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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한국에선 뉴스 그 자체보다 독자 교감이 과제

by 수레바퀴 2013. 6. 21.

연합뉴스 미디어랩과의 인터뷰. 나는 저널리즘의 미래보다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민하는 쪽에 속한다. 한국언론의 신뢰도 추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양방향 플랫폼에서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많은 기자들이 고민해야 하고 독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뉴스 그 이전에 인식의 전환, 소통의 확대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미디어랩과 저널리즘-뉴스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려운 질문에 대해 현학적인 답변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뉴미디어를 이끄는' 사람도 아닌데다가 솔직히 말하면 엄중한 현실 앞에 내놓을 해답도 없었습니다. '혁신' 밖에는, 이야기 할 것이 없었습니다.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니 연합뉴스 미디어랩 젊은 기자들의 의지와 실험에 오히려 경외감을 갖게 됐습니다. 아래 내용은 연합뉴스 미디어랩의 질문에 대해 메모 형태로 정리한 것입니다.

 

언론사 뉴스 콘텐츠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양할 콘텐츠는 무엇이고, 지향할 콘텐츠는 무엇인가?

- 결국 시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양적 경쟁 패러다임(부수 경쟁이나 불특정 다수에 정보를 도달시키는 따위의)이 아니라 질적 경쟁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오디언스와 시장에 대한 측정과 접근방식이 규명돼야 한다. 특히 저널리즘은 명백히 시장을 상대한다. 그 시장에 부응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 의존적인 시장에서는 언론사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적이다. ‘우리의 시장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양할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는 거기서 나눠진다.

 

<조선일보> '클릭! 취재 인사이드', <SBS> '취재 파일'등 기자 한 명이 기존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은 채 만든 콘텐츠가 여러 인력인 참여해 제작한 일반 기사보다 되레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언론사 내부에서 '킬러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전통 매체 역할의 주와 부가 바뀌는 게 아닐까? 의견이 궁금하다.

- 기자의 업무에 대해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24시간 뉴스룸 환경에서는 뉴스룸 및 기자의 업무는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된다(continuous). 이러한 환경에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따로 없다. 온라인을 고려한 오프라인 뉴스, 오프라인을 고려한 온라인 뉴스가 기획단계부터 설정돼야 한다. 오프라인 업무에 치중돼 있는 기자에게 온라인용 뉴스를 생산하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조직과 업무의 전환이 수반될 때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온라인 전용 스토리의 형식과 내용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이제 언론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비중을 대등하게 가져가야 한다. 각 뉴스룸의 문화, 관행, 역량, 규모를 감안해서 “50:50”의 시기와 형태를 결정해야 할 때이다. 지금처럼 접근할 때는 모두 실패한다.

 

대안·독립 언론을 중심으로 긴 호흡의 뉴스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예전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주요 언론사들도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인포그래픽 등을 활용해 뉴스의 형태를 보다 다양화하려 한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익과 연결 짓지 못하고 실험 혹은 부가적인 서비스 차원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지속하는 것이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그렇다면 국내 언론사는 최소한 몇 년을 더 이 분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고민거리다. 나는 온라인저널리즘에서 뉴스란 항상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가 소비되는 창구와 독자의 기호가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양한 뉴스 스토리를 만드는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 부분은 지속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 뉴스 스토리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다. 이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언론사 경쟁력(DB, 기자역량 등)에 따라 좌우된다. 당장에는 돈이 되기 어렵지만 전략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언론사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 대안·독립 언론의 부상은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다. 전통매체가 제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데 따른 반작용일 수 있어서다. 어쨌든 최근 주요 언론사에세 장문의 기사(long form journalism, 기획성 보도)가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각 매체의 색깔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같은 장문의 기사가 온라인 더 본질적으로는 디지털 테크놀러지와 결합하지 않는 점은 애석하다. 온라인 뉴스룸과 무관한 평면적인 기사라면 시너지(새로운 가치)를 내기 어렵다.

 

- 모든 뉴스 스토리는 이제 다양한 플랫폼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획(논의)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 퍼블리싱하는 과정이 단일 플랫폼을 고려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혁신하는 뉴스룸에는 정보를 다시 매만지는, 재구성하는 기능이 보태지고 있다. 코디네이팅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뉴욕타임스><허핑턴포스트> 비디오 콘텐츠 담당자였던 레베카 호워드를 영입, 비디오 부분 강화를 표명했다. 질 에이브럼슨 편집국장 역시 "비디오 저널리즘이 뉴욕타임스 기사의 필수적인 요소로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영상 콘텐츠를 강조했다. 통신사· 신문사에서 제작한 영상 콘텐츠가 방송사 대비 차별성을 지니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 나는 비주얼 뉴스 스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언론사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 스튜디오까지 갖춘 지역신문사들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썩 좋지 않은 결과 앞에 난감한 게 사실이다. 메이저 신문사들도 지난 10년 전부터 비디오 뉴스에 손을 댔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 첫째, 저명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근접하기 어려운 취재원 그리고 (지역에서, 그 분야에서) 평판 좋은 저널리스트가 등장해야 한다. 둘째, 공동선을 추구하는 현안에 다가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좀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비디오 뉴스에 등장해야 한다. 셋째, 현장성(라이브)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비디오 뉴스의 본질에 가깝다.

