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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댓글과 실명제

by 수레바퀴 2005. 7. 6.

인터넷 이용자들의 '댓글' 문화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첫째, 댓글이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여론'으로 조명되는 플랫폼 위에 놓여 있고 둘째, 단순히 댓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재확인, 수정, 보완, 전파 등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며 셋째, 댓글에 대해 효율적인 개입과 장치를 통해 순화되기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포털이 뉴스 또는 정보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가운데, 매체 고유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낮아지고 있다. 포털은 뉴스를 유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댓글이나 공론장을 통해 스스로 권력화·미디어화하면서 '여론시장'에서 부상해왔다. 즉, 포털의 댓글과 토론장, 여론조사(의 영향력)는 기성매체를 압도하는 지렛대가 됐다.

반면 기성 매체인 신문사(닷컴)는 뉴스 콘텐츠의 생산자로써 기능할 뿐 아무런 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신문사 사이트의 댓글이나 여론조사, 토론장은 해당 매체의 오래된 '논조'만을 되풀이하는 또다른 채널에 불과하다. 그대신 온라인 참여와 여론형성의 주도적 공간을 포털에 내주고 수동적으로 피드백하는 전달자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기성매체는 인터넷문화의 폐해를 또다시 성찰없이 중계하고 있다. 최근 상황론에 힘입어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실명제도 마찬가지다. 익명성 때문에 댓글을 포함, 인터넷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이 혼란과 폭로로 멍들고 있다는 오만한 편견에 근거하고 있다.

'강단'에서는 이 문제를 "사이버 폭력은 익명성 때문이 아니라 비대면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느슨한 행동을 하는 곳이 사이버 공간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 적극적으로 사회자나, 운영자가 개입하고 있는 곳에서는 댓글이나 게시판 글들이 "지나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오히려 엄숙하고 정제된 글들도 상당하다.

문제는 포털처럼 모든 기사나 공간에 쌍방향 공간을 오픈해두고 있는 데서 발생한다. 물론 포털에서도 긍정적 소비나 소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댓글, 토론게시판과 같이 또다른 여론 형성과 정보 소통의 매개가 되는 장치들에 대해서는 관리자가 이것을 항상 적절히 개입·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것들을 이용자에게 전적으로 방임할 경우에는 쏟아지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현재의 포털이 그렇다. 적어도 댓글 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은 훈련된 관리자에 의해 이용자들의 소통흐름을 분석하고 때로는 개입할 때만 의미있는 저널리즘이 될 수 있다.

만약, 포털처럼 뉴스가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재생산되는 곳에서 (운영주체가) 통제불가능한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며, 유무형의 이득을 챙기는 것은 반사회적이다.

앞으로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댓글과 토론장, 여론조사 등은 첫째,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사실 기사들 중 댓글이 급증해 하나의 콘텐츠로 부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이것들을 어떻게 선별하고 조정하느냐인데, 할당량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적 가치 중심의 흐름이 지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때문에 전문적인 게이트 키퍼가 필요하다. 또 최소한의 규칙들은 정해져야 한다. "길거리에서 옷을 벗어서는 곤란하다"는 정도의 오프라인 가정들이 온라인에도 예시돼야 한다. 이것들을 끊임없이 피드백하고 캠페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포털은 이용자와의 긴장, 소통무대라는 우산 아래 지나치게 사이버 문화를 '즐기는 것'으로 몰아간 책임이 다분하다.

셋째, 댓글, 토론장, 여론조사를 반드시 포털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댓글은 해당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 사이트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링크한다거나 관련 토론장 역시 해당 매체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매체가 희망한다면 함께 진행하거나 특정한 페이지나 노출에 의해서만 진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포털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매체도 아직 그러한 서비스들을 발전적으로 수용할 준비가 부족하다. 이점에서 포털과 매체, 이용자, 국가간의 인식 차는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익명성의 폐해, 또 사생활 폭로 등과 같은 문제점들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예방하고, 단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또다른 주민등록번호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 인터넷 실명제 주장을 펴면서, 최근의 흐름에 편승해 쉽게 국가통제의 길을 열어두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강력한(?)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될 경우 무엇보다 참여민주주의 등 공공적 기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이버 공간이 유희적 콘텐츠만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기본적으로 사이버 공간이 생산적인 공론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이해관계자들의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 대화에서는 첫째, (포털/매체) 운영자가 뉴스 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 댓글, 토론, 여론조사 등은 책임과 권능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국가와 포털/매체 등이 사이버 교육과 문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도덕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되, 그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보다 현실적인 진단과 처방이 나와야 한다.

셋째, 기자를 비롯 지식인 집단이 선정적이며 인기 위주의 콘텐츠 생산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로서의 각성과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이렇지 않고서는 사이버 공간은 늘 위험과 가능성의 변주곡을 켜면서 기성매체 기자들에 의해서 어떤 때는 엘도라도를, 또 어떤 때는 주홍글씨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포털-인터넷 등을 둘러싼 '대회전'이 필요한 때다.

200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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