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대표 브랜드를 내세우며 서비스를 쏟아낼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검색, 동영상 콘텐츠 분야까지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어 국내 인터넷 미디어와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고된다.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 분야에 공을 들여 왔고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가 중요한 테마로 등장하고 있다. 또 동영상 등 이용자제작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의 세계적 맹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다. 지난 해부터 UCC를 비롯 웹2.0 화두 안에서 새로운 전략 수립에 부심한 국내 기업들로서는 아연 긴장할만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기업과 그 서비스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 구글의 유튜브, 린든랩(Linden Lab)의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엔트로피아 유니버스(Entropia Universe)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총 망라돼 있다.

마니아 층이 많은 ‘세컨드라이프’의 경우 정식 서비스 오픈일만 기다리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지난 2003년 미국의 ‘린든랩’이 가상 공간에 이용자의 분신을 두고 취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가상 현실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온라인 게임업체 ‘티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 대행 계약을 맺고 서비스 본격화에 나섰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에 들어가 실제 달러로 교환 가능한 가상 화폐인 ‘린든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 줄거리다. 지난해만 상거래 규모가 81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가 활동하는 가상공간의 정교함과 치밀한 시나리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이다. 

세컨드라이프가 게임인지, 커뮤니티인지 명확한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3차원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 현실 서비스에 대해 국내의 이용자들 사이에 호기심과 기대치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이행되는 컴퓨터 사용환경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진화를 기대해온 이용자 정서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린드랩은 올해 초반 국내에서 진행된 시범 서비스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일본에 이어 가상 현실화의 타깃으로 한국을 고집했다. 새로운 플랫폼이 속속 실험되고 있고 IT 환경이 어느 곳보다 앞서 있어 세컨드라이프의 테스트베드로 안성맞춤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서비스의 정식 오픈에 앞서 방한한 필립 로즈데일 사장도 “이용자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서 “오픈 소스를 활용해 휴대폰에도 탑재하는 등의 후속 작업도 추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세컨드라이프는 일단 사행성 게임을 금지하는 국내 실정법을 준수하고 이용자 기호에 맞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추가하며 자리잡기에 나선다. 한국형 아바타 출시, 사용자 입력장치(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게임, 음반, 연예인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대폭 유치키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가상공간 거주자들에 의해 창조되는 것을 실제 소유하고 거래하는 행위가 확산될 경우 적잖은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세컨드라이프를 구동하는 데에는 많은 용량이 소모되고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느린 속도가 불편한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별다른 창조적 서비스도 없고 전세계 동시 접속자 수가 고작 15만명이 전부라는 현실도 부담이다.

미국판 ‘싸이월드’로 평가받는 마이스페이스의 경우도 한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2,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의 싸이월드와 한판 일전을 벌일 채비로 한국어 버전 개발을 마무리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호주, 일본, 뉴질랜드에 이어 네 번째다.

마이스페이스는 세계 1위의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로 회원만 1억1,000만명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웹2.0형 커뮤니티다. 북미 유럽의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친구 사귀기부터 공부, 취미 공유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의 유명 인사들과 사교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에서 유사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추격을 피해 글로벌 마케팅으로 전환한 마이스페이스 배후에는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해 화제가 됐던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이 버티고 있다. 머독은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품에 안으며 새로운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유력 미디어들을 속속 끌어 들이며 승승장구해온 뉴스코퍼레이션은 인터넷을 통한 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마이스페이스를 일본에 선보인 것도 PC에서 휴대폰, 그리고 전체 미디어로 그 영역을 확대해 아시아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은 시장의 잠재력이 높고, 한국은 모바일 및 유무선 인터넷 환경이 탁월하다.

