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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블로그, 포털 부상과 전통 미디어의 역할

by 수레바퀴 2008. 6. 24.

언론인권센터(이사장 안병찬)는 26일 ‘촛불에 나타난 1인미디어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민경배 교수와 촛불집회 인터넷 생방송을 했던 '라쿤'이 발제를 맡는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해 발언할 내용들을 정리해 아래에 포스팅한다.

한편 언론인권센터는 이달 초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1인미디어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인미디어지킴이’ 블로그개설했다.

<26일 토론회 발표 요지>

두달여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1인 미디어의 지위 부상과 포털사이트의 여론 집약이라는 점에서 전통매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블로거가 각종 미디어 첨단 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누비며 콘텐츠를 쏟아낸 것은 기자들을 대체한 것이나 다름없고, 국민여론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오던 종래의 명성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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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명성에 손상

이때문에 전통매체 뉴스룸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불편함과 위기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일단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영상 뉴스를 포함 멀티미디어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온 신문사들은 조직의 새로운 설계, 기자들의 업무 내용 재분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신문산업의 미래전략적 차원에서 다뤄져 온 것인 만큼 대체로 차분한 준비로 정리돼 왔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지식대중의 영향력이 입증되고, 그것이 전통매체의 대표격인 신문을 압도하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와 경쟁하는 시대

특히 블로그 등 1인 미디어가 '기자'를 대신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2000년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가 불과 몇 년만에 완전히 정착하고 전통매체와 대등하게 경쟁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나가는 트렌드라고 평가절하해왔다. 그리고 최근 1~2년 동안 전통매체는 인터넷 분야에 집중 투자해 독립형 인터넷신문의 시민기자제를 무력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1인 미디어는 전통매체에게 항구적인 압박감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흩어져 있고 각자만의 채널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조직체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경쟁의 논리로 상대할 세력이 아니라 협업과 공존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 이미 많은 신문사들이 UCC를 강화하고 이용자들을 껴안으려는 시도들이 빈번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안 미디어로 나선 블로거들이 전통매체를 불신한다는 점은 원천적인 어려움을 던지고 있다.

근본적 신뢰의 문제는 외면

이 결과 블로고스피어나 카페 등 사이버 커뮤니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고주 항의 캠페인은 신문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있다. 일부 신문기업들은 최근 한달 동안 부수가 격감하면서 광고수주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은 광고주들을 설득, 압박하는 한편, 인터넷 여론을 디지털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는 식으로 타개하고 있다.

즉, 뉴스룸도 1인 미디어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들이 전통매체의 시장과 권위를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와 저널리즘의 수준, 신뢰의 제고에 대해 점검하기보다는 갈등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도 '통제'와 '압박'의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포털의 힘을 키운 것은 언론사들이 뉴스를 무분별하게 제공한 전략의 실책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포털뉴스 편집이 중립적이지 못하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아고라'와 같은 토론게시판의 번성도 못마땅하다는 분위기다. 불명확한 정보와 독설의 온상이라면서 규제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포털 공론장은 공익의 문제

그러나 대부분의 유력 언론사가 포털에 장기 뉴스 공급계약을 맺고, 공동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신문사 콘텐츠의 디지털화도 위임하고 있는 등 대포털 종속관계는 심화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포털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언론사의 경우 가능한한 포털의 위상을 끌어 올려 뉴스 소비와 연계된 광고모델을 도입하려는 오랜 숙원이 현실화하기 직전이다. 어떻게 하면 파트너십을 공고화할 수 있을지 물밑 논의가 한창이다.

한쪽으로는 포털의 영향력에 대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자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포털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향후 포털규제가 언론사의 이익을 축소시키는 웃지 못할 일도 예상된다. 물론 포털의 과도한 영향력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분도 있는 만큼 적정한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공론장 기능을 훼손하거나 표현자유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흐를 경우에는 1인 미디어의 대언론 비판 물결이 정점으로 치달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포털이 여론을 사실 그대로 수렴하는 개방적 공간으로서 보여준 공공적 기능과 자율적 시스템은 건강했다. 예를 들면 사이버 게시판에서 좋은 글을 선택하고 부상하는 자정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 블로그와 조화가 관건

참여정부 때까지만 하더라도 1인 미디어와 포털의 영향력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판단됐다.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서 자연히 트렌드나 유행처럼 번지는 부분으로 간주된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는 부재한 반면, 일과적인 논란들이 조명됐다. ‘연예인X파일’이나 ‘포털뉴스의 선정성’ 부분도 심도있게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블로고스피어가 확대되고 지식대중의 인터넷 활용도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유비쿼터스 미디어 환경도 1인 미디어의 성장을 부채질했다. 시민기자제를 모태로 한 독립형 인터넷신문의 퇴조가 있었지만 이용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완전한 추락으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권위적 민주주의는 실종됐고 평등성이 구현되는 네트워크에 대한 학습과 경험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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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온라인 여론과 오프라인 여론 사이에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인터넷 여론이 가장 먼저 반정부의 반기를 든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한층 지적으로 성숙하고 연대와 소통으로 집중된 지식대중이 새 정부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소통을 받아들일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블로그들과 거리감을 두고 인터넷 문화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피력하고 있는 정부의 미래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미래도 이들과의 조화로운 관계 설정이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와의 협력 과제는?

전통매체 역시 블로그와의 협력 모델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선 더 많은 뉴스룸에서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소통 부서를 만들고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지면 편집, 뉴스 공동 기획과 생산,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이슈에서 블로고스피어의 장점들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블로거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또 개방적인 서비스를 담보해야 한다. 자사의 논조를 고집하면서 이용자들을 선별하려는 태도를 계속하는 한 결코 생산적인 UCC는 나오기 어렵다. 그리고 보다 차별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자사 서비스의 개방성과 객관성은 확약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통매체가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시기만 지나면 끝날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보다는 이용자들의 미디어 식견을 존중하고 자사의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적인 자세를 경주해야 한다.

1인 미디어의 효용성은 그런 인식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보장될 수 없다. 앞으로 이들과의 공생모델이 전통매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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