여라는 네트워크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수렴하면서 때로는 '주문생산' 혹은 '저널리즘의 사회적 생산'을 통해 그 영향력을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자신들이 보여주는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은 물론이고 일방주의적 관점의 해체, 상호적인 소통의 프로그램으로 저널리즘 프로세스를 전면쇄신해 네트워크 안에서 정당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 없이 뉴스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등 외형을 바꾸는 작업들은 네트워크의 저항과 불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에서는 매체공급의 과잉구조에 의해 뉴스산업을 포함 전체 미디어산업은 갈등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산업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뉴스산업은 신문, 방송이라는 외투는 사라질지언정 저널리즘이란 영혼은 영원할 것인만큼 이 부분의 정당성을 어떻게 획득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덧글. 미국에서는 신문 등 전통적인 뉴스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신뢰가 무너진 저널리즘은 이제 마지막 지점까지 가는 듯하다.

덧글. 한 블로거가 이날 자리에 참석한 후기를 포스트했다. 태터앤미디어는 발제자들의 자료를 공개했다.

덧글. 후기들이 잇따라 포스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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