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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미디어법안 통과 이후의 전망

by 수레바퀴 2009.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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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안 처리 과정


현실정치의 파국과 맞바꾼 미디어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법은 물론이고 신문법 등 관계 법률이 함께 처리됐고 미디어 시장 자체가 더 이상 플랫폼의 경계를 긋고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라 시장변화를 예상하는 건 섣부르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몇 차례의 수정을 거듭해 만든 방송법을 살펴보면 관련 시장의 변화를 가늠할만한 대목들이 있다.

첫째,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사업자의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 부분이다. 물론 2012년 말까지 직접 경영은 유예시켜뒀지만 바로 지분진입으로 방송사업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부분은 주목된다. 전체 가구중 1500만 가구가 케이블로 TV를 시청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지상파의 순도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시장 지배력은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또 다른 카드로 내세우는 '공영방송법'도 변수다. 이 법안은 그야말로 시청료로만 운영하는 방송사를 공영방송으로 정의하는 법이다. 아직 처리 여부를 가늠할 수 없지만 이 법까지 통과되면 MBC, KBS2, EBS 등의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지배구조에도 일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신문사는 22일 이례적으로 "MBC에 관심없다"는 사설을 냈지만 무엇보다 민영(광고영업)과 공영(지배구조)이 혼재된 MBC의 미래를 속단하기 이르게 됐다.

이렇게 지상파방송 시장에 주요 신문과 대기업이 군침을 흘릴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년 민영미디어렙 본격 시행을 앞둔 광고시장 격변과도 맞물려 있다.

아직 민영미디어렙 형태나 근거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지상파 3사가 출자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민영미디어렙을 장악하는 미디어 기업이 돈방석에 앉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신문과 대기업군에서는 지상파방송사와 이 부분을 타진한 흔적도 감지된다.

따라서 최근 매체환경 변화 등에 따른 광고격감으로 경영난을 겪는 지상파방송사의 지분 10%는 당장에는 투자장점이 보이지 않지만 공영방송법, 민영미디어렙 등 관계 법률에 의해 폭발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TV 전환과 MMS 등 기술진보와 주파수 정책 향배는 지상파에 대한 관심을 결코 누그러뜨릴 수 없게 하는 측면이다. 결국 당초 '진입금지'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던 지상파 부분이 10% 진입으로 완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업은 다시한번 각광을 불러모을 여지를 갖게 됐다.

둘째, 신문과 대기업이 종편과 보도채널 진입시의 지분소유 한도를 각각 30%로 한 것은 이미 예고돼 오던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외국인도 각각 20%와 1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또 법안 수정 막판에 1인 소유지분을 30%에서 40%로 늘린 대목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지분소유 비중은 종편 및 보도채널에 관심이 있는 사업자군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사나 시장을 관망하는 대기업군들의 경우 지분 상한한도에 따른 짝짓기 모델을 여러가지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미디어기업과의 파트너 모델이 향후 방송시장에서 중요한 측면이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외국인의 소유 한도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신문사와 대기업은 해외 유력 방송사업자와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그동안 느슨한 제휴방식에 그치던 해외 미디어 기업과의 관계가 연내 선정될 것으로 보이는 사업자 선정에서도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인 지분 소유한도가 대폭 늘어난 것 역시 컨소시엄 형태의 신규방송 진출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40%까지 소유한도가 확대돼 방송사업에 관심있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재력가들을 중심으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확대 조성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편이나 보도채널 컨소시엄에 경우의 수가 커지면서 진입을 시도하는 경쟁사업자가 많아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셋째, 사전, 사후규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일단 사전규제의 경우 정부승인 기관이 조사한 가구구독률이 20% 이상인 신문사업자는 방송진입이 금지된다. 또 신문사는 발행부수 등 자료제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법률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규제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구독률은 전체 신문시장에서 특정신문이 차지하는 비율로 조선, 중앙, 동아 등이 각각 11%, 9%, 8%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2006년 조사한 신문매체 이용 및 반응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가구점유율은 조선 10.1%, 중앙 8.4%, 동아 6.8%).

결국 사전규제에서 정한 구독률 상한 20%를 적용받는 국내 신문사는 한 군데도 없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신문구독 모집단 가운데 특정신문의 비율을 의미하는 신문구독률을 적용하자고 맞선 바 있다. 이 경우 조선, 중앙, 동아는 각각 25.6%, 19.7%, 14.3%가 돼 일부 신문사는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한국언론재단 '언론수용자의식조사(2008)').

또 발행부수 등 경영자료를 제출하도록 했으나 한나라당 신문법 개정안에서는 발행부수(유가부수), 광고 및 구독료 수입 등 자료신고 의무조항인 16조 존치 여부를 놓고 공정거래위 등 관계기관과 논란을 벌이다 삭제해 '진정성'이 의심된다.

더구나 기존 신문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련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경험이 있어 사전규제로 설정해둔 자료 공개가 형식화하거나 사문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사후규제로 정한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30% 초과의 경우 광고금지, 편성권 위임 조항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을 계산할 때 신문사는 신문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데 환산시의 구독률 상한치는 10%로 못박았다.

즉, 아무리 신문구독률이 높은 신문사라도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계산시에는 10%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현재 방송시장 구도상 방송시청 점유율이 20% 초과가 어려운 만큼 사후규제의 효용성도 떨어진다(현재 MBC, SBS의 방송 시청점유율이 각각 13~15%로 추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모든 방송시장에 조선, 중앙, 동아 등 신문사업자가 진출을 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방송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규제장치가 쓸모가 없는 진흥적인 조치인 것이다. 특히 방송사 지분소유 한도도 다양한 변수들을 만들어 둠으로써 지상파 및 종편, 보도채널에 대한 경쟁을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제 신문사의 경우 방송시장 진출이 당면한 최대 목표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기존 방송사업자들 즉, YTN 같은 기존 보도채널이나 MPP, MSP 등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종합편성채널 등 보다 영향력있는 라이센스 사업권을 갖는 것이 전국 SO에 의무재전송되는 등 사업환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엔터테인먼트 방송채널로 유리한 고지를 갖고 있는 일부 대기업 계열의 케이블TV는 시장을 관망할 수도 있으나 지상파 등 새로운 방송환경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제 신문 및 방송시장의 사업자들이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현상들이 두드러지면서 전체 미디어시장의 재편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또 신문산업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주요 메이저 신문기업들이 취할 행보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또다른 사회적 갈등도 예고된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의 정치, 사회, 미디어시장은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로 뒤얽힐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 수용자인 국민들이 시장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 미디어 산업을 포함 오늘날 방송비즈니스는 기술을 포함 문화적 측면, 또 저널리즘이라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방송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유력 신문, 대기업군이 시청자 니즈에 부합할지는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미디어 기업들의 변화가 도덕적인지, 합리적인지 끊임없이 관찰, 검증하는 '행동하는' 미디어 수용자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덧글. 일각에서는 이번 미디어법안 처리과정에 명백한 법률적 하자가 있다며 마지막까지 무효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미디어법이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고 정치와 결부된 국민대중-이들은 유권자들이다-에게 심각한 회의와 고통을 줄만큼 중요하고 긴박한 법안이었는지 의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간은 정치사회적으로 격돌이, 산업적으로는 미디어기업들간 짝짓기로 엇갈린 '소음'들이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덧글. 24일 미디어법 관련 포스트를 국회 처리과정에서의 심각한 법적 결함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중단하고 비공개하기로 했으나 그것과 별개로 미디어법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시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점 양해 있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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