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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신문과 IPTV, 찰떡궁합 되려면?

by 수레바퀴 200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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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주무른 대중 미디어 시대가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인터넷 서비스 중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인 블로그 등 UCC의 급부상은 대표적인 징후다. 참여, 개방, 공유 등 웹2.0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시장내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소비자들이 창조하는 콘텐츠가 올드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 규모를 뛰어 넘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네트워크의 핵심 동력으로서 더 정확하고 더 구체적인 정보원으로 자리잡는 경향들이 늘고 있어서이다. 유비쿼터스로 디자인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할 때 그러한 현상들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이 속속 퍼스널 포터블 디바이스(Personal Portable Device)를 휴대하고 비디오물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또 단순히 평면적인 활자나 사진이 아니라 영상 포맷이 콘텐츠 시장의 전체가 되기 시작했다. 영상 콘텐츠의 생산,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미디어 전략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전적으로 통제하게 될 것이다. 생산된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확정된 콘텐츠 소비 모델이다. 미디어 기업에서도 타깃 오디언스를 겨냥한 세부적인 콘텐츠 생산 모델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는 IPTV, 디지털케이블TV과 같은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와 부합하는 성격이다. 특히 일방향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지상파TV의 퇴조세가 계속되고 위성TV, 케이블TV에 이어 IPTV, 디지털케이블TV와 같은 선택형, 지능형 서비스로 TV의 급격한 변신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과 네트워크가 진화할수록 단방향적인 서비스와 그를 지탱하는 조직체계를 갖고 있는 신문기업은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양방향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신문기업의 혁신이 관건이다. 일단 체질 개선을 위한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지만 각 신문기업별 대응은 비교적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가장 부상한 이슈는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확충 부분이다. TV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비디오가 기본인 만큼 일단 소규모 케이블TV를 인수하거나 영상 뉴스 생산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이미 십여년 전부터 케이블채널사용사업자로 TV 시장에 진입한 한국경제, 매일경제, 중앙일보의 경우 시장내 전문성을 무기로 경영적 측면에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MPP화한 중앙방송을 보유한 중앙일보는 콘텐츠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작은 신문사들은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를 위해 정예 규모로 인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겨레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의 경우 자체 인력을 통해 비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경향신문은 전문업체와 제휴를 통해 양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한때 기자들에게 캠코더를 지급해 콘텐츠 생산을 맡기는 조선일보의 사례도 등장했다.

신문이 방송 영역에 손을 대는 부분은 중앙일보가 지난 2월 인터넷으로 뉴스 생방송을 진행한 데서 정점을 향하고 있다. 국민일보, 경향신문도 뉴스 생방송에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서 지역민방과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다양한 채널로 원소스멀티유스하는 형태로 앞서가고 있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전략들은 TV 플랫폼을 염두에 둔 신문업계의 고육지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투자가 IPTV와 같은 양방향, 지능형 TV 플랫폼에 적합성을 갖는지는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신문업계가 첫 발을 디디는 영상 콘텐츠가 소수에 의해서 추진되는 등 전사적인 역량이 집중되지 않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뉴스룸의 통합이 필요한 데 그것 역시 콘텐츠라는 관점보다는 경영적 관점이 지대하다. 즉, 뉴스룸 통합 이후의 콘텐츠의 질을 고민하는 흔적이 부족하다.

물론 일부 신문업계는 크로스 미디어 전략 차원에서 기자와 뉴스룸의 영상 분야 경험을 늘리고 있다. 기자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에 많이 노출될수록 향후 TV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바람이 현실화하려면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 도입, 스튜디오 구축 등 만만찮은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특히 신문업계가 거시적인 미디어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신흥 미디어군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확보한 포털사업자의 경우 유통에 치중하던 데서 각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개발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NHN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는 KT 메가TV에서 인기를 끄는 몇 안되는 양방향 서비스다.

그러나 TV 기반의 서비스가 갖는 콘텐츠 중심적 소비 패러다임은 검색 개인화, 동영상 검색엔진 개발 등의 단순한 보완재적 서비스로는 시장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포털사업자가 적극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부문에서 패키징을 구현하고 유통에서도 융합을 유도하는 데는 미래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융합 서비스의 등장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미디어간 시장 영역이 붕괴되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인터넷과 TV가 본격적 경쟁체제에 진입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문 역시 고유한 콘텐츠의 가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보다 본격적인 TV 전용 서비스를 발굴, 미디어 기업들과 제휴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기업 내부의 뉴미디어 비전이 선행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사실 IPTV 같은 서비스에 진입할 때 단지 콘텐츠 제공으로 끝난다면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TV형 콘텐츠 제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완결된 양방향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내부 투자가 절실하다.

원소스멀티유스를 위한 통합 아카이브는 필수적이다. 또 통합뉴스룸은 실체가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퀄리티를 고려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점검돼야 한다. 뉴스룸 내부의 모든 것이 혁신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의 신문방송 겸영 규제 해소 논의는 적합성 여부를 떠나서 혁신의 수준을 재규정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올드 미디어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IPTV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디어 패러다임 자체가 과거의 일방향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양방향 서비스, 타깃 서비스, 선택형 서비스, 입체적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은 VOD 서비스를 비롯 보유 콘텐츠의 재가공 구성 능력이 떨어지며 신문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질과 양에서 부족하다. 또 시청자나 독자 대상의 타깃 서비스 경험도 전무하다.

