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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같거나, 비슷하거나

by 수레바퀴 200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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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있는 배우들을 출연시켜 큰 호평을 받은 MBC 드라마 <하얀 거탑>.


온 국민이 사랑하는 장르, 드라마.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드라마는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가 언감생심 마음먹지 못했던 일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대신해주거나 환상을 꿈꾸게 해주는 등 그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 돌아보면 드라마가 왠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소재와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 민감한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 주길 바라고 있는데. 드라마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극과 현대물로 양극화 되어 있다거나, 추리극, 공포물, 어린이, 직업드라마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소재, 즉 복수나 불륜, 삼각관계 등의 소재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런 소재들은 그리 건전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없는 터. <TV 문화창조>에서는 이처럼 요즘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아쉬움에 대해서 짚어보면서 드라마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Q. 온 국민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드라마의 매력에 대하여)

A. TV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소재나 누구나 상상하는 화려한 것을 다루면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성취감을 가지게 된다.

시공을 넘나들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극적 요소들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카타르시스나 공감을 하는 것이다. 

Q. 요즘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은 무엇이고 그런 아쉬움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요?(MBC 드라마의 예로 들어 설명 부탁드립니다.)
(1) 소재면에서 (자극적인 내용이 반복되고 있는 점 등)
(2) 형식면에서 (다양한 형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 등)
(3) 기타 : 건전하지 않은 불륜, 복수, 삼각관계 등의 내용이 반복되고 있는 점 등

A.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역시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루지만 주인공이 평범한 결혼과 가정생활을 하지 못하며 결국 유산과 고부갈등, 이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은 아이를 잃은 상처를 가슴에 묻고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여주인공의 결혼과 아이 양육을 둘러싼 고부갈등을 다뤘다.

주말드라마 '내인생의 황금기'는 드라마 초반부터 첫사랑을 만난 여주인공이 남편의 외도에 맞바람으로 응수하는 파격을 보여준다.

이렇게 여성 즉, 주부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가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대부분 여성을 신데렐라로 설정한다거나 삼각관계, 불륜, 출생의 비밀, 고부갈등 등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에덴의 동쪽도 기업 총수, 폭력세계, 복잡한 출생관계 등 신선하지 않은 인물과 사건들을 갖고 있다.

심지어 ‘하얀거짓말’은 표독스런 시어머니와 장애아들과 며느리 관계가 70년대 ‘여로’와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자극적인 소재가 반복되고 평범한 인간관계가 펼쳐지지 않음으로써 휴머니즘, 가족, 사랑 같은 기획의도를 충족시키는데 불편함을 준다.

Q.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MBC 드라마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

A. 얼마전에 종영된 ‘베토벤 바이러스’는 일부 스타배우에 의존하지 않고 연기파 배우들을 등장시키고 ‘음악’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내세워 큰 반향을 불러 모았다. 의학드라마의 효시인 ‘종합병원’도 병원을 무대로 의사, 환자들을 둘러싼 사건들을 소재로 신선함을 줬다. 커피전문집을 공간으로 설정한 ‘커피프린스 1호점’도 청춘남녀의 사랑을 풀어가는 안성맞춤의 공간으로 인기를 모았다. 2003년 ‘대장금’도 조정을 둘러싼 암투를 다룬 틀에 박은 사극 소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 드라마가 됐다. 

Q. 하지만 신선한 드라마가 여러 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도를 이어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새로운 소재와 인물들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삼각관계, 불륜을 다루는 드라마와 음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가 훨씬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인력과 물량도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몇몇 대형 스타와 자극적인 소재에 안주한 드라마 제작이 훨씬 위험부담이 적다. 시청률을 의식해야 하고 판로를 걱정해야 하는 제작진은 새로운 선택보다는 작가나 아이템들을 쉽게 쉽게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Q. 드라마에 대한 고질적인 아쉬움이 (자극적 소재의 반복, 비슷비슷한 이야기 등) 적극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현실적으로 봤을 때 드라마에서 이런 아쉬움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한계)

A. 드라마의 공간과 소재, 스토리를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문화, 인식이 부족하다. 방송사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풍부한 스토리 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실험성을 고취하는 드라마 프로그램들이 편성돼야 한다. 과거 ‘베스트셀러극장’처럼 단막극 형태의 그러나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제작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청률이나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연기력과 참신함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격려하는 이벤트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Q. 한국 드라마가 한류에 미친 영향은 상당히 큰데요,드라마의 이 같은 아쉬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겨날 수 있을까요?

A. 한국 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불륜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등 한국 가족문화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할 수 있다. 청춘남녀의 사랑이나 폭력 등을 다루는 드라마의 주요 내용도 진부하고 식상감을 줄 수 있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주인공들의 직업, 관계설정 등을 좀더 다양하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가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포맷개발이 절실하다. 

Q. 드라마가 좀 더 다양해지기위해서는 어떤 개선과 지원이 필요할까요?

A. 우선 사전제작 드라마가 늘어나야 한다. 실험성이 강한 단막극도 편성돼야 한다. 사전제작 드라마나 단막극은 시청률에 영합하기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탄탄한 스토리를 주무기로 한다. 이런 드라마제작시스템을 위해선 많은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신진 작가와 역량있는 배우를 찾아내는 것도 급선무다.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소재나 주인공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작진들이 치열한 프로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Q.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서 시청자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삼각관계나 신데렐라 여성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호응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 제작진도 진부한 이야기거리를 다시 꺼내기 어렵다. 몇몇 스타를 맹목적으로 좋아서 보는 무비판적인 시청행태보다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내용이 상식에 부합하는지 좀더 적극적인 발언을 해주는 것이 더 나은 드라마 탄생에 기여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좋은 연출, 연기자들의 깔끔한 연기, 눈물과 웃음을 주는 감동이 안방에서 끊이지 않게 이어지려면 드라마 그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냉정한 비평가가 돼야 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MBC <TV속의 TV> 'TV문화창조' 인터뷰를 위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 인터뷰는 13일 오전 11시에 편성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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