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신촌 연이빌딩 미디어연대 강의실에서 '인터넷언론 시대의 기자상'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마침 이날 강의는 새로운 직장 출근 첫날 이뤄진 첫 외부 행사여서 개인적으로 뜻깊은 자리였다.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청해준 '기자'들에게 경의를 전한다.
이날 강의를 위해 미리 제출한 발제문은 지난 2003년 한국언론재단 강의를 위해 만들어뒀던 것을 '증보'한 것이지만, 이날 강의는 발제문에 의존하진 않았다.
새로운 시대의 기자들은 '소통'에 주력하여 '연대'를 제창하며, 도덕심을 견지하고 거대서사 및 담론에 주목하며, 전문가로써의 다양한 채널 확보를 위해 투자하라는 주문이었다.
특히 스스로에게, 그리고 올드미디어(종사자)에게, 또한 그들과의 관계에서 '설득'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당부했다.
끝으로 이날 강의는 시민저널리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디어연대의 이수인 활동가에게 특별히 감사해야할 것 같다.
그들의 진지한 노력으로 지식대중은 기성매체를 압도하고 뉴미디어 시대의 의미있는 권력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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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 시대의 기자상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 '뉴스'를 다루는 직업군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종사자들의 업무가 독립적, 전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종사자들에 대한 정형화된 자격 조건이나 트레이닝 과정도 없고, 이들 직업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 담당자들은 디자이너부터 프로그래머까지, 그리고 종이신문 취재 기자 경력이 있는 기자부터 콘텐츠 기획자까지 다양한 업무 경험자들에 의해서 복잡하게 추진되고 있고, 심지어는 번갈아서 다뤄지는 등 업무 자체에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에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미디어 강화'를 선언한 이후 도대체 언론은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이들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저널리스트'인지 아닌지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새 정부 출범 이후 온라인 언론에 대한 예우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매체와 뉴미디어 간의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데다가, 사회적 대우도 차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달말 발효되는 신문법 시행령에 따라 인터넷신문 등 새로운 기자군들의 위상과 처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물론 이같은 신분상의 변화가 여전히 공고한 전통적 매체군 위주의 언론시장의 변화를 초래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이야기 형식을 만들어내며 기성 담론들과 싸우는 주역"
단지 인터넷 언론 기자들은 보편타당하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한국언론의 권위주의와 시장독점주의, 일방적 획일주의에 보다 전면적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앞으로 인터넷신문에서 주로 활동하는 새로운 저널리스트들은 전문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점점 더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긍지를 굳혀 가야 하며, 이런 일에 대한 사회적, 내부적 이해를 구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이 직업군의 안정적인 자리매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저널리스트들과 경쟁하고 이겨서 확보해야 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투쟁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 된다.
즉, 이 일은 과거에는 정보를 독점하고 군림하면서 일방적인 이야기를 해오던 언론(종사자)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며 여러 다양한 층위와 소통하는 상호적인 무대에서 동료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동료들은 네트워크로서, 지속적인 연대와 소통의 끈을 가지면서 주류 언론의 정치사회적 관전기를 비껴서는 또다른 통렬한 담론과 이야기 형식을 발굴해내고 퍼뜨리는 밀알인 것이다.
종이신문처럼 전통적인 매체의 기자들은 여전히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제한된 틀에서 개인적으로, 또는 전통적으로 확보한 정보원들을 상대로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신문 기자들은 취재원은 물론이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에게 한정된 네트워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보다 더 직설적인 화법을 요구한다. 특히 이들에겐 화려한 수사적 은유보다는 '생동감'이 요구된다.
따라서 더 많은 보폭과 민첩한 감각을 갖고 있어야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게 된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여전히 기성매체의 시장에서는 '일회적이고' 무모하며, 또한 거칠게 비쳐지고 있다는 데 있다.