 

- 문제는 이같은 것들을 담보하더라도 많은 독자와 접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비디오 뉴스의 유통에 가능한한 모든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현 추세라면 뉴스 콘텐츠 소비 플랫폼은 스마트 모바일 기기로 갈 확률이 높다.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뉴스 콘텐츠란 대체 무엇일까? 기기 특성상 장문 기사나 긴 호흡의 콘텐츠는 소비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 '섬리'같은 요약형 뉴스 서비스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다른 대안은 없을까?

- 모바일 뉴스는 기기의 UI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평면적인 정보를 퇴보시킬 것이다. 가능한한 직관적인 정보들로 채워질 것이다.

 

- 전통매체의 대표격인 신문사가 만드는 텍스트 기사들을 좀더 모바일과 근접시키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요약이다. 그러나 요약은 뉘앙스나 깊이를 담은 저널리즘의 특성을 해친다.

 

- 모바일 뉴스는 첫째, 실시간성(속보성) 둘째, 직관성(minimalism, 이미지-비디오) 셋째, 연결성(기기간, 사용자 그룹간)이 중요하다. ‘요약을 넘어선 대응방식은 뉴스룸의 여건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독자에게 '전달'만 하는 뉴스가 아닌 독자가 '활용'하는 뉴스가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할 것이라고 많은 연구자가 주장한다. 독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실용 정보 중심의 뉴스 제작에 몰입하다 보면 '사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이 무시될 수도 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까? 균형을 잘 맞춘 사례가 혹시 있는가?

- 저널리즘은 사실 보도의 기능이 근간이다. 그 보도 자체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미디어 등장 이후 고전적인 뉴스의 특징보다는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에서 뉴스 스토리는 첫째, 지식과 정보로서의 보고 둘째, 참여와 반응의 장(, 공간) 셋째, (정보 낱개의) 조각과 합침(패키징)의 조화를 요구한다.

 

- 최고봉은 <뉴욕타임스>, <가디언>을 꼽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실보도와 함께 신속하고 완결도 높은 인터랙티브형 뉴스를 제공한다. <가디언>은 오픈 소스 저널리즘을 통해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에 많은 오디언스가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무엇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시장 및 뉴스룸의 여건이 허락할 때 가능하다. 또한 모든 균형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도 취사 선택이 필요하다.

 

지역 이해 뉴스(location-aware news) 혹은 지역 밀착 뉴스는 뉴스 콘텐츠의 또 다른 대안 중 하나다. 스마트 모바일 환경, 위치기반 정보가 담긴 SNS 사용 등은 지역 밀착형 뉴스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과 달리 지역 뉴스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도 지역 밀착형 뉴스 성공이 가능할까? 어떻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 상당히 어렵고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로컬리즘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필요하다. 쇼핑과 문화생활 전반이 서울중심적으로 이뤄지는 한국에서 지역밀착 뉴스는 상당히 어렵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생활근거지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생산에 나서야 한다.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데이터 발생량이 많은 곳은 서울 강남역 사거리, 신촌, 홍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 밀착형 뉴스를 만든다고 할 때에는 이 지역을 전담하는 동네 기자가 나와야 한다.

 

- 뿐만 아니라 지역밀착형 뉴스는 궁극적으로 지역민과 소통을 통해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밀착형 뉴스는 커뮤니티형 뉴스에 다름아니다.

 

<The Verge>, <Ars Technica> 등 고도로 수직화된 온라인 전문매체는 아직 국내에서 보기 어렵다. 콘텐츠 자체의 글로벌 서비스가 불가능한 한계 때문인가? 다른 요소가 있을까?

- 시장의 구조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전문적인 매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지금도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 규모나 저널리즘을 소비하는 오디언스의 태도 등이 맞물려 쉽지 않다. 기성매체도 이같은 온라인 전문매체 시장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측면도 있다.

 

급격한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그것으로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의 발전은 아직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뉴스 제작 환경을 더욱 그런데, 과연 무엇이 가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 특히 인식부족이 거든다. 저널리즘은 일반 소비재 상품과는 다르다. 문화상품이다. 문화는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을 다룬다. 달라진 커뮤니케이션에 뛰어들지 않는 뉴스룸 종사자들은 기술에 대한 저항감, 무지 뿐만 아니라 적대적 인상까지도 갖는다. 여기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기 어렵다.

