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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미디어뉴스/국내

"신뢰의 저널리즘이 디지털 혁신 성공 열쇠다"

by 수레바퀴 2024. 2. 2.

포털 뉴스 흔들리고, 독자 떠나지만 
혁신 시즌2 준비해야

전통 매체의 ‘디지털 혁신’은 크게 콘텐츠, 조직과 업무, 비즈니스 변화를 향한다. 콘텐츠는 기존 포맷에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등으로 확장한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시각화, 인터랙티브 콘텐츠, 디지털 버전의 영상 재가공을 포함한다.
콘텐츠 혁신은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변화를 촉진한다. 기술, 데이터 등과 관련된 디지털 부서를 신설·강화하고, 소셜미디어 유통, 프리미엄 콘텐츠를 다룬다. 트래픽 같은 정량적 성과에 머물지 않고 유료 가입자 이탈률·전환율 등 유용한 목표를 내세운다. 
이는 비즈니스의 다각화, 다층화, 입체화로 나타난다. 콘텐츠 유료화를 중심으로 하는 구독 모델과 크라우드 펀딩 등 후원 모델, 온라인 맞춤형 및 온·오프라인 연계형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광고 모델, 전자상거래와 데이터 비즈니스 등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 등이 있다. 
이를 구현하려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비디오 퍼스트, 데이터 퍼스트, 오디언스 퍼스트, 인공지능(AI) 퍼스트 등 대응 전략이 있다. 인식과 철학 즉, 문화의 전환으로 완성된다. 그동안의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일관된 리더십, 인적·물적 투자는 필수적이다. 험난하고 긴 여정이다.

포털 뉴스 대응에 시행착오 겪어

경기 불황으로 기존 수익원이 흔들리고 독자의 지갑은 얼어붙고 있다. 포털 뉴스 트래픽에 일희일비하고 전문가와 기술을 홀대하는 장면도 잇따랐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디지털 혁신도 여물고 있다.
언론사들은 2000년대 초반에는 온라인 속보에 매달렸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붐으로 설립된 언론사닷컴이 이를 도맡아 포털사이트 뉴스 채널로 공급했다. 온라인뉴스팀, 속보팀 등의 이름으로 출발해 이슈(대응)팀으로 점차 그 규모를 키웠다. 
일부 신문사는 편집국에 관련 팀을 뒀다. 새로운 접근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중앙일보는 2016년 속보(EYE24팀), 소셜미디어 바이럴(에코팀) 등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조선일보는 2021년 6월 속보 대응팀 ‘디지털 724팀’을 해체하고 온라인 뉴스를 생산하는 자회사 조선NS(News Service)를 설립했다. 중앙일보는 2017년 기자가 디지털 기사를 쓰면 지면에 다시 구성해 싣는 ‘창조적 파괴’로 나아갔다. 이후 뉴스 유료화를 검토하는 신문사의 경우 종이신문 기자의 관여가 높은 중앙일보 체계를 선호했다.

주요 신문사 디지털 전환 현황

이용자 소비 트렌드 따라잡기 열전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대형 경제지는 닷컴과 신문 편집국의 콘텐츠 생산과 서비스 업무를 사실상 통합했다. 한국경제의 경우 다양한 버티컬 채널을 늘리며 편집국이 온라인을 챙기는 구도를 형성했다. 콘텐츠 이용 환경 급변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통하는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큐레이션 조직도 가세했다. 2010년대 중반 핵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채널로 티타임즈(머니투데이), 비디오머그(SBS) 등이 화제를 낳았다. 이어 마부작침(SBS, 데이터 저널리즘), 14F(MBC, 모바일 숏폼 영상)도 나왔다.
독자의 관심사와 니즈를 좇는 채널도 증가했다. 중앙일보는 디지털 전담 부서 산하에 지식 콘텐츠 채널 ‘폴인’을 내놓은 뒤 2019년 2030 세대를 겨냥한 시사 정보 서비스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1)를 잇달아 공개했다. 
2020년 전후 각 언론사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하며 뉴스레터 서비스를 확대했다. 기자는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발송하고 독자는 구독 신청을 하는 방식에 기대를 걸었다.