"서서히, 그리고 진지하게 전문성을 확보해가야"
물론 이같은 비난들을 전혀 유효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 기자들은 전통매체 기자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과 갈등을 겪고 있고, 전통적인 미디어를 신뢰하는 취재원과의 신경전 등 업무 외적인 부분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와 관련된 논의조차 내부적으로 활성화하지 않은만큼 인터넷 기자들이 겪는 고충이 크다는 점에서 그같은 기성매체(종사자들)의 부당한 관전기는 적의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새로운 저널리스트들은 첫째, 전통적인 매체 및 기자들과 경쟁관계에 놓인 가운데 둘째, 전통적인 기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며 셋째, 전통적인 정서와 구조를 혁신시키는 성원(成員)으로 그 존재의 의미를 서서히 찾아나가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종이신문 기자들이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오히려 이러한 지형에 있는 온라인 기자들의 위기와 고통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는 요소가 됨직하다.
"우월한 능력은 곧 도덕성으로부터 시작"
전통적인 기자들이 못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다. 종이신문이나 방송사와 같이 기존 업무 환경에서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영역이 지극히 축소된다. 다시 말해서 반복적이며 표피적이고 수동적인 업무 상태에서 온라인이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라인 기자들은 다르다. 전통적인 기자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 중에 뉴미디어 환경에서 가능한 것들은, 첫째, 독자들과 기사 및 현안에 대해 즉시적인 논전(論戰) 둘째, 독자들을 우대하는 것 셋째, 독자들과 관계(friendship) 맺는 것 넷째, 독자들의 의견을 매체의 모든 채널에 최대한 반영하는 것 등이다.
이것이 온라인 저널리즘의 핵심에 해당한다. 즉, 독자들과의 쌍방향성에 적극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자기 기사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자신이 속한 매체의 전 영역에서 지속적인 독자와의 '짝짓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애프터워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에는 이메일, 리플, 오프라인 만남 등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다.
전통적인 매체 기자들은 현재의 여건상 전혀 할 수 없다. 또 이들이 온라인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 지극히 종이신문 등 전통매체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단순히 관심을 갖고 어떤 형태로든 참여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같은 매체가 성장한 것은 독자들을 예우한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커뮤니티화하고 매체(홈페이지)의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오마이뉴스의 질적인 도약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기자들의 신뢰성, 아마추어 시민기자들과의 간격좁히기, 독자들과의 더 큰 관계 설정, 지속 성장이 가능한 수익모델 개발의 문제 같은 것이다.
수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관건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지식대중인 수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준비해가야 하느냐는 점이다. 현재에도 전통적인 기자군들은 독자들과 어떤 전략적인 '관계'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블로그 등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업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 않는 한 과거 저널리스트들은 여전히 객(客)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인터넷신문과 같은 뉴미디어 종사자들은 공급자가 아니라 수용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특히 블로그저널리즘이나 댓글저널리즘처럼 수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다른 정보와 지식들을 전혀 다른 플랫폼에서 구성해가는 것들도 유의미한 일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보다 더 많은 지식대중과 함께 하는 일이며, 신진 저널리스트 스스로는 물론이고 해당 매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저널리스트들이 첫째, 수용자들을 그루핑(grouping)할 것 둘째, 정보들을 체계화할 것 셋째, 생성된 기사의 사실이 사멸하거나 무의미해질 때까지 관리할 것 넷째, 위에 사항들을 수행하고 있는 기자의 면모를 정례적으로 독자들에게 서비스할 것 다섯째, 또한 그 결과를 정량화해서 기록할 것 등 이용자들과 보다 다양한 시도와 접점을 갖게 된다면 그 영향력은 지속가능한 틀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자군 못지 않게 끊임없이 진화하고 개방된 인터넷이라는 그물망 속에서는 저널리스트들을 유혹하는 여러 장치들도 상존하고 있다.
신진 저널리스트를 위협하는 요소들
쉽게 인기를 끌려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뉴미디어에는 가득하기 때문이다. 매명주의, 선정주의, 소영웅주의 등은 인터넷 신문 기자들을 힘들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전통적인 기자군들은 이것을 협소한 공간과 한정된 풀(pool) 속에서 감추거나 폐쇄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 저널리스트들은 한 번의 실수로 영원히 추락할 수 있기도 한다.
특히 방대하고 양질의 정보를 미리 확보한 종이신문(기자)처럼 훈련되고 학습된 취재기법을 전수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쉽게 뒤쳐질 수 있다.
