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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변희재 반론]포털 말고 조중동에 책임 물어라?

by 수레바퀴 2005. 1. 28.

아래 내용은 어제 본 블로그에 게재된 '연예인 X-파일, 포털 책임론'에 대해 브레이크 뉴스 변희재 편집장이 미디어오늘 인터넷판을 통해 제기한 반론입니다. 참고로 미디어오늘은 서울신문 기자칼럼에 올라간 제 글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현재 포털 비판론은 인터넷에서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다

 

연예인 X파일 사건에 대해 포털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담론이 형성되는 때에, 서울신문의 최진순 기자가 <연예인 X파일과 포털 책임론>이란 글을 올렸다. 최진순 기자가 국내 언론에서 얼마되지 않는 인터넷 전문가란 점에서, 이 사태의 수습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가 지금까지 언론활동을 하며 보여준 인터넷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나의 생각을 보탰으면 한다.

 

그는 포털이 이 사건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오늘날 온라인 뉴스의 선정화를 부추기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은 바로 언론사 자신"이라며, 사실상 언론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는 그의 문장 중 "그럼에도 문제만 일어나면 온라인 매체인 포털과 종사자들, 네티즌들의 탓이라고 쏘아 붙이는 기자들이야말로 성을 은폐하고 기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타락하고 즐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이단아'들"이라는 대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또한 그는 "오늘날 온라인 뉴스의 선정화를 부추기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은 바로 언론사 자신이다. 성인 콘텐츠(CP)를 무분별하게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락-연예 등 연성뉴스 제공만을 위해 기성 매체의 조직을 키우고 있는 것은 엄연한 우리 언론의 자화상이다"라며 언론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가 평소부터 포털 저널리즘의 비판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설득력이 높다.

 

반면 필자의 경우는 최진순 기자가 비판하고 있는 한국의 연예저널리즘을 비판해왔다. 그렇다고 포털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포털은 비단 이 사건 이전부터 'A양 스캔들' 식 기사의 댓글에 무참히 드러나는 연예인 실명을 방치할 때부터 재앙의 씨앗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필자 역시 여러 학자들과 만나 세미나 기획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최소한 서로의 공감대는 인정하면서 토론을 지속했으면 한다.

 

최진순 기자의 언론 비판은 원론적으로 맞다. 그러나 문제는 최진순 기자의 비판의 목적이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털의 책임을 덜어주려는 데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글을 읽어보았다면, 포털 뿐 아니라 이를 보도하고 있는 연예언론 및 인터넷 언론의 문제점도 늘 함께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포털과 연예 및 인터넷 언론은 사실상 한몸인 것이다. 그러니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해서 포털의 책임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고, 포털의 책임이 크다고 해서 언론의 책임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양자 모두에게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최진순의 비판은 언론 중에서도 유독 기성 언론에만 타겟이 맞춰져있다. 이상하게도 의도한 양, 포털과 인터넷 언론은 애써 비판의 영역에서 빼주려 한다. 명백히 포털의 잘못인 것도 다른 곳에 덮어씌우는 것이다.

 

"문제만 일어나면 온라인 매체인 포털과 종사자들 네티즌들의 탓으로만 쏘아붙이는 기자들"이라는 그의 문장의 사실관계를 검토해보자.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80여개사의 언론사 중에서 포털을 비판하고 있는 언론이 몇 개나 있는가? 아니 포털을 비판한 칼럼니스트나 기자가 몇 명이나 있는가?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다. 필자는 도저히 더 이상 찾을 수 없으니 최진순 기자가 직접 포털을 정면 비판하고 있는 매체와 기자의 회사명과 실명을 밝혀주기 바란다.

 

아마도 최진순 기자가 이러한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없다. 왜? 최진순 기자의 문장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경우 문화평론가 김지룡씨의 글 <연예인X파일 방치한 포털 사이트>를 파문 확산 다음날에 게재했다. 그러나 그 뒤, 동아일보 자체적으로 기획한 포털 비판글은 데스크에 의해서 차단되었다고 한다. 동아일보의 인터넷 언론인 도깨비뉴스가 포털과 똑같은 잘못을 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경우도 아직까지 단 한 건의 포털 비판 기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도깨비뉴스 만큼은 아니지만 조선닷컴도 초기에 이 사건에 대해 선정적 보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일보와 조인스닷컴의 상황도 똑같다.

