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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감성과 소통의 블로그 정치

by 수레바퀴 2005. 4. 28.


국회의원들이 블로그(Blog)로 모여들고 있다.

 

블로그는 새로운 정보와 상호 연결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1인 매체로, 네티즌 사이에서 주요한 소통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현역 국회의원 블로그는 줄잡아 50여 곳.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 블로그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은 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새로 블로그를 개설하는 추세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블로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블로그가 ‘주체성· 업로드(Uproad)· 감성· 네트워킹’의 성향을 띠는 40대 이전의 신세대 유권자들과 맞아 떨어지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불특정 다수가 찾는 개인 홈페이지보다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감성적인 콘텐츠들이 쉽게 오고 갈 수 있다. 또 좋은 정보들은 트랙백 등 유용한 기능을 써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친한 이웃의 식별도 가능하다. 종전의 개인 홈페이지가 일방적인 의정보고와 정책 전달 수단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반면, 블로그는 사적인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가족 등 사생활이 가감 없이 전달되는 익숙한 공간이 되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블로그는 점점 오밀조밀한 네트워크를 갖춰가고 있다. 대표적인 국회의원 블로거 중의 한 명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속마음’을 블로그에 잇따라 올려 네티즌들의 긍정적 입소문을 유도하기도 한다.

 

일관된 소신을 공개한다

 

원 의원은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주먹이 운다’는 글에서 “과거사법을 4월 중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한 네티즌이 자신에게 보낸 패러디 이미지와 함께 올려졌는데, 네티즌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 냈다.

 

원 의원의 이러한 발언들은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등 정국의 고비 때마다 그대로 나타났고,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조차도 찬사를 보낼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원 의원은 지난 2월 공직자 재산공개 때 가난한 정치인인 자신을 헌신적으로 내조해온 아내를 블로그에 등장시켜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가족 사랑’으로 감성 자극

 

정치인 가족들이 블로그에 공개되는 경우는 이미 흔한 일이다. 네티즌들과 회식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15일 “당신 미소는…화사하게 웃으며 예쁜 얼굴 보면 세상 어떤 괴로움도 슬프지 않으리”라고 아내를 칭송하는 글을 올렸다.

 

신 의원은 이 글에서 무명 가수이자 친형인 신기철 씨가 부른 노랫말 전문과 아내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 ‘이웃’들은 “형제 분께서 닮으셨다. 사모님도 인상이 좋으시고 미인이시다. 온 국민이 미소를 짓게 해주십시오” 등으로 화답하면서 따뜻한 ‘가족 분위기’가 자연스레 연출됐다.

 

일상을 그대로 공개

 

그뿐만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일상 생활 모습을 블로그에 그대로 소개해 네티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당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영화 관람’ 사실을 보도(?)했다. 천 의원은 8일 ‘주먹이 운다’를 아내와 함께 관람한 뒤 “권투를 통해 잃어버렸던 정체성을 찾고 가족과 교감하며 사회와 소통하고자 했던 주인공들의 몸짓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며 영화 관람을 하는 자신과 아내의 사진을 올렸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의 즐거운 한때를 블로그에 올렸다. 맹 의원은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몸 관리를 좀 게을리했다는 후회가 든다. 열심히 연습해서 동호회 사람들에게 실력을 보여주리라”는 ‘일기’를 스냅 사진과 함께 올렸다.

 

네티즌 문화와 눈높이를 맞춰

 

이계진 의원은 의정활동을 그림으로 그려서 낱낱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과 장관의 관계를 “의자에 앉아 불러 줄 때를 기다리는 ‘명훈’이…그 명훈이의 주먹이 때를 못 만나서 울고 있는 거지요”라며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비유해 게재했다. 이 의원은 네티즌들의 어투를 따라 하며 거리감을 줄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성범 의원은 ‘포토 에세이’ 코너에 네티즌들이 ‘펌질’을 할만한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모아서 올린다. 미니홈피와 홈페이지를 포함, 블로그까지 섭렵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블로그에서 한 주제를 놓고 ‘덧글달기’ 놀이를 네티즌들과 펼치고 있다.

 

블로그를 공동으로 개설,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한명숙, 조배숙, 김현미 등 열린우리당 여성 의원 18명이 만든 ‘여성 정치인들의 자유로운 놀이터 사포’는 ‘사포지기’라는 대표 운영자를 두고 네티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여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정치인 블로그가 네티즌 문화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컴맹 정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홈페이지는 보좌관이나 전담자를 두고 운영했지만, 블로그 만큼은 정치인들이 직접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네티즌들과 격의 없는 대화도 자주 목격된다. 20~30대의 네티즌이 운영하는 이웃 블로그를 찾아 덧글을 쓴다거나 ‘펌질’을 하는 것은 예사다. 매일 업데이트를 하는 블로그도 부쩍 늘어났다. 원희룡 의원은 심야 시간에도 글을 올리는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블로그 간에 자동으로 정보를 교류시켜 주는 기능을 쓰지 않는 ‘쭉정이’ 블로그도 많다. 여전히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기사나 의정보고만 나열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홈페이지와 중복된 내용을 다뤄 블로그의 기능을 퇴색시키는 경우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블로그가 현실정치와 유권자들을 생생하게 잇는 생산적이고 민주적인 공론장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인들이 네티즌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치적 목적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은근하고 소박하게 전달하는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은 블로그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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