따라서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이것들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보다 더 충실된 기자로서의 소명의식과 발군의 취재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상대적으로 "맨 땅에 헤딩" 격의 취재에 의존하게 된다. 또 온라인 환경은 오프라인과는 예기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뉴스'가 되고, '특종'이 되는 환경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준비보다는 즉흥적이고 임시적인 대응을 더 많이 요구받는다.
취재에 있어서도 뉴스 소재들이 사소한 일상생활의 반경에서 포착되는게 많다. 한데 이런 것들을 다루는 일은 독자들의 터무니없이 과도할 정도의 민감한 반응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기자의 생명력 단축을 자초해서는 안돼”
또 여러 정보들을 조합하고 잘 정리하여 의미를 재해석하는 일만으로도 독자들과 다양한 인터랙티브를 즐길 수 있다. 이것은 인터넷 언론 기자들에겐 기존 매체의 기자들과는 다른 일종의 훈련의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과정에서 고답적이고, 규격화된, 기승전결식 형태보다는 파격이 요구되는 기사쓰기가 더욱 필요하게 된다. 이 같은 취재와 보도행태는 잘되면 좋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기자의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결과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이러한 일은 앞으로 상당 기간은 법제도적 미비 등으로 인해 정확한 사실 확인이나 취재원 연결이 미흡한 과정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들은 첫째, 전통적인 기자들의 훈련과정을 유의 깊게 살피면서 나름대로 학습해야 하고 둘째, 다양한 취재 관련 커리큘럼에 적극 동참해야 하고 셋째, 부족한 부분을 지식대중과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수정, 대체하면서 오픈 미디어로 극복하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은 기존 활자매체에 기사를 싣는 것과 다른 양상을 띤다.
활자매체에 나간 기사는 짧으면 하루만에 생명력을 다한다. 하지만 온라인의 기사는 두고두고 회람, 전파, 활용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오프라인과는 비교가 안된다. 때문에 한번 출고(등록)한 기사는 계속 관리해줄 필요성이 대두된다.
“자기 기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특히 첫 취재 기사가 아주 중요하다. 잘못 나간 온라인 기사는 미처 손을 쓸 수도 없이,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온라인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과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인터넷 신문 기자가 좋은 취재를 위해서 준비하는 단계는 오프라인 기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저널리스트는 온라인 자체가 취재의 중심이고 확장의 첫 출발지이다.
첫째, 온라인 동호회 활동에 가담해야 한다. 이는 정보원 확보에 해당한다. 인터넷은 전국적으로 연결돼 있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연결돼 있다. 정보원 확보를 위해서 관심있는 분야나 취재를 하고 싶은 분야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어떤 정보원들보다 훌륭하게 응대해줄 것이다.
둘째, 스스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는 온라인 기자들의 정보 산실로 기능하도록 하고, 이것을 소속된 온라인 매체로 연결시키거나 홍보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자신의 글쓰기 연습 무대로 활용해봄직하다.
셋째,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모여있는 곳, 훌륭한 글이 등록되는 곳, 오프라인 저명 인사가 운영하는 곳, 정부부처-정당-언론사 게시판 등을 즐겨찾기 해두고 매일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래된, 희귀적인 정보에의 집중
넷째, 인터넷은 최신성을 위주로 움직이기도 한다. 또한 아주 오래된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또한 희귀적인 정보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 가지 특성은 신진 저널리스트들들의 중요한 가치 척도가 된다. 규모나 파급성을 고려하는 오프라인 기자들과는 차이가 있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으로 인터넷신문처럼 새로운 저널리스트들이 유의해야 할 것들을 살펴 보았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인터넷 언론 기자들은 도덕성, 전문성, 상호소통성을 주요한 덕목으로 소화해가면서, 주류 언론과 기성매체 종사자들이 선점한 기득권, 권위주의를 분해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점점 신저널리스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양되고 있다.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펜 대신 노트북을 든 새 저널리스트들의 시대는 한국사회의 변화무쌍한 흐름들과 밀접하게 다가올 것이다.
문화적으로 탈바꿈하는 수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와 정치사회적 참여 기제들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콘텐츠로 바꾸는 주체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이제 정보를 제공하고 퍼뜨린 역할을 해온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새로운 도약의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과거 오마이뉴스의 풀뿌리 참여저널리즘에서 이제는 능동적 네트워크 저널리즘의 본류로 작동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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