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종이신문기업이 존폐 기로에 서 있다. IMF 이후 신문기업은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활로를 모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정치경제적 특혜와 특권이 사라지고 脫신문적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문시장은 조선-중앙 등 거대 메이저 신문기업이 장악하고 있지만 독점적 구조는 위협받고 있다. 새 신문법과 파행적 시장확대 전략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메이저 신문기업은 정리해고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으로 비용절감과 생존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신문기업의 총체적 위기 상황은 외부 여건의 변화 못지 않게 내부의 무능과 무지, 무원칙 등 3無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혁신이 예고됐지만, 무리하게 IT사업 분야만 서두른 결과 코스닥에 진출한 디지틀조선(일명 조선닷컴)과 일간스포츠 등 대부분의 신문기업의 시장평가는 초기 주식시장 진입때보다 크게 떨어진다.

이때문에 지난 2년 전부터 일부 신문기업을 중심으로 타개책 마련과 미래 전략을 위한 컨설팅이 전개되면서 진지한 논의의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에 대해 잘못된 분석틀도 보이는 등 대처방법과 전략이 미흡하다. 즉, 신문의 위기가 시장(경제)과 문화(인터넷)의 격변에서 비롯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콘텐츠'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신문기업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현대(시간)와 지역(공간)에 뒤쳐지고 있는 데도 아이템(기사 주제)이나 형식(지면, 신문크기:타블로이드판 등)에 연연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만약 타블로이드판으로 섹스나 웰빙과 같은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구독자수나 신문기업의 형편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진 않는다.

신문 콘텐츠, 그 전환에 대해

콘텐츠의 위기가 기업의 위기로 나타나는 단적인 사례가 최근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는 콘텐츠의 방향과 全시스템을 모두 혁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고, 후자는 콘텐츠의 질과 全시스템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우선 동아일보는 시장내 보수적 경향의 신문기업이 지배적 위치에 있음에도 효율적인 내부 투자와 전략은 고사하고 계속 우경화하면서 시장내 입지를 축소시키는 실착을 저질렀다. 콘텐츠(기사)의 내용도 쳐지고 콘텐츠의 분배, 설계, 유통 단계에서 효과적인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도 실패함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의 이탈까지 직면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금 콘텐츠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 적어도 현재의 논조가 유지된다면 미래는 없다. 특히 인터넷 부문-동아닷컴에 대한 체계적인 관계 설정과 전략 공유가 있지 않으면 더욱 그러하다. 신문 콘텐츠는 독자, 기사, DB를 아우르는 총체적 자산이다. 동아일보는 어찌된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후원이 부족해 오늘의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신문기업의 브랜드 성격과 독자군이 오늘날의 시대상황과 접점을 형성하는 부분이 컸지만,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이렇다한 신문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채, 몇 가지 잡지 창간과 실패라는 후진적 콘텐츠 운영을 보였다. 특히 상대적인 저임구조에서 생산되는 콘텐츠가 더 이상 질을 확보하지 못했다.

오늘날 한겨레신문이 내놓는 콘텐츠는 1990년대 중반까지 유효하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스타일과 흐름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한겨레는 새로운 미디어환경인 인터넷 등에서 전혀 브랜드 위상을 살리지 못했다. 한겨레의 역할과 소명을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미디어칸의 '언바세바')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신문기업의 경우에서 보듯이 콘텐츠의 방향과 내용의 혁신을 잘못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콘텐츠의 정치역사적 진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하고 둘째, 콘텐츠의 환경을 온라인과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하고 셋째, 독자들에 대한 마케팅 기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전 신문기업이 이같은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고, 또 전 구성원이 협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신문기업 내부의 구성원 가운데 정책결정권자 대부분이 인쇄환경때부터 있었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들은 새로운 환경인 뉴미디어에 조응하는 전략과 투자에 기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 특히 기존의 신문기업 내부관계를 고려할 때 변화를 꾀하기 위한 자금여력이 없다.

온라인, 마지막 기회

때문에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신문기업을 둘러싼 법제도적 환경이 '지원'쪽으로 흐르고 있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내부의 준비와 전망, 설계 없이는 밑 빠직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한 예로 온라인 서비스 부문만 보더라도 중앙일보(조인스)-조선일보(디지틀조선) 등 평가가 좋은 곳이 모기업인 신문기업도 상대적으로 '우량'이라는 평가다.

이 두 기업은 1990년대 초부터 지속적인 DB 투자를 수행했고, 최근에는 CRM(독자 마케팅-프리미엄 서비스와 독자DB, 지국망 라인 구축)까지 일궈내는 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동영상과 같은 온라인 전용 뉴스 생성 시스템에도 전략적인 고려를 하고 있다.

온라인 부문에서 차별성과 특화 콘텐츠를 보여주면서 상대적으로 콘텐츠의 방향이 미흡한 것을 만회했다. 이들의 전략은 '콘텐츠의 진로'는 맞기 때문에 콘텐츠의 장식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기업은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대는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콘텐츠가 낡은 관념-냉전적 시각으로 둘러 쳐져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자주 노정될 것이다. 이들 기업이 그간 보여준 기업전략을 감안할 때 또다른 고려가 나오게 될 것으로 안다.

한편, 최근 공격적인 온라인 투자를 진행한 국민일보 등 일부 마이너지는 뒤늦은 대오각성이지만 '브랜드'가 시장 내 우월한 입지를 굳히는 국내 시장에서는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이너지는 우선 브랜드 메이킹을 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또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의 대전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온라인에 물량공세를 한다고 해서 승부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투자 순위가 승산의 순위는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신문기업의 위기는 콘텐츠에서 비롯된 것이다. 콘텐츠의 색깔과 생산-유통-관리 시스템을 종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전략적 지평도 일국적 관점이 아니라 지평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우경화된 콘텐츠와 '종이' 위주의 조직구조는 앞으로 몇 년을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편 콘텐츠의 부실로 파생된 신문기업의 위기국면 속에서 대기업들의 자본력으로 미디어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저널리즘의 건강성 확보 문제는 지식대중, 대안매체 등의 증가와 함께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200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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