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후 이명박 대선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를 도와준 언론이 어디 있습니까. 유독 특정언론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구요”라고 했다. 또 한 패널이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줄서기 비슷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몇몇 언론은 줄서기가 아니라 줄서놓은 걸 깨버렸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미디어 비평매체는 “일부 언론들이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경선 후보를 사퇴할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사설을 내놓거나 후보당선 직후 “맹수 같은 범여권의 검증을 조심하라”는 노골적인 훈수보도를 해온 것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논평했다. 그간 선거때마다 언론의 편파보도 시비를 경험해온 유권자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일단 이와 관련된 학계의 선거보도 분석 연구물만 살펴보더라도 대체로 언론의 특정후보 편들기가 공공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계는 지난 1992년 14대 국회의원선거 이후부터 선거보도 연구를 본격적으로 전개했는데, 후보자간 우열을 서열화해 흥미 위주로 전달하는 경마식 보도, 미확인 추측기사의 남발,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내용 등 불공정보도의 사례들을 지적해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유력 매체들의 특정 정당 지지 경향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아예 언론사가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후보에 대한 언론의 공개지지는 선거 관계법의 문제나 언론현실과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특히 언론사가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밀었을 때 일정한 경영적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점도 주저스러운 대목이다. 선거결과를 떠나서 광고주의 이탈이나 유권자 저항 등 위기요소가 많기 때문에 개별 언론사가 결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지지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선거시기 사설을 통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미국의 경우, 사실관계 뉴스는 물론이고 공개지지 이후 사설에서조차도 공정성을 잃지 않는 저널리즘의 전통을 보여준다. 양당체제가 굳건한 영국도 의견이 담긴 뉴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스트레이트 뉴스에 철저한 객관보도를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매체가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 사실관계 전달 그 자체도 편향되게 흐르도록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비선호 후보자에 대한 뉴스도 합리적으로 취급한다. 엄정 중립 보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언론사의 지지후보가 존재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신문을 읽더라도 특정후보의 단점도 확인하며, 상대 후보의 장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외국 사례는 언론의 공개적인 특정후보 지지 그 자체보다는 진실성, 공정성, 유용성 등 선거 시기 저널리즘의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럽기까지 하다. 물론 한국 언론 내부에도 우수하고 다양한 보도 비평 및 검증 채널들이 있다. 노동조합이나 논조를 감시하는 기구들도 살아 있다. 하지만 그간의 선거과정 중 그것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한국 언론은 현재 산업의 위기, 콘텐츠의 위기, 기자의 위기를 겪고 있다. 컨버전스화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전통언론의 설 자리를 점점 빼앗아가고 있다. 여기에 블로그로 소통하는 ‘집단지성(인쇄·통신·운송 등의 기술을 이용해 지적 능력과 자산을 소통시키는 행위)’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성언론을 향해 “기사 좀 제대로 쓰라”며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소셜 네트워크의 집단지성은 기성언론에선 홀대받는 대선주자의 이슈 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총체적인 위기구조 내에는 새로운 시장과 뉴스 이용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부분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와 사주, 기자들이 미디어 패러다임에 맞는 저널리즘 윤리를 상정하지 않는 한 적어도 선거기간 중 한국 언론의 대선후보 공개지지, 그리고 이에 걸맞는 성숙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성언론이 애써 낮게 평가하려고 해도 상품과 서비스 영역의 핵심 소비자로서, 그리고 정치 유권자로서 전통 매체와 경쟁하기 시작한 웹 2.0 미디어 시대다. 기성언론이 공명한 선거저널리즘을 만들어가지 못한다면 그 영향력이 급감할 것임은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이미 “우리 도와준 블로거가 어디 있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아닌가.

 

출처 : 기자협회보 200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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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본문의 빨간 색 부분은 편집자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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