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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신문의 경쟁력

by 수레바퀴 2006. 5. 11.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권위지 뉴욕타임즈와 손을 잡은 것은 낯설지 않은 이슈를 제공한다. 그것은 ‘이용자와 시장’에 대한 것이다. 점점 다양한 채널과 쌍방향적인 기술, 지식대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종이신문이 현재까지 고유의 역할을 지키면서 성장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종이신문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를 예단하기란 어렵지만, 적어도 종이신문 단독으로 생존하며 종사자를 배불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게 된다. ‘신문의 혁신’이란 화두는 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문의 도전과 재구축을 의미한다.

이것은 근래의 몇 가지 일들을 경험하면서 더욱 자명해진다.
지난 2000년 시민 참여 저널리즘(Citizen Journalism)을 내건 ‘오마이뉴스’의 등장은 신문의 ‘위기’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오마이뉴스의 아마추어 저널리스트들은 20세기까지만 해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올드 미디어의 특권적 저널리즘을 마음껏 농락하면서 영향력을 야금야금 빼앗아갔다.

시민기자들은 인터넷으로 쏟아져 나왔고 스스로 대안매체를 창조했다. 오마이뉴스 현상은 불과 5년만에 전지구적으로 파급됐다. 오마이뉴스 일본판이 나오고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저널리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확보한 블로거들은 올드 미디어의 콘텐츠 공급원으로까지 성장했다.

블로그와 RSS, 웹2.0등 점점 진화하는 기술은 지식대중이 선사하는 콘텐츠( UCC, User Created Content)를 주류(main stream)로 변모시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커뮤니티 기반의 인터넷 방송 사이트 ‘엠군’을 수중에 넣었으며, 중앙일보 등 대부분의 신문사들도 이용자가 참여하는 ‘블로그’나 시민기자제의 변형을 도입했다.

이같은 이용자 참여 공간의 확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의 재생산과 공유,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도 일어나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이용자들의 지식정보를 집적하는 프로젝트 등 ‘창조적 미래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한 예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형태이다.


또다른 현상은 다양한 뉴미디어 시장에 대응하는 신문기업의 적극적 진출이다. DMB에는 주요 매체들이 발을 담그고 있다. IPTV 나아가 디지털 케이블TV를 포석으로 한 비디오 콘텐츠 제작 기반을 갖추는 곳도 늘었다. 아예 온라인 뉴스 조직을 확대, 별도의 신속하고 오락적인 서비스 창구를 개설하는 곳도 생겼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은 서비스를 담당하는 채널이 아니라 이미 그 자체가 새로운 미디어이며 권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나 CNN, 구글과 네이버, 미디어다음 등 오프라인 및 온라인 미디어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은 인터넷에서 단지 콘텐츠를 소비하며 머물지 않고 지식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과 언어, 종교와 문명,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성과 개인성을 넓히는 인터넷의 잠재력은 올드 미디어가 기존에 단일한 플랫폼에서 획득한 체계와 전통을 무제한적으로 재설계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보수신문의 ‘냉전’ 콘텐츠나 친기업 위주의 콘텐츠도 전환의 국면에 놓이고 있다. 이것은 역동적인고 다양한 이용자들과는 충돌하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권위 있는 어떤 신문이 특정한 성향의 그룹들과 소통하는 공간과 경향만을 지탱하려 든다면 그것은 개방성, 다양성, 개인성이라는 새로운 플랫폼과는 비껴선 것으로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정한 카테고리를 다루는 신문에서 이용자의 삶, 커뮤니티와 밀착하려는 변신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신문 판형을 줄이거나 비주얼 편집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아주 작고 애교스런 혁신에 불과하다. ‘신문’과 멀어지는 독자층을 구애하는 소소하고 원대한 시도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낼지는 불분명하다. 신문 등 올드 미디어의 혁신이란 그 매체 안팎의 배경, 그리고 시장의 규모, 이용자 정서와도 유관하기 때문에 대단히 복잡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한의 공약수를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 특히 신문은 지금까지 많은 낭비로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통합뉴스룸’, ‘비디오 뉴스’, ‘이용자 참여 콘텐츠’ 논의도 그 연장선상에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통합뉴스룸’은 궁극적으로는 입체적 콘텐츠 생산을 위한 뉴스조직의 최적화에 그 목표가 있다. 비디오 뉴스 제작 기반이 없는 신문기업이 단순히 뉴스조직의 물리적 통합을 고려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통합이 목표가 아니라 통합 이후의 콘텐츠 질 또는 유통시장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수십억대의 비용이 드는 비디오 뉴스 생산 거점-스튜디오를 만든다는 것은 재고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문기업이 존재하지 않던 방송 인프라를 어떤 전략적 고려 없이 갖추거나 온라인 뉴스조직과의 유기적 결합 없이 일방적으로 합치는 것들이다.

이것은 예상되는 불협화음을 고려할 때 전적으로 옳지 않다. 이미 일부 매체에서는 무조건적인 통합 후유증이 일고 있다. 상당수 종사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신문사를 떠났다. 온라인 뉴스 조직의 독자성과 창조성을 무시하거나 오프라인 뉴스 조직의 기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인터넷 뉴스와 시장에 매달리게 하는 이유 때문이다.

