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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서울 사무실'의 의미와 제언

by 수레바퀴 2021. 5. 15.

한국언론학회 2021 봄철 정기학술대회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를 위한 한국의 조건과 전략' 세션. 이 세션은 주요 해외 언론의 서울 이전을 측면 지원한 '해외문화홍보원'이 후원했다.

교수님의 발제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토론자분들의 말씀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왜 서울이 언론산업 허브가 돼야 하는지"의 본질적 질문을 찾아가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최근에 만난 서울 주재 해외 매체 기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토론에 보탤까 합니다.

해외 유력 언론사 몇 군데가 서울로 뉴스조직을 옮긴다는 게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여러분 모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일단 서울에 뉴스 거점을 둔다는 건 상징성이 있습니다. 다만 일반 독자나 한국언론이 먼저 살펴보는 건 해외언론의 뉴스입니다. 그런데 사무실을 서울에 둔다는 것이 한국에 대해 취재보도하는 게 주목적이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발 뉴스'는 여전히 제한적일 것입니다.
 
취재 환경 개선의 핵심

이것을 전제로 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아시아 디지털 뉴스 총괄본부'라고 했을 때 대부분은 '데스킹을 보는 사람들'이고 취재기자는 아시아를 비롯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데스킹보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치안'과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방역' 이슈가 일단 중요합니다. 한국에 정착하는 만큼 체류하는 동안 다양한 일상문제가 닥칩니다. 외신기자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취업비자 발급문제, 외국인등록증으로 신용카드 발급문제시 지연 등을 아직도 꼽습니다. 나라별로 상대적인 이슈이긴 해도 외신기자들은 불편함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돼 있는데 외국 신용카드로 결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나옵니다. 

주택문제도 까다롭습니다. 전세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하고 있고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인데요. 홍콩, 싱가폴과 다르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음은 취재기자의 관점입니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은 '정보접근성'에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20~30년 전부터 요구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뿌리깊습니다. 출입처 기자단 등 한국의 취재관행이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하는 문제제기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이슈를 알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힘듭니다.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어느 현장에 가서 오래도록 대기하거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국장들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전화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나 고위관료의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있으면 끝난 이후 질의 응답까지 포함한 내용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반인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는 아주 중요합니다. 

외신기자는 한국어가 되는 동료 스태프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반드시 영어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물론 미리 준비된 청와대 대통령 연설문은 영문도 같이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현재 외신기자들은 '북한 핵' 이슈 못지않게 BTS 등 K-팝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고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취재환경이 부족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그런 이벤트를 열 때 초청장을 보내주거나 인사이트 있는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정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시선을 민간기업으로 돌리면 한국의 글로벌 기업중에 삼성 정도만 조직적으로 취재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영어 보도자료를 내기도 합니다. 만족도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대응은 글로벌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라면 더 고려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외신담당자가 1명 정도여서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데요. 한국기업의 이해나 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는 이 부분에 투자가 더 늘 필요가 있습니다.

참조로 <불룸버그> 같은 언론사는 기업들 접촉이 빈번해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언론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를 위한 한국의 조건과 전략' 세션. 나는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다. 사회는 설진아 방통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한국뉴스'의 가치 확대 

일본 언론사들은 한일관계, 평양이슈 등 지극히 국익관점의 취재를 하고 있고, 서구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핵' 이슈 외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뉴스'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고 '깊이'도 있습니다. 해외 뉴스 독자의 반향도 큽니다. K팝 K영화 K드라마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언론이 주목하는 인물도 늘어났습니다. 인물의 확장은 스토리로 이어지고 '팬', 문화로 상승합니다. 