CMS부터 인공지능까지 IT 투자 들썩 

조선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콘텐츠 관리 도구(CMS) 아크 퍼블리싱(Arc Publishing)을 적용했다. A/B 헤드라인 테스트 등 콘텐츠 배포를 돕는 기능으로 시선을 모았다. 독자 반응을 판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제작 시스템 업그레이드 외에도 전문가 영입과 팀 구성으로 데이터 분석에 공을 들였다. 2017년 초 콘텐츠 제작 관리 시스템(JAM, Joongang Asset Management)을 도입했고, 3년 뒤 구독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과금 솔루션을 비롯, IT 인프라를 재정비했다.
이때 고객-서비스-콘텐츠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데이터 통합 분석 시스템을 마무리했다. 기사별 유입 경로, 조회수 등 기존 기사 분석 중심 툴(JA)을 독자 분석 중심으로 관점을 바꿨다.2) 데이터 분석과 제품, 마케팅 조직을 한데 아우르며 진용을 갖췄다. 
한때 봇물 터지듯 번졌던 로봇 기사 서비스는 생성형 AI로 진화했다. 자체 개발한 CMS를 선보인 동아일보는 경제 뉴스 AI 챗봇 ‘AskBiz(가칭)’를 선보였다. DBR과 HBR코리아 등 동아일보 경제·경영 전문 콘텐츠와 외부 출판기업 데이터를 학습시켜 독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대화형으로 노출한다. 조선일보는 생성형 AI로 보도자료를 재가공한다.3)

국내외 언론사 혁신의 간극

제품 담금질로 구독 모델 주도한다

중앙일보 더중앙플러스(이하 중앙플러스)는 종합일간지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유료 구독 비즈니스를 열었다. 2021년 로그인 월 도입 후 1년여 만에 내놓은 프리미엄 서비스다. 연재 기사, 전 대통령 회고록 외에도 레시피 등 비뉴스 콘텐츠로 제품군을 구성했다. 데이터 기준으로 반응이 좋지 않은 콘텐츠를 바로 내리는 ‘인앤아웃’ 프로세스도 가동한다. 
2022년 디지털 콘텐츠 원년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는 유료 회원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료 구독자 규모(PU)를 살폈지만 이제는 매출 목표를 잡았다. 습관 형성 앱 챌린저스, 생활문화 멤버십 앱 CJ ONE과 협업하고, 유료 기사를 지인에게 보내주는 선물하기 기능을 넣는다. 전방위적 뉴스 노출로 구독 습관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2020년 혁신전략 보고서 <레거시 플러스(Legacy Plus)>를 발표한 동아일보는 심층 취재물 등 탁월한 콘텐츠에 진심이다. 전사적인 자원 투입으로 ‘읽히는 콘텐츠’ 제작을 도맡은 히어로콘텐츠팀(현 히어로스쿼드팀)과 편집국 내 D프론티어센터를 꾸렸다.4) 또 콘텐츠 생산을 정례화하는 주간 편성표를 꺼내들었다. 로그인 월 도입 등 구독 모델을 담금질하고 있는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경제지도 디지털 콘텐츠를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2022년 C&P전략팀을 만들어 ‘마켓PRO’ 등 회원 전용 서비스 채널을 넓히고 있다.

로그인 월 이후 콘텐츠 진검승부 도래 

한국일보는 통합 멤버십, 데이터 분석툴 고도화 등 구독 여건 조성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디지털 실험조직 H랩 등은 마음 돌봄 콘텐츠 ‘터치유’, 현대인의 일을 조명하는 ‘커리업’ 같은 버티컬 채널을 출범했다. 30여 명에 달하는 영상 콘텐츠 조직도 차별화 포인트다.  
한겨레는 1월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원 기반 로그인 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후원모델 ‘서포터즈 벗’을 출범한 뒤 독자 관계 개선에 필요한 콘텐츠 확충이 핵심 과제로 거론돼 왔다. 관련 팀 구성 등 디지털 부문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로그인 월 채널 ‘칸업(KHAN UP)’을 공개한 경향신문은 종합일간지로는 처음으로 매일 유튜브 채널서 시사 라이브 방송을 제공한다. 디지털 혁신 청사진을 주도하는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영입했다. 헤럴드는 ‘디지털 전환 5개년 프로젝트’ 원년을 선언했다. 오는 6월 말 디지털 플랫폼 ‘헤럴디(Heraldy)’를 중심으로 콘텐츠 기업 변신을 꾀한다. 지역 신문 가운데 부산일보는 올해 독자 참여형 라이프 스타일 앱 출시로 독자와의 접점을 모색한다.

