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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성숙한 온라인저널리즘을 위한 모색

by 수레바퀴 2007. 5. 29.

성숙한 온라인저널리즘을 위한 모색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국내 온라인 뉴스는 상당한 위기의 지점에 놓여 있다. 베껴 쓰기 능력은 온라인 뉴스 작성의 교본처럼 온라인 뉴스조직 안에서 통용되고 있다. 뉴스조직은 온라인 뉴스에 대해 비중있는 계획이나 지원을 하고 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온라인 저널리스트는 기자의 ‘지위’ 문제로 취재원 접근이 용이치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결과 내용적 차별성은 없는 속보 뉴스가 남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취재가 미흡한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 뉴스룸의 대부분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취재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재하는 당사자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절차도 사라진 온라인 뉴스는 오보와 사생활 및 저작권 침해 등 법적 시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뉴스조직은 연예, 스포츠 관련 뉴스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심지어 자체적인 조달이 어려우면 인터넷 연예 매체와 기사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언론사 웹 사이트가 선정적인 사진으로 도배되고 자극적인 문구로 채워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는 언론사의 온라인 뉴스 조직을 압박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네이버로부터 “인기 검색어용 기사를 남발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은 한 일간지 온라인 뉴스조직의 관계자는 “경쟁매체가 인기 검색어용 기사 생산을 자제하고 있어 우리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기 검색어 기사 생산이 언론사 웹 사이트에 주는 유무형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초 “조인스닷컴의 주간 순방문자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한 중앙일보 사보(제811호)에 따르면 “네이버가 검색 기사를 해당 언론사로 넘겨주는 정책 변화에 따른 기여도 있었다”면서 “여중생 집단 폭행 동영상 공개 파문 기사와 남규리 가슴 노출 등 네티즌의 이목을 끄는 특종 등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조선일보도 인기 검색어에 거는 기대치가 뒤지지 않는다.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조선닷컴)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말 사보를 통해 “네이버 메인 박스 편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뉴스 속보체계 강화가 한층 절실해지고 있다”면서 “네이버 메인박스에서 다른 언론사보다 속보제공이 느릴 경우 1등 언론사닷컴=조선닷컴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기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를 둘러싼 온라인 뉴스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는 수준 있는 온라인 뉴스 생산이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약 1,300만~1,500만명의 이용자가 들르는 네이버 첫 화면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충분하다.

 

온라인 뉴스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국내 언론사 뉴스룸의 자화상은 더 참담하다. 포털사이트 초기 화면의 뉴스박스에 얼마나 많은 자사 뉴스가 선정되느냐는 오늘 한국 언론 뉴스룸의 최대 화제가 되고 있다. 기사 댓글수도 중요한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한 언론사는 포털사이트에 인기를 끈 기사작성 기자와 (제목)편집자를 칭찬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렇게 뉴스조직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그날그날 중요한 이슈를 고려하고 뉴스 생산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 인기검색어나 네티즌 커뮤니티 정보에 의존하는 기현상이 심화하면서 온라인 뉴스의 위기구조가 더욱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포털 뉴스가 언론사 온라인 뉴스조직을 심리적, 경제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상 온라인 뉴스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온라인 뉴스가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이슈와 네티즌 반응을 정리하는 수준이라면 온라인 뉴스의 쌍방향성(Interactive)은 고사하고 뉴스 그 자체의 품격을 점점 떨어 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뉴스조직이 재설계되는 수밖에 없다. 온라인 뉴스조직과 온라인 저널리스트가 변방 또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뉴스룸 구조와 문화에서는 제대로 된 온라인 뉴스가 생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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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온라인뉴스조직의 대안 모델>

우선 현재의 조직규모는 온라인 뉴스의 중요도나 뉴스 소비자들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작은 편이다. 신문사간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5명 내외의 기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규적인 기자교육을 받았다고 보긴 힘든 계약직 형태의 온라인 저널리스트가 대부분이다. 특히 닷컴 기자들과 오프라인(종이신문, TV보도국) 기자들의 교류가 없거나 관계가 협력적이지 않은 곳이 많다.

 

해외 온라인 뉴스의 경우 심층 뉴스나 멀티미디어 기법을 활용한 입체적인 뉴스가 많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월4일부터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 이야기를 다룬 'The Citizen K Street Project' 기획물은 종이신문에서 취재기자, 편집자, 정보검색 편집자 등 총 3명, 온라인은 편집자, 비디오 촬영기자 등 총 8명 등 모두 11명이 25회에 걸쳐 작업하는 연재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이 뉴스는 내부의 다양한 전문 저널리스트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콘텐츠이다.

 

국내에서도 부정기적이지만 온라인 뉴스의 질적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은 자체적인 영상 기획물을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 일부 매체는 기자들의 속보 가담이 늘고 있다. 온라인 뉴스가 언론사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는데 중요한 매개물이라는 점을 인식한 결과다.

 

그러나 오프라인 뉴스 부서와 온라인 뉴스 부서가 공조하는 경우는 드물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뉴스조직과 기자들이 신문/TV 그리고 웹 플랫폼에 대한 다른 철학과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신문에는 요약형태의 리포트가 나가는 대신 웹에선 전체를 다루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뉴스는 즉자적, 임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기획의 산물로 부상한다. 베테랑 기자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분석형 콘텐츠를 서비스하거나 디지털스토리텔링이 주도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뉴스가 구조화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조기에 완성하려면 뉴스룸 혁신을 통한 조직, 자원, 인력의 재정의가 요구된다.

 

가장 먼저 개별 신문기업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뉴스조직 비중이 50:50 또는 반드시 대등한 물리적 비중은 아니라도 두 조직간 공생관계를 다질 수 있는 뉴스룸의 설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온라인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대우도 마땅히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명백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또 오류가 줄어든 온라인 뉴스가 생산되기 위해서 아카이브나 뉴스 제작툴이 표준화돼야 한다. 즉, 실질적으로 기본 인프라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포털사이트에 함몰된 국내 온라인 뉴스 생산 패러다임을 정상화하는 부분이다. 이때 뉴스룸의 혁신을 먼저 해야 하는가, 아니면 포털-언론간의 관계모델을 먼저 개혁해야 하는가는 고민할 사안이 못된다.

 

뉴스룸 혁신을 진행하게 되면 온라인 뉴스 생산의 최우선적인 잣대는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이용자와 시장이며, 그 ‘로열티(royalty)’라는데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브랜드 밸류를 이상적으로 위치시키고 궁극적으로 가치유발을 촉진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지식대중인 수많은 당신(YOU)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로부터 온라인 뉴스가 정의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품격 높은 온라인 뉴스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월간 미디어퓨처(Media+Future)  6월호에 게재될 글입니다. 이 포스트는 5월 16일께 편집자에게 원고를 넘겼음을 감안하십시오.

이 포스트의 주제와 관련 파워 블로거 '그만'님이 서론 부분에 해당하는 글을, 제가 정리 및 결론에 해당하는 글을 담당했습니다. 이 포스트는 결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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