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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구독 모델 '위기' 벗어나려면?

by 수레바퀴 2023. 9. 13.

구독에 따른 가치와 경험 제공은 탁월한 콘텐츠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가치와 경험 확대에 밀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 경기 불황, 저신뢰 생태계...첩첩산중
상품·가격 번들링 해외 사례 적극 벤치마킹할 때
획기적 상품과 구독 요금 제안 등 새 전환 필요

뉴욕타임스는 구독 번들링(bundling. 묶음 상품)으로 톡톡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매체다. 기존 상품에 여러 상품을 추가하여 한 데 묶는(패키지(package) 방식)은 차별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품 측면에서는 모두 묶은 세트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거나(pure bundling), 개별적으로도 살 수 있게 하는 방식(mixed bundling)이 있다.

상품을 늘려 구성하면 평균 구독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독자는 일반적으로 개별적인 상품 구매보다 번들로 더 많은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 상품 만족도를 높여 유료 구독 이탈률을 줄인다. 이때 묶음 상품을 단일 콘텐츠 상품보다 적정가에 책정하는 '가격 번들링'을 적용한다.

매체 인수, 비뉴스 콘텐츠 등 구독 비즈니스에 진심이어야

언론사의 구독 번들링은 다양한 콘텐츠를 주제별로 세분화하고 이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정치 경제 사회 등 '경성 뉴스'에 문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연성 뉴스를 합치는 경우다. 독자가 각각의 섹션(채널)과 주제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고 있을 때 그 가치는 더 상승한다.

뉴욕타임스는 구독자 확보를 위해 소비재 제품 리뷰 매체 와이어커터(Wirecutter)와 스포츠 뉴스 정보를 다루는 애슬레틱(The Athletic)의 지명도를 활용했다. 여기에 기존의 게임, 요리(cooking) 등의 콘텐츠를 추가한 종합 구독 번들링(All-Access Bundling)을 구성했다.

개닛(Gannett) 그룹이 보유한 USA투데이는 자사의 스포츠플러스(Sports+)를 유료 구독상품(월 4.99달러)으로 출시했다. 뉴욕타임스의 애슬레틱과 경쟁하는 스포츠 정보 채널로 개닛이 보유한 매체를 구독할 경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간소한 게임 장르도 번들링에 자주 등장한다. 개닛(Gannett) 그룹이 소유한 USA투데이는 구독 번들링에 2.99달러 짜리 십자말퍼즐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는 독립형 요리 앱(Le Figaro Cuisine)과 게임 앱을 묶은 프리미엄 구독 상품이 있다.

해외 언론사의 번들링에는 뉴스 외에 비(非)뉴스 콘텐츠 비중이 큰 편이다. 미국, 유럽 등의 뉴스조직은 주로 독자의 취미 생활이나 소비 활동을 겨냥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타임스 올해 분기 사용자당 월 평균 수익에 따르면 뉴스만 구독한 가입자의 경우 9.29달러인 반면 2개 이상의 비뉴스 콘텐츠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 13.40 달러를 기록했다.

중앙플러스도 뉴욕타임스 번들링을 벤치마킹하고 '레시피' 콘텐츠를 로그인월 때부터 제공했다. 이 콘텐츠 호응이 높다는 내부 지표가 있지만 실제 유료 구독에서 얼마나 기여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 구독 상품.

구독 요금이 넷플릭스보다 비싸면 효용 있나?

영국 더타임스(The Times)는 퍼즐 구독 상품(월 4.99유로)을 별도로 출시했다. 이를 결제하면 월 30개의 타임스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퍼즐을 '디지털 플러스' 구독 상품에 넣고 있다.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도 십자말 맞추기와 스도쿠 퍼즐을 뉴스 콘텐츠와 함께 묶어서 제공한다.

종이신문 배달판, 광고 없는 디지털 구독 경험 등도 패키지에 포함한다. 인쇄신문을 받아보는 번들링은 보편적이다. 인쇄신문 PDF 지면보기 버전도 마찬가지다. 뉴스조직은 편집 가치가 들어있어 독립된 상품으로 인식한다. 2010년 이후 한국언론은 종이신문 초판(PDF)과 소규모의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번들링해 왔다.

또 콘텐츠 포맷을 구분해 번들링하기도 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영상 및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패키지 상품에 넣는 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규 독자 대상 체험판에는 제공하지 않는 비디오 및 팟캐스트를 '스탠다드 디지털'(월 평균 약 50,000원)에 넣고 있다.

이밖에도 주로 유럽과 북미 언론은 여행(호텔), 와인, 자동차 등을 주제로 콘텐츠와 이벤트를 별도로 유료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타임스 등은 별도의 구독 상품이나 멤버십 서비스로 분류한다.