 

최진순 기자가 애써 비껴가고 있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같은 인터넷언론은 어떤가? 프레시안은 평소부터 연예영역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프레시안이 특별한 관점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탓할 일은 아니다.

반면 오마이뉴스는 다르다. 오마이뉴스는 'X파일'과 관련하여 수많은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많은 기사 중 포털 책임론은 단 한번도 제기하지 않는다. 더구나 <'연예인 X 파일' 99명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기사에서 지난해 스포츠투데이의 기사를 인용하여 무려 1500명의 비밀파일이 존재한다는 근거없는 설을 유포시켰다. 또한 <국민일보 '연예인 X파일' 특종 눈뜨고 놓쳤다>라며 특종을 놓친 국민일보 기자들을 위로했다. 이 두 가지의 보도가 최진순 기자가 비판하는 황색저널리즘과 뭐가 그리 다른가? 최진순 기자가 최소한의 포털 책임론을 인정한다면, X파일 사건 이후 이상한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는 오마이뉴스에게 단 한번이라도 포털사이트의 문제를 짚을 것을 권하기 바란다.

 

참고로, 현재 포털 비판론은 인터넷상에서는 99% 차단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포털에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는 80여개의 언론사 모두 포털과 수익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포털 비판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제 한 미디어 평론가가 포털 비판론 기사를 포털제공용 뉴스업체에 보냈다가 역시 데스크에서 차단당했다. 현재까지는 포털과 그다지 긴밀한 관계가 아닌 공중파 방송사와 경향신문 인터넷판 언바세바, 미디어오늘 등에서만 비판글을 수용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포털을 옹호하려면 이 점도 확실히 알아두기 바란다.

 

최진순 기자의 포털 옹호론의 모순은 네티즌 책임론에서 극에 달한다. 그는 기성언론 기자들이 네티즌 탓을 한다며 비판했다. 물론 네티즌 비판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조선일보가 이번에도 네티즌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조선닷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페이지뷰를 자랑하는 한 포털 사이트의 사이버폴 여론조사 주제가 무엇이었는 줄 아는가? 바로 <네티즌을 처벌해야하는가?>였다. 이 당시는 네티즌 책임론이 그다지 공론화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최진순 기자는 이 건에 대해서도 포털은 단지 여론조사만 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말할 것인가? 만약 그래도 포털을 옹호하고 싶다면 최진순은 포털 사이트 운영자에게 <포털을 처벌해야하는가?>라는 새로운 사이버폴을 만들어줄 것을 제안하라. 어차피 포털은 조사만 할 뿐이라면, 그 어떤 주제라 해도 상관없지 않은가? 6대 포털에서 이러한 여론조사만 실시해준다면, 필자는 최진순 기자의 생각에 일정 부분 동의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재기불능의 피해를 입은 연예인, 조중동에게 책임을 물어라?

 

최진순 기자의 논리의 맹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놀랍게도 최진순 기자의 글에는 이 사건에서 최악의 피해를 입은 연예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를 사랑하고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스타산업을 연착륙시키는 것을 고민해야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 사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데서 시작한다. 스타들이 도대체 어디 가서 피해를 보상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제기하는 포털 책임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현재 법률 전문가들은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의 윤리적 책임은 있지만, 민사상 책임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스타들이 혼란스러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기불능의 피해를 입은 스타들이 있는데 하소연하거나 피해를 보상받을 곳이 없다는 말이다.

 

만약 최진순 기자의 말대로 기성언론의 책임이라면, 스타들은 기성언론에 가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약 필자의 주장대로, 연예 및 인터넷언론과 포털의 책임이라면 포털에 가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부분에 동의하는가? 그러나 최진순의 기성언론 책임론은 단지 언론개혁에 관계된 것뿐이다. 이는 언론인들이 알아서 해야한다. 기성언론이 반성해야한다고 외쳐봐야 스타들에게는 강건너 불일 뿐이다. 

최진순 기자가 제기한 기성언론 책임론과 나 같은 사람이 제기한 포털 책임론은 명백히 사안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포털 저널리즘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도 언론인의 몫이다. 최진순 기자의 말마따나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길가다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아 누워있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 "앞으로 포털은 적당히 감독할 테니, 책임은 조중동에 가서 물어라" 이렇게 말하면 이건 언론인의 윤리에 적합한 일이란 말인가?