제가 참석하기 전에 몇몇 서울 주재 해외 특파원들에게 취재환경 현황 혹은 개선점을 들어봤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뉴스'의 가치를 둘러싼 공통적인 의견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째, 외신기자들의 취재 환경은 정보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본 및 외환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되었고, 현재 기축통화를 쓰는 선진국들을 제외한 국가 중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가장 많이 개방한 나라로 한국이 손꼽힙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이 늘어나고, 주가도 많이 올랐지만, 해외 리스크가 발생하면 '스몰 오픈 마켓'인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소규모 주식거래에도 쉽게 휘청거립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교훈으로 한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해외투자자들 및 해외언론에 한국의 펀더멘털을 정확히 설명하고 왜곡된 인식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경제부처 장관들의 합동외신기자 회견 등 매우 적극적으로 외신에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관련 부처별로 외신 전담 대변인을 두는 등 외신의 취재활동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경제 부처 중심으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부처로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외교안보 분야 정보접근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떤 기자들은 '폐쇄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외교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북한 이슈는 안보와 연결되는 매우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해외 언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 핵이슈가 첨예한 문제로 불거졌을 때에도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안정적으로 움직입니다. 북한의 도발에도 한국의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북한의 무력도발 이슈는 주식시장에 오래전부터 반영되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죠.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외국인투자자들도 인정한 셈인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에는 한국발 외신기사가 한국의 안보상황을 냉정하게 잘 보도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외언론이 더 원활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기사는 방향성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사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에 해외언론의 정보접근이 더 개방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셋째, 해외언론은 과거 한국의 정치상황 특히 남북문제, 핵이슈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사가 증가했습니다. '한국'하면 떠올렸던 이미지나 주제들이 지난 20년 사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또 해외언론은 주로 홍콩이나 도쿄에서 한국기사를 취급했습니다. 단신도 많았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과 관련된 단독기사가 증가했고, 서울발 취재기사도 많아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를 비롯 해외언론사의 독자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투자자들의 매력도가 높을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제조공정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들도 증가했습니다. 일본 기업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일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일본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혐한', '한류'만 다루던 데에서 저출산, 환경, 코로나19 방역 등 공통의 과제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비교하는 기사에 독자들의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굉장히 잘 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입니다. 

한 일본신문 기자는 제게 "영화 미니라 개봉소식을 일본 뉴스 사이트에서 먼저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간 일본 매체는 정치, 북한이슈, 일본인과 관계된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다뤄왔는데요. 이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된 겁니다. 한 마디로 한국과 관련된 뉴스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심지어 일본에는 한국뉴스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뉴스 사이트가 있는데 혐한, 한류 위주였는데 지금에는 모든 한국뉴스를 취급합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죠. '연예뉴스 사이트'로 구분돼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한국뉴스를 취급합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미래 

해외 유력언론이 서울로 모인 것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상대적으로 해외기업에 대한 친화적인 문화, 한국언론의 자유도가 훌륭하다는 판단을 밝힌 바도 있는데요.

서울로 해외 미디어들이 들어온 것은 첫째, 어쨌든 코로나19 변수가 작용했습니다. 특히 팬데믹-방역관리 측면에서 주요 후보국보다 앞섰다는 점으로 보입니다. 둘째, 주변국에 비해 문화적 역동성이 큰 것도 매력도를 높였습니다. 셋째, 한국기업이 일본 중국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해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넷째, 인터넷 등 IT 인프라도 훌륭합니다. 웹툰,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의 질과 양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 갈등도 첨예하고 사회적 양극화도 심화하는 등 한국사회의 내부는 아픈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혁신성이 높지 않습니다. 서울발 부정적인 뉴스는 아시아 뉴스허브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입니다. 즉, 서울발 뉴스의 양이나 범위도 살펴봐야 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소재들을 많이 다루면 금상첨화일 텐데요. 

그런데 해외언론이 들여다보는 한국언론의 뉴스는 다양성은 부족하고 편향성, 상업성은 강합니다. 사실성도 미흡합니다. 해외언론 기사 번역도 자의적으로 처리하거나 누락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적도 있습니다. 

해외언론의 관심영역을 한국의 미래에 두고 한국 브랜드를 잘 관리해가는 파트너로 바라본다면 한국의 현주소나 잠재력을 정확히 전달하는 한국 언론의 뉴스가 중요합니다. 해외언론이 처음 마주하는 것이 한국언론이 만든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뉴스 독자들 중에는 BBC NYT 워싱턴포스트 등의 해외언론 뉴스를 한국언론보다 더 지지하고 첫번째 뉴스소비처로 삼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외신이 전하는 한국뉴스를 공유하면서 한국언론의 자세와 역량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이 금세기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해외언론과 공존하며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저널리즘 쇄신'에 적극성을 띠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제 아시아 뉴스허브로 모인 해외 유력매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일이 남았습니다. 첫째, 한국에 대한 뉴스가 얼마나 나올 것인가 둘째, 그리고 어떤 내용의 뉴스가 나올 것인가 셋째, 이러한 뉴스가 한국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입니다. 독자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신뢰를 얻는 K-뉴스가 자리매김해야 진정한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의 문이 열립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를 위한 한국의 조건과 전략' 토론자로 참여해 발언한 내용입니다.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시간제약 등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이야기한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학회 현장에서는 '산업적인' 문제도 이야기했습니다. "20년 전 해외 뉴스신디케이션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철수한 점이 있습니다. '상품화'할 한국뉴스가 없어서입니다. 한국언론 스스로 뉴스시장의 품격, 지위를 높이는 성찰과 분발이 필요합니다. 산업으로서의 'K-뉴스'를 고민할 때입니다"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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