구독 개념이 없던 방송사, 인식 변화는?

OTT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주도하는 경쟁 환경에서 방송사도 혁신 승부를 걸고 있다. MBC는 다양한 영상 클립을 발빠르게 제공하는 역량을 키웠다. 14F 앱을 기점으로 NFT 마켓플레이스 등 2017년부터 공세적인 디지털 혁신이 밑거름이 됐다. 유튜브 MBC 뉴스 채널은 구독자 수, 시청 조회수 등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BS는 디지털 비즈니스에 열성적이다. 2022년 11월 오픈한 로그인 월 기반 지식 콘텐츠 구독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채널을 탈포털의 진지로 삼아 독자적 유료 구독 모델 채비에 나섰다. 
JTBC는 한때 페이스북, 유튜브 등 외부 플랫폼을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콘텐츠 배포로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았다. 올해 화두는 디지털 퍼스트다. 보도국 기자들이 디지털 뉴스 서비스 어젠다를 공동 기획하는 등 관여도를 높이는 접근이다. JTBC 디지털 부문 한 관계자는 “방송사의 디지털 뉴스 플랫폼 경쟁력은 원칙과 기준을 확립할 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 기사와 다르게 구독 개념이 아예 없었던 터라 뉴스 조직 전반에 인식 변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혁신 시즌2, 저널리즘이 답

지난 1~2년 간 국내 포털 뉴스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가라앉았고 독자의 뉴스 피로도는 확연히 늘었다. 시장의 냉소적 목소리도 범람하고 있다. 이뤄낸 것보다 헤쳐가야 할 것이 더 많은 상황이다. 
2017년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에선 “디지털 뉴스 구독자를 200만 명에서 1,0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마크 톰슨(Mark Thomson) 뉴욕타임스 회장의 발언이 톱 이슈였다. 
당시 세계 주요 전통 매체는 IT 플랫폼에 얽매여 미래 생존이 불확실했고, 급격한 기술 진보로 카오스나 다름없었다. 당시 주요 혁신 언론사의 결정은 데이터-테크놀로지-독자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리더십과 의사결정 체계를 손보면서 “우리의 독자는 누구인가”, “독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등을 알아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 언론의 실험과 도전도 현재진행형이다. 안 되는 이유를 따지고 회피하기보다 일단 부딪히고 살펴보는 프로젝트가 즐비하다. 그러나 혁신은 한두 개의 버티컬 채널, 테크놀러지 접목, 개인화 서비스로 끝나지 않는다. 버거운 과제인 뉴스 유료화도 마찬가지다. 소규모 인터넷신문과 유튜버 등이 틈새 주제로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고, 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으로 독자의 시간을 계속 잠식하고 있다. 
결국에는 신뢰의 저널리즘으로 응답해야 한다.5) 독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다지는 ‘시즌 2’로 혁신의 판을 제대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1)  유튜브, 팟빵 등에서 총 7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멤버십 비즈니스를 선보인 듣똑라는 시장 상황 및 정책 변화 등으로 올해 초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2)  2021년 12월 당시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공채 신입사원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로그인 구독자’, ‘독자 프로파일’ 등 구체적인 키워드를 언급했다. 
3)  박서연, <조선일보 ‘기사 5만건 학습’ 생성AI 도입...기자들 반응은>, 미디어오늘, 2024.1.16. 
4)  최승영, <동아 자체CMS 안착, 이번엔 주니어들과 '디지털 자이언트스텝'>, 기자협회보, 2023.2.1.   
5)  “현재 한국 언론 구독 모델은 위기다. 훌륭한 가치도, 경험 제시도 부족하다. 콘텐츠와 요금, 경쟁 환경 등 전 과정을 원점부터 복기할 때다. 구독 비즈니스는 인재와 조직, 기술과 문화 등 투자부터 실제 전환까지 대장정이다. 독자와 시장, 데이터를 경청하며 혁신의 체계와 방향을 다시 바꾼다는 관점에서 나서야 한다.” https://www.onlinejournalism.co.kr/1196231275

이 포스트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2024년 2월호 커버스토리입니다. 원고 작성 시점은 1월 초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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