결국 시장과 오디언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대전환, 투자대상의 선회가 필요하다. 신문 독자와 TV 시청자가 아니라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하는 오디언스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관점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현재 인터넷 이용에 따른 학습효과로 시장 내 오디언스의 능동적 콘텐츠 소비 행태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점은 무엇보다 적정 수준 이상의 투자를 뉴미디어 부문에서 과감히 진행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당연히 오디언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통신 기업이 새로운 방송시장을 창출하고 유무선 인터넷이 방송매체로 재등장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개인’을 위한 서비스다.

예컨대 하나의 뉴스에도 개인별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서비스의 구성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별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주제별 또는 사건별로 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이다.

또 속보성 뉴스, 화제뉴스, 헤드라인 뉴스, 연예뉴스 등 주제를 차별화해서 매시 뉴스 띠를 편성한다거나 무편집 영상 뉴스를 과감히 도입하는 방식도 채택할 수도 있다. 기존 뉴스의 고정 관념을 깨는 창조적 뉴스는 기존 뉴스와의 차별성을 확보해 젋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많은 뉴스 콘텐츠를 보유한 신문업계의 경우 뉴스 기획, 생산, 유통, 사후 관리에 있어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유럽의 IPTV 서비스는 연동형 데이터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콘텐츠의 분류를 체계화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가 지난 2006년 국내 케이블TV로는 최초로 시청자가 디지털케이블TV를 통해 은행과 증권 등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동형 데이터 방송을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동형 데이터방송이란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 데이터 방송을 연동시킨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방송이다.

영화예약 서비스 분야 사업자로 T커머스 분야에 진출한 영화 전문 주간지 씨네21이 2004년부터 데이터방송사업자로서 케이블TV 데이터방송에 진출한 사례는 자사가 보유한 독창적 콘텐츠를 활용한 다매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씨네21은 이른바 ‘멀티플랫폼 CP’로서 전통적인 콘텐츠 제공업자에서 데이터베이스 정보사업자로 변신한 셈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 안주하는 올드미디어가 아니라 전문성을 중심으로 기술력과 콘텐츠 가공력을 추가로 전개하고, 관련 기업들과 연계하는 적극적 행보만이 양방향 TV 서비스를 선점할 수 있는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하나TV, 메가TV 등 IPTV에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등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아 및 어린이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도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다. 연예,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이게 IPTV의 전부라는 성급한 판정도 나온 상태다.

이와 관련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파의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 교육, 레저 등 특화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IPTV 특유의 양방향 방송 서비스의 강점을 살린 콘텐츠가 나온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영상 콘텐츠 경쟁력이 취약한 신문업계가 유의할 대목이다. IPTV가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풍부한 콘텐츠를 접목시킬 수 있는 유연한 유통채널임을 감안할 때 신문기업은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입체적 정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쟁력을 TV 상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원, 사람, 조직의 혁신작업은 불가피하다. 즉, 양방향 TV 서비스 환경은 앞으로 신문업계가 디지털 콘텐츠의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뉴스룸 안팎의 혁신 흐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동력이 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 통신사업자, 글로벌 기업 등의 투자 전략과 급변하는 네트워크 환경, 단말기 수준, 오디언스의 지위와 역할 변화 등에 따라 신문업계의 양방향 TV 서비스 시장 투자규모와 성장 가능성이 판가름날 또다른 변수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신문업계가 IPTV에 적극적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역부족이고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 외에는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문업계가 움직이기엔 미디어 빅 브라더스의 외풍이 너무도 거대하기 때문이다. 

또 IPTV 그 자체가 자리잡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찮다. 기존 TV 서비스에 비해 차별성이 떨어지는 물량 공세로 메꿔지고 있고, SO 등 케이블TV 진영과의 거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 실시간 재전송도 여전히 고민거리다.

IPTV가 3세대 아이포드(iPod)처럼 문화적 코드로서 미디어 시장 내에 확고히 정착하기까지는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시간을 단축하고 양방향 TV 서비스인 IPTV에 대한 경험을 오디언스가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은 결국 새로운 플랫폼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얼마나 풍부하게 제시하느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또 신문업계가 IPTV에 그러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 그래서 망 사업자나 대형 미디어 사업자에게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는 부분은 근본적인 내부 혁신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IPTV 더 나아가 홈네트워크와 유비쿼터스에서 펼쳐지는 양방향 TV와 신문업계가 찰떡 궁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 그 이외에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미래연구소의 미디어퓨처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작성 시점이 4월 초순인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이미지 출처는 비플라이소프트社의 IPTV 신문지면보기 서비스 캡쳐 화면

덧글. 지난달 25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방통융합시대 IPTV 현안과 쟁점 심포지엄>에서 올드미디어의 뉴미디어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도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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