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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독자 소통 전담 부서 만들라

by 수레바퀴 200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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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은 독자들의 의견글(comments, 댓글)이 웹 사이트의 가치를 높인다고 판단하면서 이용자들과의 소통방법에 대해 주력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의 경우 대부분의 신문, 방송사이트가 로그인 후 자유롭게 댓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면서 적극적인 소통의 채널을 확보해두고 있다.

그러나 독자 의견글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일부 신문사에 한해 사후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견글이 발견될 경우 삭제하는 것이 전부다. 또 독자들이 의견글을 작성할 때 문제가 발생하면 삭제할 수 있음을 알리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의 세계적인 매체들은 커뮤니티나 독자와의 쌍방향 소통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저널리즘과 브랜드를 고려, 독자 의견글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관찰과 접근을 수행한다.

‘커뮤니티 에디터(Community Editor)’라는 직제가 있는 뉴욕타임스는 독자 의견글을 미리 검토한 후 등록하는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의견글이 등록된 후 스크린한다. 또 뉴욕타임스는 독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인 공격이나 야비함, 모독의 글은 금지된다. 즉, 일정한 품위가 있는 글만 등록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로그와 포럼을 활용한다. 블로그에선 모든 독자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지만 포럼은 등록이 필요하고 주제와 연관된 활동이어야 한다. 또 개인을 모독하거나 거친 인신공격은 미리 차단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비록 사후 스크린제를 택하지만 의견글이 등록되기 전에 모독류의 단어들을 필터링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한다. 여기에 다른 독자들이 포스트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는 ‘리포트 어뷰즈(report abuse, 보고 남용)’ 링크를 운영한다.

2004년 이후 약 3백만 건의 독자 의견글이 등록된 가디언의 경우 사후 개입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가디언은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통제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결과 해외의 신문, 방송 등은 9.11 테러, 런던지하철 폭탄테러,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허리케인과 쓰나미 현장의 독자들을 그들의 웹 사이트로 불러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근거지가 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브랜드를 광고주들에게 깊이 어필할 수 있게 했다.

국내 언론이 독자 의견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도 되지 않았다. 국내의 경우 UCC의 수혜가 언론사에게 돌아오지 않고 전문 UCC 사이트 등으로 몰리는 것은 독자와의 소통이 부차적이고 형식적인 ‘숙제’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UCC채널을 보유한 한 신문사닷컴의 커뮤니티를 보더라도 여성의 노출 사진으로 메꿔지고 있다. 뉴스 의견글-기사댓글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한 신문사닷컴의 댓글은 욕설과 헐뜯기,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서비스 도구만 개설해뒀을 뿐, 관리도 소통도 중재도 없어서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 뉴스룸 내부에서도 UCC와 댓글에 대한 자기반성이 개진되고 있다. 한 신문사 내부 게시판에는 “이런 UCC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브랜드 권위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많은 신문사들이 이용자 의견글을 수용하고 거기서 가치를 찾으려고 하는한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의 독자 의견글 폐해가 잇따르자 언론사들의 비판이 계속 이어졌다. 포털사이트는 독자 의견글을 사전(기술적인), 사후(모니터링), 자율(이용자 신고 등)에 의해 관리를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포털을 비판한 언론사는 이마저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언론사 스스로 성찰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관련 언론과 정부의 날선 대립양상이 계속되지만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높다. 단순히 사이버 여론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그간 언론사의 독자소통의 철학과 문화 부재를 자성해야 할 상황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 의견글에 법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언론사 뉴스룸에 심대한 장애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독자의 콘텐츠, 독자와의 소통, 독자와의 관계 개선이 중요해지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뉴스룸의 문화는 반드시 획기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독자 의견글을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허용하든 그렇지 않든, 또는 미리 또는 사후에 모니터하든 각 신문사들은 이제 독자와의 소통이 던지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독자와의 소통 전담 부서를 둘 것인가. 설치한다면 그것은 기자들에 의해 운용돼야 하는가, 아니면 온라인 파트에서 맡아야 하는가. 둘째, 독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온-오프 전략 즉, 크로스미디어 전략은 어떻게 마련돼야 하는가. 셋째, 독자(시청자)의 로열티(Royalty, 충성도)를 높여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등이다.

물론 이것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한 개의 정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언론사들을 따라가는 것이 반드시 적절한 것도 아니다. 특히 국내 언론환경처럼 저널리즘의 경쟁보다는 다른 정치사회적 맥락에 의해 좌우된 언론과 독자(시청자)의 관계모델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일은 신중하고 차별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전략 수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자들의 인식 변화다. 웹 사이트를 통한 독자와의 만남, 의견글을 포함 독자가 만드는 콘텐츠에 대한 수용, 그것의 질적 업그레이드, 특히 독자의 웹 사이트 체류시간을 늘리고 진정한 ‘고정독자(fan)’로 만드는 과제는 멀티미디어 시대 ‘저널리즘’과 ‘언론’의 미래를 위해 기자들에게 가장 최우선적이고 결정적인 업무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출처 : 기자협회보 2007.6.8. 온라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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