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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월드컵 올인'-지식대중이 검증해야 한다

by 수레바퀴 2006. 6. 7.

'월드컵 올인' 한국 사회가 미쳐가고 있다. 모든 미디어가 '월드컵' 콘텐츠를 폭격처럼 퍼붓고 있다. 서울 광화문은 대형 빌딩들이 내건 월드컵 걸개 그림으로 월드컵 개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포털사이트, DMB 등 뉴미디어 영역에서도 월드컵은 제 철을 만난듯 거침없다.

이 월드컵 콘텐츠는 지난 3월 이후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방송사들은 D-100을 기점으로 월드컵 관련 소식을 대폭 늘렸다. 현재는 방송 3사가 독일 현지에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가장 많은 기자와 엔지니어들을 보낸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정보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기업인 신문, TV가 월드컵 콘텐츠 이외의 것에 주목하지 않는 것은 어마어마한 광고 시장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중계권을 확보한 지상파 방송 3사는 이 시장에서 거둬들여야 할 돈 때문에라도 '올인'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신문기업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지만 국가적 이벤트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자세로 매진하는 모양새다. 주요 스포츠신문을 비롯 대부분의 신문기업이 특파원을 늘렸다. 또 뒤늦은 자성론이 있긴 하지만, 현재 기자를 비롯 뉴스조직 내부에서도 월드컵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점검하고 있지 못한 채로 무한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 블로거 기자단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생산자가 나타나고 있다. UCC 기반의 인터넷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반응과 체험을 담아내려는 다양한 시도 때문이다. 특히 가전업체, 통신기업 등 규모를 가리지 않는 기업의 마케팅이 한국의 길거리를 'Reds'로 물들이고 있다.

이러한 월드컵 콘텐츠의 홍수는 한국 사회의 다양성 부재를 단적으로 웅변한다. 월드컵 이외에는 담론을 만들지도, 소통시키지도 못하는 없는 사회적 소통기제의 낙후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회의 담론을 풍성하게 하고 창조적으로 이끌어야 할 언론 역시 제역할을 방기했다고밖에 볼 수밖에 없다. 미디어 기업이 공급자적 관점으로 월드컵을 다루고 있고, 산업적인 승부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디어가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소통하는 창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독점적인 플랫폼을 활용, 일방적인 월드컵 콘텐츠를 유통시키면서 더욱 영향력을 확대, 수익을 창출하는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월드컵 올인의 한국 사회는 첫째, 창조적이고 다원적인 문화 생산-유통-논의 시스템의 부재 둘째, 지성계-언론-시민단체 등의 역할 방기 셋째, 전통 미디어를 비롯 미디어 업계 전반의 산업논리 넷째, 이용자 등 콘텐츠 소비자들의 적극적이고 대안적인 연대 붕괴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는 월드컵의 '상업화'는 보다 다국적인 기업들에 의해서 다뤄지고 있다. 다국적 미디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점증하는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콘텐츠 소비자들을 원치 않는다. 창의적인 이용자들의 등장이 하나의 추세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테두리 안에서 머무르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거대 미디어 기업과 스포츠가 결합, 상당한 채널을 과점함으로써 이용자들은 더욱 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로써 이용자들은 콘텐츠 선택권이 상실되고 참여와 소통이 극단적으로 형성되게끔 유도받는다.

그들은 아주 제한된 광장으로-대기업과 미디어가 꾸며놓은- 나와서 월드컵을 환호하고, 이것은 다시 미디어에 의해 재포장된다. 다시 부가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시장과 미디어, 이용자들은 월드컵 일색이 돼가는 형국을 비판적으로 바라다볼 수 없게 되는 월드컵 동반자가 되고 만다.

인터넷 미디어는 그러한 맥락에서 더 이상 의제소통의 광장이 아니라 상업화의 최첨병이라는 혐의를 벗을 길 없다. 한국의 포털사이트는 이용자들의 활발한 참여와 소통을 이끄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다양성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제한적이고 오락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물론 이러한 환경은 전통 미디어의 책임이 있다. 전통 미디어는 포털사이트로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유통시킴으로써 또다른 과도한 권력을 만들어 줬고, 이제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수세적이며 동업자적인 제스쳐만을 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드미디어나 뉴미디어의 '월드컵 올인'을 제어하고 효율적이며 객곽전인 좌표를 제시했어야 할 지식사회는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지식인들의 월드컵 올인 비판이 뒤늦게 나오고 있지만 이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창구는 이미 봉쇄돼 있는 상황이다.

중심을 잡고 다양한 가치를 제언하고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의 장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는 또한번 문화적 다양성의 진로에 도전장을 받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미디어인 신문, 방송 이외의 대안 채널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거나 사회적 경제적 대화공간이 미진한 한국 언론의 낙후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 이 파장은 단순히 언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이 아닌 다른 주제가 의미있는 공간을 가지지 못함으로써 한국 사회는 더욱 더 수동적이며 일방적인 문화들로 채워질 수 있는 위험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민주화항쟁의 역사를 가진 6월에는 부동산, 세제, 남북철도 및 경협, FTA 등 한국 사회를 중요하게 만들 여러 이슈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생산적으로 소통되고 있지 않다.

2002한일월드컵은 한국 사회를 보다 주체적이고 참여적인 문화로 바꾸고 좌절과 패배의 역사에서 승리와 자부심의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킨 의미있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것은 언론-지식인 등 전통적인 사회의제의 채널들에 의해 수용자의 창의성과 민주적 다원성이 확대, 제도화되지 않고, 콘텐츠 소비와 산업적 알고리즘의 기제로서만 해석됐다. 이것은 정보소통과 담론소통을 좌우하는 기성권력-미디어의 의도대로 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식대중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고,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창조적인 새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대중을 농락하는 미디어와 자본의 월드컵 콘텐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향후 한국 사회의 보수화 정도를 가늠케 될 미디어 권력의 '월드컵 올인'이 지식대중과의 조우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정돈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덧글. 한국에서의 6월은 민주화항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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