이용자 참여 콘텐츠도 그렇다. 그것이 신문에게 어떤 이로움을 가져다 주는 건지, 그것을 위해서 안팎의 인프라가 준비돼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상당수 신문, 방송사가 인터넷으로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할 정도로 형식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매체에는 어떤 UCC가 필요한지 냉정한 자기검증이 필요하다. 가령 유가부수 100만부와 20만부를 찍는 신문이 있다고 하면, 전혀 다른 UCC가 나와야 한다.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 있는 신문의 UCC는 권위와 위험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신문사는 타깃을 조밀하게 설정하면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또 비디오 뉴스를 만들어 팔 수 있는 시장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그리고 내부 또는 외부에서 제작했을 때 어느 정도로 기존 뉴스조직과 결합할 수 있는지, 콘텐츠의 양과 질은 경제성의 기준을 놓고 충분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신문기업이 담당해야 할 ‘비디오 뉴스’란 사실 존재하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인 규모라고 봐도 무방하다.

외국에서 신문기업의 비디오 뉴스는 실제로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경우는 드물다. 협업 프로그램에 의해 계열사 또는 신디케이션을 통해 확보하거나 극히 소수의 조직-그러나 효율적인 시스템에 의해서 이뤄진다. 국내에서 종이신문 기자들에게 일정(?) 교육을 시킨 뒤 캠코더를 지급, 동영상 콘텐츠를 무조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거의 ‘테러’에 가깝다.

기자들이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고 전문가로 수준이 올라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업무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제대로 구현이 가능하다. 기존의 업무양식은 그대로 유지된 채 전혀 다른 영역을 요구하는 것은 비능률적이다.

신문사들이 변화무쌍한 이용자와 시장을 상대하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우수한 기사-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수한 독자를 모으고 지키는 일이다. 이는 신문이 고전적인 종이 플랫폼에서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엉뚱한 곳에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첫째, 신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가령 오랜 전통을 가진 신문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신문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통’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이 시장 내 영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전통을 유지하는 모든 조건들은 유효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개혁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신문의 경우 그 희소성 때문에라도 보수적인 매체에 비해 월등하거나 혹은 중요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원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개혁성을 더 강화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것으로 말이다.
다시 말해 신문의 경쟁력을 콘텐츠로 보든 전통으로 보든 시장성으로 입증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경쟁력의 요소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때문에 다른 경쟁력을 찾아야 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내부의 역량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


둘째, 좋은 콘텐츠를 만들 준비가 돼 있는가?

뉴스조직 내부에 기자들의 역량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종종 우리가 실수하는 것들 중에 하나는 기자들이 모든 것에 능통할 수 있고, 그것은 부서장(데스크)의 역량에 달린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일부는 맞지만 대부분은 틀렸다. 기자들은 대부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돼 있고 원하는 일도 따로 있다.

뉴스조직을 효율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인사정책을 ‘자리 나눠 먹기’ 식이 아니라 가장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자 즉, 저널리스트의 전공을 살리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반적인 사건 사고 기사를 쓰는 부서를 가장 많이 두는 뉴스조직에서 좋은 콘텐츠는 나오기 힘들다.

인터넷이 신문의 역할을 대체한지 오래다. 신문은 더 이상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뉴스조직으로만 유지해선 안된다. 국내 신문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뉴스조직의 혁신을 누가 먼저 수행하느냐, 기자들의 자질을 최단기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키울 것인가에 의해 시장내 영향력 순위의 변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한 중소규모의 종이신문사 인터넷뉴스 담당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그 기자가 몸담고 있는 매체의 브랜드보다 경쟁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매일 수십만명의 팬이 찾는 그의 블로그에 대해서 해당 신문사의 뉴스조직이 알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적어도 고의적으로 또는 관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고 있거나 아예 모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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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업에서 좋은 콘텐츠가 나올 확률은 공중파 TV, 인터넷 언론, 포털사이트 UCC 기반을 통톨어서 아직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왜냐하면 신문 기자들은 여전히 엄격히 선발되고 꾸준히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의 대응 부족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똑같이’ 내놓고 있다. 좋은 기자의 상품성을 연고주의에 묻어 버리며 ‘순서’를 기다리게 하는 ‘조직문화’의 탓이다.

셋째,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는 잘 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어떤 신문기업이든, 규모가 크든 단지 수 만 부를 찍든간에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가 있다는 점이다. DMB, 와이브로 시대에 고정 독자를 가진 신문기업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 독자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기초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느냐에 따라 행복의 수준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가진 매체의 시장 경쟁력이 앞선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차별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 수가 기업의 조직규모를 넘어설 때부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구독자를 열정적으로 관리할수록 뉴미디어 이용 패턴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그 구독자들은 해당 신문을 결코 이탈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내 신문기업이 독자 상대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불과 1~2년 전부터 독자DB와 지국망을 연계한 프로그램이 일부 신문사를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독자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는 신문의 경우는 UCC의 역동성도 높은 편이다.

좋은 콘텐츠를 담은 신문은 로열티가 높은 독자를 가질 수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까지나 스스로에 대한 혹독한 채찍을 통해 차별성을 담보하는 조건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디오 뉴스, 통합뉴스룸, 이용자 참여 콘텐츠는 그 이후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한 신문사 경영기획실 기자를 만났는데, “자원(콘텐츠)에 자산 개념을 도입해 효과적인 메타DB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전과 결과물을 당장에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잘 되는 신문사라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신문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한다.

결국 신문기업의 튼튼한 자생력은 첫째도 둘째도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평가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때로는 고통스런 현실을 까발리는 일이 되겠지만 피해서는 안된다. 당장 필요한 것과 그 다음 필요한 것을 정리만 하더라도 미래전략의 절반은 마무리한 셈이다.

출처 : 기자협회보 온라인판 2006.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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