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16일 천호선(43) 의전비서관을 국정상황실장으로 기용하고, 비어 있던 인사제도비서관에는 박남춘(48) 국정상황실장을, 의전비서관에는 권찬호(49) 제도개선비서관을 임명했다.

 

이 인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서진간 ‘단순한 자리 바꾸기’라는 혹평에서부터, 핵심 요직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위주로 채운 ‘친정체제’강화라는 적극적 해석까지 평가가 엇갈렸다.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된 천 비서관은 노 대통령을 13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좌관으로 곁에서 보좌해온 ‘386 실세’중 한 사람이다. 천 비서관은 ‘좌 희정, 우 광재, 중 호철’로 불렀던 측근 그룹, 즉 ‘대선 3인방’이 주춤하는 동안 부상한 비서관이다.

 

연대인맥 정점에 김우식 비서실장

 

특히 연세대 출신의 천 비서관(사회 80)이 국정상황실장에 임명되면서 청와대 비서실의 ‘연세대 인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청와대내 연대 인맥 중에는 김우식(65)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점에 서 있다. 김 비서실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총장까지 역임하다가 참여정부에 동승했다. 김 실장은 88년~89년 학생처장을 맡으면서 현재의 연대 운동권 출신 386 참모진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연대 인맥으로는 윤태영(44ㆍ경제79) 비서실 제1부속실장, 윤후덕(49) 업무조정 비서관(정무 비서관 겸임), 강태영(47) 업무혁신비서관, 김만수(42ㆍ사회84) 부대변인, 노 대통령 수행비서인 문용욱(39) 행정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천 상황실장, 윤 제1부속실장, 김 부대변인, 문 비서관 등은 모두 연세대에서 학생운동권으로 활동한 참모진이다.

 

총선 이후에는 윤후덕·강태영 비서관의 경우처럼 대통령의 오랜 측근은 아니지만 연세대 출신 기성 관료나 테크노크라트 인맥이 청와대에 입성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이용철 법무비서관, 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 이현재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그 경우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청와대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연세대 인맥이 청와대를 꿰차고 앉은 배경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 중용’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은 “고생하던 시절 같이 동고동락한 사람들을 신뢰하고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선 전 선거 캠프에서 함께 한 인맥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연세대 출신이 많았던 부분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론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화공 83)의 ‘힘’이 작용했다는 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의원이 고려대 출신의 안희정씨가 구속된 뒤 연세대 인맥의 전면 배치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이 국정상황실장을 그만 두는 과정에서 연세대 출신 테크노크라트 인맥들이 충원되고, 김우식 비서실장이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연세대 파워가 절정에 이른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보좌해온 인사들 가운데 사람을 찾다 보니 특정 학맥이 많아진 것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학맥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럴 개연성도 있는 만큼 학맥 집중 현상은 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희정씨 출소 이후 고대 인맥 기지개

 

이에 따라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몇 가지 심상찮은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청와대를 떠난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복귀 움직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부산대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386 참모진의 ‘맏형’격으로, ‘왕수석’으로 통하는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대표적인 PK 인사로 통한다. 이 전 비서관의 복귀는 부산인맥 재부상 등 청와대의 역학구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여러 여건이 답답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사를 밝혀 복귀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상고 라인에는 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 권찬호 제도개선비서관, 오정희 공직기강비서관, 차의환 혁신관리비서관 등이 있다.

 

물론 고려대 인맥도 안희정씨의 출소를 전후로 청와대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병완(51) 홍보수석, 박 인사제도비서관을 비롯해 안희정씨의 변호를 맡았던 전해철 민정비서관(44), 민원제안비서관을 겸임하는 김은경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여기에 안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진국 변호사(서울대)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돼 고대-연대의 파워게임 양상도 나타날 조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 파문을 계기로 김우식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연세대 인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청와대의 ‘학맥’지도가 ‘인연을 중시하는 경향’, 그리고 ‘수장에의 충성을 강조하는 의리의식’등 낡은 인사 패턴을 좇는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파문 책임소재를 두고 벌어진 청와대-여당의 복잡한 흐름은 한정된 인재풀에 의존한 파행적 인사시스템과 참여정부 ‘연줄망’의 전면 개체로 이어지는 시한폭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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