마이스페이스는 따라서 국내 시장 진입을 서두르는 글로벌 기업들은 차별적인 전문 서비스에 승부수를 건다는 방침이다. 마이스페이스는 전 세계 사람들과 인맥을 형성할 수 있고 문화 트렌드를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형 서비스라는 것을 강조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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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비스 국내 진출 현황과 특징>

야후!코리아의 경우는 지난 6월 온라인 사진 공유 커뮤니티 서비스인 `플리커`를 국내에 선보였다. 2005년 3월 야후가 인수한 플리커는 이용자들이 사진에 태그(꼬리표)를 달아 비슷한 주제별로 쉽게 이미지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세계적인 사진 공유 서비스다. 플리커와 같은 글로벌 커뮤니티는 UCC의 역동성이 큰 한국 이용자들로서는 호감이 갈 수밖에 없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

여기에 스웨덴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엔트로피아 유니버스’도 국내 진출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엔트로피아 유니버스는 유럽판 세컨드 라이프로 가상 우주를 배경으로 경제행위가 이뤄지는 서비스다. 이를 운영하는 ‘마인드아크’사는 국내 파트너사와 함께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내 포털사이트가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구글의 경우 최근까지 국내 신문사들과 ‘애드 센스’ 프로그램을 통한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 확장을 논의하고 있다. 내친 김에 동영상 커뮤니티인 유튜브 한국어판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16억5,000만 달러를 내고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은 한글판 초기 화면에 VOD방식의 동영상 채널을 서비스하는 형식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작권 및 초상권이 확보된 인기 동영상 콘텐츠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광고 수익모델을 추진할 방침이다. 2005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1억 건을 상회하고 있는 글로벌 서비스가 오픈할 경우 국내 동영상 전문 포털인 판도라TV나 다음, 네이버 등은 물론이고 다량의 영상 콘텐츠 확보전에 나선 방송통신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보다는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 등이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사용 편이성이 우수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네이버의 지식검색과 싸이월드가 주춤거리며 이용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는 국내 인터넷 업계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창안하지 못하고 천편 일률적인 인터넷 생태계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적 성찰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라더라도 차별적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브랜드 명성만으로는 시장 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인터넷 미디어 기업의 국내 진입이 현지화 전략 미흡으로 실패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몇몇 서비스들도 변죽만 요란할 뿐 제대로 된 시장 분석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국내의 웹2.0형 서비스들이 아직 성장세를 구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곰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웹2.0 서비스가 크게 부족한 것은 네이버 등 일부 포털사이트가 모든 서비스와 트렌드를 장악하고 있는 환경도 한 요인이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은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도 “한국 이용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현재까지 국내 기업들이 기존에 구축한 인터넷 서비스의 시장 장악력이 월등하고 장벽이 높아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 철학과 파괴력을 감안, 국내 미디어 기업도 보다 개방적인 서비스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어 그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이미 시장은 웹2.0형 서비스를 둘러싼 M&A가 치열한 상황이다. 10월말 마이크로소프트는 페이스북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구글이 뉴스코퍼레이션 소유의 마이스페이스와 온라인 광고 제휴를 한 데 대한 대응 수순을 밟았다. 구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도 교류할 수 있는 이른바 오픈소셜(OpenSocial) 네트워킹 사이트를 개설할 방침이다.

여기에 구글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들어간 구글폰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포터블 디바이스(Portable Device)에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탑재하고 광고와 커머셜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히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는 긍정적인 기반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이동통신 가입자 수 4,00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인프라가 훌륭하게 갖춰진 매력적인 시장이다. 모바일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노리는 미디어 기업들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좋은 콘텐츠와 커뮤니티만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도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단 서비스 추이를 지켜 보다가 모바일, 와이브로, IPTV 등 보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검색, 커뮤니티, UCC 형태의 서비스에서 손을 잡거나 콘텐츠를 상호 제휴하는 형식이다.

이럴 경우 플랫폼 사업자들과 여러 가지 제휴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고, 광고 비즈니스가 중요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앞으로 이들 서비스의 본격화 국면에서 세계적 미디어 기업들이 이용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도 관심사이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M&A 보따리가 풀려질 시기와 그 대상은 핫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덧글. 이 글은 미래미디어연구소의 <미디어퓨처>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11월 초에 작성된 글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이미지는 '세컨드라이프' 초기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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