 

지금은 책임론을 거론할 때 반드시 법적 책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스타들을 살리는 길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불법 명예훼손 콘텐츠로 누가 장사를 해먹었느냐를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득을 취했다면 그것은 부당이득이다. 그것을 토해내야 한다. 최진순 기자가 중장기적으로 언론개혁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면, 필자는 바로 단기적으로 누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냐를 묻는 것이다.

 

인터넷신문 브레이크뉴스의 김용호 기자는 법률사무소 '정률'의 정재욱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의미있는 판례를 소개했다.

 

"포털 사이트의 명예 훼손적 게시물 삭제의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법원은 2003년 XX군(郡)의 홈페이지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게시물의 삭제 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 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설시한 바 있다."

 

X파일 보도가 포털에 올라오던 당시 댓글에는 무수한 파일링크와 파일내용이 따라올라왔다. 포털의 방문하는 수천만명의 네티즌은 이 댓글을 통해 파일의 위치를 찾아 다운받았다. 이미 수많은 네티즌 중 과반 수 이상이 파일을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포털은 법적으로 이를 삭제할 의무가 있었는가? 판례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1.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 영리 목적의 유무

한국의 포털은 전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명백히 영리 목적으로 운영된다.

 

2. 개방정도

포털 사이트의 메인기사 댓글은 100% 개방되어있다.

 

3.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첫 댓글이 올라오는 즉시 알았을 것이다.

위의 세 가지 기준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포털이 법적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점을 알려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삭제의 기술적 / 경제적 난이도'이다.

기술적 난이도는 아르바이트 3천명을 투입하거나 댓글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았으면 되는 정도이다. 실제로 한 포털 사이트는 댓글이 올라온지 4시간만에 기사에 관련 댓글을 차단했다. 해당 사이트 관계자는 "페이지뷰가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댓글을 차단하여 페이지뷰와 관련 광고수익에서 큰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결국 핵심은 경제적 난이도라는 답이 나온다. 스타 기획사의 비대위의 중심관계자는 한 포털 사이트가 당일 무려 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말한 바 있다. 파일을 찾으러 들어오는 무수한 네티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페이지뷰를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포털은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대의명분을 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페이지뷰와 수익 때문에 댓글 차단이나, 대규모 아르바이트인력을 동원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X파일의 페이지뷰 증가로 인한 수익 때문에 댓글 차단을 못한 것이 경제적 난이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는 법률 전문가들이 검토할 문제이다.

 

포털의 법적 책임을 물으면서 언론개혁도 함께 해야한다

 

필자는 최진순 기자의 글을 인용하며 '연예 및 인터넷언론' 부분을 모조리 '기성언론'이라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최진순 기자의 글 <온라인뉴스 선정화 주체는 언론사 자신>이라는 글에서 언급된 언론은 '연예 및 인터넷언론'이 아닌 조중동을 비롯한 기성언론이라는 점을 방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는 고민 중이다. 과연 최진순 기자가 생산적인 토론상대로 적합한가? 포털 사이트에 선정적 뉴스를 제공하는 무수한 포털 기생연예언론, 그리고 인터넷 상의 여론을 왜곡시키는 인터넷 언론을 제외하고, 어떻게 언론책임론을 들고 나온단 말인가?

 

최진순 기자는 X파일 사건에서조차 편가르기를 시도한다. 신생 인터넷언론과 포털을 보호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조중동 등 기성언론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어한다. 필자가 일찌감치 지적했듯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동아일보 및 그  인터넷 자회사도 포털과 똑같은 짓을 했다. 그 차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털과 인터넷언론의 책임을 덮어주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최진순 기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첫째, 필자가 제시한 판례의 기준을 들어 포털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둘째, 그렇다면 현재 방향을 잃어버린 스타 기획사를 위해서 논객이 포털의 법적 책임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가?

셋째, 그럼 포털의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포털 및 인터넷 언론, 그리고 기성언론 개혁을 함께 이끌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가?

넷째,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는 사과했다. 포털과 똑같이 논 조중동, 연예 및 인터넷 언론, 그리고 포털도 책임이 있다면 이들도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진순 기자의 답을 기다리겠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인터넷판 200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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