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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균형의 포석 이해찬 띄우기

Politics 2004. 8. 24. 20:25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반에 이해찬 국무총리를 앞장세우고 나섰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총리가 총괄토록 하고, 대통령은 장기적인 국가전략 과제와 주요 혁신과제를 추진하는데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 이는 국정운영에 대해 청와대와 역할 분담을 통해 총리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책임총리제’로받아들여져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분권을 통한 총리 역할 강화는 대선 후보 때부터의 지론이었고, 지난 5월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직무정지 기간 중 분권의 필요성을구상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각 부처는 대통령 비서실에 올리는 보고를 총리실에도 보내는 등 보고와 지시 시스템도 그에 맞게 해달라”고 지시한 것은 ‘시스템 정치’를 실현하려는 일종의 국정 운영 원칙이라는 것이다.또 노 대통령은 업무를 다 펼쳐 놓고 각각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식으로 분담시키는 정치 스타일을 보여온 만큼 갑작스런 변화도 아니라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일 내각 첫 워크숍에서의 ‘장관 역할론’, 지난달 31일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 발언에 이어 지난 10일 국무회의 석상까지 이미 여러 차례 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 전달돼 왔기 때문에 정치권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즉 장기적인 국가 전략 과제는 노 대통령이 맡고,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원내대표는 국회 등을 전담하는 식으로 집권 중반 이후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 이 총리 내각에서 비로소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곽이 드러난 노 대통령의 집권2기 국정 운영의 요체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분야별팀장제와 분권형 체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이 총리가, 통일?외교?안보?국방분야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사회문화분야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각 총괄하는 쪽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업무 분담은 당연히 힘의 비중을 분산시켜 소외되는 쪽을 만들기마련이다. 이 총리와 정 장관 등에게 힘이 실리자 여권 내 갈등을 염려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정치 호흡을 오래 맞춰온 이 총리가잠재적 대권 주자로 줄곧 지목받아온 터이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정 장관도 통일외교안보분야 수장으로서 위상과 역할이 한층 격상됐다.

지난 12일열린 NSC(국가안보회의) 상임위에서 정 장관이 상임위원장직까지 맡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노 대통령의 분권형 국정운영 전환은 차기 대권주자군을 전면에 내세워 역할분담과 경쟁으로 현재의 난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인데, 여권 핵심부와 대권주자들간 갈등도 일정부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찬용인사수석은 지난번 내각 인사 직후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사람들이정부에 들어감으로써 당정간 협력이 더욱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은 여권의 절박한 기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거론되는 정동영, 김근태 장관을 비롯, 실세형 총리인 이해찬 총리도 행정부 안에 대거 포진하면서 당내에서의 긴장과 충돌은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종종 정책 현안을 둘러싸고 당과 행정부가 갈등 관계에 놓일 때도 있을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역할 분담에서 아직 비중과 위상이 모호해진김 장관의 경우가 분란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장관 측 일각에서 다소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대권을 노리는경쟁자로 입각을 둘러싸고 한 차례 힘 겨루기를 한 정 장관의 입지 강화나이 총리의 전면 부상을 반기지 않는 태도이다. 또 김 장관을 비롯 당내 예비 대권 주자들이 행정부를 비판하는 등의 돌출 발언을 하는 등 오히려 대권 경쟁이 과열돼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다.

당내에 뚜렷한 계보가 없는 이 총리 측은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데 대해 부담스럽다면서도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또 이 총리와같은 대권 주자 후보군이 다변화되는 것이 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방지나 차기 집권 전략에도 효과적이라면서 ‘실세 총리’ 등장에 대해 긍정론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 시나리오가 노 대통령 참모 그룹들의 회심의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즉 노 대통령 입장에서도 난삽한 정치 공방에 휘둘리는 것보다 개혁코드가일치하는 이 총리가 나서주는 것도, 대권 장도에 나설 여권의 힘의 안배를위해 나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란 시각이다. 그러나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국정을 효율적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주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일 청와대를 예방한 천정배 원내대표 등에게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에만 치중하겠다. 총리를 이해찬으로 뽑은 거는 잘한 일이다. 당에서 온 정동영, 김근태, 정동채 장관도 집권 이후 그 어떤 장관보다 일을 잘 한다. 앞으로 당에서 일 잘하는 정치인을 장관으로 더 데리고오겠다“면서 ‘일 중심’의 국정 운영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 총리가 입각 후 2개월째 국정 전반의 업무를 장악하고 있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노 대통령과 이 총리는 사실 노동위 3총사 등 국회의원 초선 시절부터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온 인물. 이 총리는 36살이던 88년 13대 총선을 통해`제도권'인 원내에 진출한 뒤 서울 관악을에서만 내리 5선을 기록하면서,수평적 정권교체와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하는 등 여권의 중진 정치인으로성장했다. 또 이 총리는 광주 청문회 때 당시 노무현 의원과 함께 대중적인기를 모으면서 정치적 동반자가 됐었다.

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 총리는 의원 시절부터 관련 상임위 업무는 완전히 꿰차고 있던 사람으로 업무는 뛰어나게 처리한다. 그러나 이견에 대해 면박을 잘 줘서 당해본 사람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독선적인 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 386 의원 보좌관은 “지난번 원내 내표 경선에서 떨어진 이유는 적어도 업무 장악력이나 판단력, 추진력 등 ‘일’과는 무관한 요인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 내부에 이 총리와 관련된 평가가 일부 엇걸리는 측면이 있지만, 참여정부의 성공이나 ‘노무현’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가치관에 대해서는 공통된 신념 같은 것이 형성되고 있어서 국정 운영의 분담 기조가다시 재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전직 의원은“무엇보다 386 세대를 중심으로 한 노무현 참모들은 정치적 경험이 풍부해 이전투구에 이르는 헤게모니 다툼은 자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참모그룹의 리더격인 이광재 의원은, 대선 불법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현재 2심에 계류 중인 안희정 씨 등 당 안팎의 그룹과 함께 여권 내 긴장관계를 조율하는 거중기 역할을 수면 아래에서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해찬-김근태 라인으로 분류돼온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송영길 등 당직을 맡고 있는 학생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李-鄭-金’ 등 대권주자들의 경쟁 관계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제목소리를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분권형 국정 운영이 본격화하는 것을 기점으로 여권 내 권력구도의 역학관계에 일정한 변화가 점쳐진다. 시스템 내각과 효율적인 대권 경쟁 구도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여권 핵심의 도전이 하한(夏閑) 정국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는 셈이다.

출처. 주간한국 20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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