상품 번들링은 가격 번들링 전략과 긴밀하게 연동된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제품을 기존 메인 상품에 추가해 패키지 하되 메인 상품 한 개보다 저렴하거나 동일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free bundling)과 조금 더 높여 판매하는 방식(saving bundling)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독자들에게 추가 결제 부담을 낮춰 유료 구독의 장점을 배가한다. 후자는 추가하는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 상품으로 제시하는 경우다. 이때 구독 요금은 잘 설계해야 한다. 시장에서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의 가격을 진단하는 등 시장 조사와 독자 테스트를 거칠 필요가 있다.

독자 세분화-제품 가치 정립-시장조사-제품 패키지

중앙플러스 출시 후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책정 때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넷플릭스보다 비싸면 누가 결제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점에서 구독 요금을 새로 설정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INMA(국제뉴스미디어협회)는 높은 수준에서 유의미한 번들링을 구성하고 가격을 다루는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먼저 독자 세분화다. 스포츠 게임 와인 마니아, 공공성에 주목하는 독자, 기부자 등이다. 그 다음은 상품의 가치를 명확히 한다. 예를 들면 특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다.[1] 스포츠 구단의 선수와 경영진 정보처럼 세부 데이터로 심화하는 형태다.

시장 규모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해당 주제의 고객층은 두터운지, 아니면 틈새 시장인지 등이다. 특히 주제별로 지불 의사가 어떤 것인지 파악한다. 혹시 대체 콘텐츠가 있는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검토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호응이 있을 만한 프리미엄 콘텐츠인지,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인지 등을 판단한다.

구독 번들링은 판매량 증가, 구독 유지율 향상, 평균 가격 상승 기회로 수익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묶음 상품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의 가치 제안의 범위를 높여 전략적 가격 모델을 책정하는 계기로 삼는다. 상품에 대한 독자의 선호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상품 가치를 인식했다는 것이고 어떤 상품이 중요한지 신호를 보냈다는 의미다.

언론사의 비뉴스 콘텐츠 관심 및 투자는 구독 비즈니스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뉴스 구독 행위는 최신 지식 정보를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행위의 하나다. 따라서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구독 유지에 필수적이다.

구독 모델의 각 요소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파트너십, 독자 생활 세계 접점 등 특별한 접근 있어야

그러나 비뉴스 콘텐츠는 외부 제휴가 관건이다. 웹툰, 게임, 쇼핑몰(할인 쿠폰)과 같은 분야는 전문적 영역이다. 선결 과제는 독자의 바람을 읽어내는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스포티파이(Spotify) 등과 파트너십을 전개했고,[2] 애슬렌틱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일궜다. 거기에 독자 수요가 강력해서다.

외부 콘텐츠 및 서비스 기업과의 제휴는 앞으로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인수(M&A)도 필요하다. 2021년 4분기 뉴욕타임스 신규 구독자 가운데 54%는 요리나 게임과 같은 뉴스가 아닌 상품에 결제했다. 십자말풀이와 게임앱 개발에는 9년이 걸렸고, 요리(쿠킹) 앱 개발엔 7년을 투자했다.

둘째, 기존 뉴스 콘텐츠의 경쟁력은 저널리즘 가치와 기자 개개인의 저명성에 의존하지만 지속적으로 독자를 붙들 수 있는 매력도는 의외로 낮다. 스포츠, 게임, 요리, 여행, 건강 등 버티컬 콘텐츠로 오락성과 흥미성 보충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유통 기한이 매우 짧은 경성 뉴스와 달리 유통 기한이 무한한 콘텐츠로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면 유리하다. 이는 시의성을 벗어난 주제를 발견하는 한편 최신의 트렌드를 수렴하는 콘텐츠 편성으로 볼 수 있다.

FT는 주말판과 함께 배달되는 럭셔리 소비 매거진(How To Spend It)[3]을 지난해 'HTSI'로 타이틀을 바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융 불평등 같은 시대상과 지난 2019년 '자본주의 리셋' 어젠다를 브랜드 플랫폼으로 제시한 매체의 방향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셋째, 독자 관계를 증진하려면 일회적 콘텐츠 소비 외에도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는 주제가 필요하다. 와인 문화 공연 이벤트에 초대하거나 쇼핑 등의 일상 생활과 접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특히 브랜드 역사, 평판에서 취약하다면 오프라인 공간, 여가 시간과 연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자사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가입하는 구독자도 있지만 특정 주제에 호감도를 갖는 구독자도 있기 때문이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뛰어드는 한국 언론도 버티컬 채널만 펼칠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형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냉혹한 구독 비즈니스 결과 계속 예상되는 환경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시각은 냉혹하다. 한 대형일간지 디지털 전략 담당 기자는 "중앙일보의 구독 비즈니스 집중 육성을 따라하지 않은 것이 일단 맞는 것 같다"고도 했다. "구독 모델 성공은 뉴욕타임스만 가능하다"는 취지다.

