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서비스의 본격화를 앞두고 국내 주요 포털사업자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털사업자들은 현재 위치와 여건에 따라 (비)네트워크 사업자, 가전사업자 등 파트너사도 다르고 진입 형태도 달라 향후 어떻게 시장 영향력을 확보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가장 먼저 IPTV 시장 진입을 밝힌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은 한국 마이크로스포트(MS), 셀런과 협력하는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셋톱박스 전문기업인 셀런, 이미 미디어 플랫폼을 진전시켜온 MS 등 파트너사의 면면이 최강인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방형 IPTV를 채택했다.
타 인터넷 기업들이 망사업자 주도의 IPTV 사업에 종속되는 구도인 반면 다음은 IPTV 서비스에 대한 기획과 콘텐츠 공급을 전담한다. 풀브라우징 방식으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단말기 제조기업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단 다음-MS-셀론의 컨소시엄인 JV는 법인 설립을 마치는대로 올해 중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되 프리(Pre) IPTV 형식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협력을 맺는 것을 중심으로 참여를 원하는 콘텐츠 기업을 모두 합류시킬 방침이다. 이는 오픈 IPTV 플랫폼을 십분 활용 콘텐츠 확보 비용을 경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음에 이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KT 메가TV에 자사의 실시간 검색기능이 결합된 서비스를 출시하며 간접적인 시장 진입을 택했다. 하지만 현재 메가TV 시청자라면 NHN의 IPTV 서비스를 바로 볼 수 있어 포털 사업자 중에는 사실상 가장 먼저 IPTV에 진입한 셈이 된다.
NHN의 IPTV 서비스는 인기 검색어 등을 TV 시청 중에도 이용할 수 있어 TV의 인터넷 포털화를 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검색 버튼을 선택하면 지식iN, 콘텐츠 등 6가지 네이버 검색 결과를 볼 수 있고 메가TV의 VOD 타이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KT와 지난해 10월 사업제휴를 체결한 이후 3개월만에 서비스를 오픈한 것이다.
NHN이 IPTV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실시간 전송과 망 사용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일단 ‘선(先)서비스 후(後)사업’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쥬니버(주니어 네이버), 한게임 등 인터넷 포털에서 인기를 모은 네이버 킬러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IPTV용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IPTV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분석을 통해 독창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망을 보유한 통신사업자나 비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선 굵은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자사가 보유한 서비스 경쟁력을 KT 뿐만 아니라 여타 사업자들로부터 입증받아 몸값을 올리는 한편 IPTV 서비스와 기술기반을 충분히 수렴하는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다. 다시 말해 IPTV 시장이 어느 정도 수위에 올라서면 자체적으로 사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후발 주자로서의 어려움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하나TV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일단 SK컴즈는 하나TV 운영사인 하나로미디어와 IPTV 관련 서비스 개발 및 운영, 기술 교류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또 하나로텔레콤과 IPTV 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라도 빨리 발을 걸쳐 2,200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싸이월드, 교육 콘텐츠인 이투스, 열린 검색을 지향하며 반향을 불러 모았던 검색의 엠파스, 국내 1위의 메신저 네이트온 등 핵심 서비스를 TV에 내보내기 위해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모기업인 KT가 NHN과 손잡으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는 KTH는 메가TV MSP(Master Service Provider)로서 포털사이트 파란의 활용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까지 KTH가 독점 판권을 보유한 영화 콘텐츠 등을 메가TV에 공급하면서 수익을 거뒀지만 쌍방향 TV 플랫폼에서 NHN에 검색 주도권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KTH는 KT가 서비스 조기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감안 현재 개발 중인 IPTV 전용 메신저, 타깃형 광고를 런칭하고 파란이 보유한 지역정보 생활정보 등의 콘텐츠를 TV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국내 주요 포털사업자들이 IPTV에 앞다퉈 진입하는 것은 쌍방향적인 서비스 경험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어떤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사업자들이 IPTV에 진입하는 상황에 따라 해결 과제도 만만찮아 이후 성장 가능성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음의 경우 지난해 말 통과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라 망 동등 접근권이 보장됐지만 망 고도화까지 서비스의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망 사용에 따른 고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망 사용료가 IPTV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쌍방향 데이터방송 전문 기업인 티컴미디어(TCOM미디어) 김승용 팀장은 “CP사의 자유로운 참여로 콘텐츠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망 사용료, 콘텐츠 확보비용, 셋톱박스 투자 등이 적극적인 마케팅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음은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관계도 풀어가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IPTV 사업자와의 관계를 경쟁적으로 보고 있고 독자 모델을 추진할 움직임이어서 원만한 제휴모델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런칭한 하나TV(하나로텔레콤-SKT), 메가TV(KT)도 지상파 콘텐츠 유료화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타산지석이다.
검색 서비스를 메가TV에 안착시킨 NHN은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장기간 지켜 보면서 TV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서비스를 할 것인지 전략수립에 적극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NHN은 기존 사업자들과 협력관계를 확장하는 한편 외국인 지분 등을 감안 자회사 설립으로 IPTV에 직접 도전할 수도 있어 그 시기와 수위가 주목된다.
또 KTH와 SK컴즈는 모기업이 진행하는 IPTV 사업에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내부 시스템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다양한 제휴선과 관리상의 문제는 현실적인 이슈가 될 수 있고, 모기업의 행보에 따라 시장에서 버리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킬러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에 대해 조급함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인터넷 포털의 차세대 전략지로 떠오른 IPTV가 포털사업자에게 풍성한 과실을 따게 해줄 지 예단하기는 이르다. 끊임없는 혁신적 서비스와 기술을 TV라는 신천지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미래 포털의 얼굴색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발간하는 '미디어퓨처(Media+Future)'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가 작성된 시점은 3월 초순입니다. 자평하건대 일반론적으로 작성된 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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