당분간 한국에서는 '유료 구독모델'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일단 빅 플랫폼 사업자와 '협상'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콘텐츠 값을 제대로 받자는 것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 국면과 인구 절벽 등 사회적 배경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수록 뉴스조직은 지혜롭게 변신해야 한다. 구독 비즈니스는 다양한 독자를 상대로 한다. 콘텐츠의 형식과 주제, 제품의 가격을 다채롭게 구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선택의 경험을 높여야 한다. 독자가 번들링에 결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잠재 독자의 반응을 알아보는 등 구독 모델을 정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새 판을 짜야 한다. 해외에서는 부정적인 연구가 나온 '소액 결제'도 고안할 필요가 있다.[4]

구독모델의 새 판을 짜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결제(빌링 솔루션), CMS, 데이터분석(GA) 등 시스템 인프라 구축, 콘텐츠 다양화, 전담 조직 또는 업무 프로세스 재구성 등의 단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첫째, 구독 비즈니스 설계도 '깔대기'에서 '사이클론'을 고려해봄 직하다. 사이클론은 '깔대기(funnel)'와 반대로 선 구독자 전환, 후 참여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먼저 전환하고 나중에 참여"하는 구독 전략(사이클론 맵)은 사전에 제품, 가격 등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시할지 뉴스조직에서 준비할 것들이 많다. 출처: 2022년 INMA 구독 전략 웹 세미나 발제 내용 재구성. https://inma.org/webinars/readers-first-meet-up-winning-strategies-revealed-by-subscription-benchmarking

깔대기에서 사이클론까지...구독 첫 단추 바꿔 달아라

2019년 보스톤 글로브 그리고 뉴욕타임스조차도 12개월 정도 오랜 기간의 체험판을 제공했다. 독일 빌트(Bild)는 12개월 무료 체험판과 50% 할인을 결합해 전환율, 유지율의 변동을 확인했다.

INMA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세계 상위 50개 언론사의 구독모델 가운데 거의 절반이 대폭 할인된 장기 체험판을 제공했다. 평균 기간은 9개월 가량이었다. 3개월 이상의 체험판에 평균 할인율은 52%나 됐다.

물론 이같은 시도가 한국언론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유료화 준비 수준이 다르고 시장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기존 무료 뉴스 콘텐츠에 바로 페이월을 시도하는 것은 포털 뉴스, 유튜브 뉴스가 이끄는 생태계서는 잘못된 접근이다. 독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체험판 테스트를 오래도록 가져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방문자가 많고, 기사를 소비하는 체류 시간이 긴 매체가 구독 모델에서 우위를 점한다. 로그인월을 바탕으로 체험판을 만드는 배경이다.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INMA 컨퍼런스에서 올해까지 가입 회원 1천만 명과 구독자 100만 명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서구 언론계는 이론적으로 가입자 등록 10명 당 최대 1명을 얻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문자와 가입자가 충분하지 않은 한국언론은 브랜드 평판도 낮다. 독자 충성도도 바닥이다. 일부 매체는 60대 이상의 충성 독자만 참여하고 있다. 의외로 20~30대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발견한 중앙플러스도 있으나 구독 비즈니스의 향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 한국언론 '구독모델'은 위기라고 봐야 한다.

획기적인 가치도, 경험 제시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와 가격, 안팎의 협력 관계 등 구독모델 전 과정에 걸쳐 처음부터 복기해야 한다. 구독 비즈니스는 기술, 인재, 조직(업무 방식) 그리고 문화 전환까지의 대장정이다. 오늘 독자와 시장(데이터)의 목소리를 들으며 체계와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1.  
  2. 기존에 다루는 뉴스 섹션의 심화는 기존 인력과 조직의 재구성으로도 가능하지만 특별한 대응도 필요하다. 지역판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광역 단위가 아니라 수도권의 경우 통신사 데이터 발생을 기초로 특정 거리 단위로 선별하는 접근이다.

  3. 2017년 뉴욕타임스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와 제휴해 신문 구독과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연계 상품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를 구독하면 연간 120달러 정도인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4. 상류층 독자 1%를 타깃으로 해 '부자를 위한 아르고스(Argos) 카탈로그'라는 비평을 얻었다. 아르고스는 그리스 역사에서 가장 문화가 번성했던 도시 가운데 하나다.

  5. 로이터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46개 국가에서 지난 1년 동안 단일 기사나 에디션에 액세스하기 위해 일회성 결제를 한 소비자는 3% 미만이었다. 이는 오히려 정기적인 구독모델을 유도해야 한다는 당위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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