 

- 그래서 뉴스룸 혁신이란 사실상 뉴스룸의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뉴스룸은 변하지 않았다.

 

온라인을 비롯한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기사 구조나 스토리텔링 기법은 무엇인가?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 국내외 사례는?

- 많은 연구자들이 온라인에 최적화한 뉴스 스토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다 같은 이야기라도 들려주는 기교에 따라서 몰입도에 차이가 난다. 이 기교에 기술을 동원하는 것이 디지털스토리텔링이다.

 

- 뿐만 아니라 미적인 측면(디자인, (사용하는)칼라(의 수)), 지리학적인 고려 등 다양한 변수들이 관여한다.

 

- 뉴스에 대한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원칙은 첫째, 독자가 보고 있는 스크린의 크기를 넘치지 않을 것 둘째, 가급적이면 독자가 전체 스토리를 일차적으로 쉽게 파악한 뒤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구조를 가질 것 셋째, 독자의 액션(클릭, 터치)에 반응하는 구조를 가질 것(흥미성) 등이다. 이와 별개로 내용적으로는 시의성, 공익성, 예술성을 담보하는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 해외의 유수 매체들이 뉴스의 디지털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고 보는 곳은 <뉴욕타임스>. 이 매체는 무엇을 스토리텔링할 것인가에서부터 어떻게 빠른 시간 내에 표현할 것인가와 관련돼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

 

기존의 기사 스타일을 벗어나려면 취재·제작 방식에도 변화가 따라야 할 것 같다. 뉴미디어 환경에 맞는 기사 생산을 위해 효과적인 취재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얼마전에 한 인터넷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나와 만난 뒤 바로 캠코더를 켜고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몸에 밴 습관이었다. 그는 돌아가서 스스로 편집한다고 했다.

 

- 기자들은 자신이 만드는 뉴스가 다양한 형식으로 동시에 만들어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가능한한 디지털 취재장비를 활용해야 한다. 현장에서 나온 많은 소스들을 자신의 취재기록과 어울리게 해야 한다. 여기서는 십여개의 낱개 정보가 나오고 한 개의 스토리로 구성이 가능하다.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고민하는 애프터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독자 전략에 대해]

 

90년대 디지털 신문이 등장하며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된 것은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이었다. 하지만 SNS 시대인 지금도 이를 제대로 실현하는 언론사는 매우 찾기 힘들다. 단순히 자사의 기사 링크나 간단한 홍보 정도로 제한적인 SNS 이용을 하고 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진정한 상호작용 수준이란 무엇일까?

- <가디언>이 얼마 전 런던에 커피숍을 오픈했다. 기자들은 거기서 독자들과 만난다. 정보도 얻고 고견도 경청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지는 오프라인이다.

 

- 기자들은 자신의 취재물에 대한 독자의 반응에 피드백해줄 의무가 있다. 소통의 출발은 그 지점이다. 뉴스룸의 밑에서는 SNS와 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툴과 접점을 만들어줘야 한다. 동시에 독자가 모여 있는 곳, 독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에 기자 스스로가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참여를 뉴스룸은 지원하고 보장해야 한다(자율적 가이드라인). 또 뉴스룸은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 열성적이고 참여적인 독자 커뮤니티는 온라인저널리즘 최상의 목표 중 하나이다. 소통의 목표는 언론사 저널리즘 과정에 직, 간접 참여하는 것이고 그 기반은 커뮤니티다.

 

국내 언론사들도 소셜댓글 등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방식 변화를 꾀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 대부분은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 언론사들이 소셜댓글을 도입한 것은 소셜과의 연결성 확보라는 미디어 이슈도 있었지만 관리의 어려움이 컸다. 도입 목적이 애초부터 잘못된 셈이다.

 

-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에서 영향력이란 정보의 독점과 게이트키핑이 아니라 참여도에서 결정된다. 그 시작은 기사에 대한 댓글이다. 댓글에 대한 피드백(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리고 후속기사로 완결되는 게 중요하다.

 

- 댓글의 가치는 기사의 영향력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기자와 뉴스룸의 브랜딩에 기여하는 부분이다.

 

- 독자와의 소통에 대해서 첫째,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둘째, 뉴스룸 관계자가 직접 관여하고 셋째, (독자 소통의) 결과물을 직간접 제시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독자 제보 사진, 영상을 기사 제작에 적극 활용하는 <뉴욕타임스>, 독자의 트위터를 그대로 끌어와 라이브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가디언> 등은 댓글을 매개로 독자와 상호하는 우리 실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언론사-독자간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언론사의 권위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을까?

-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질문처럼 언론사의 폐쇄적 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첫째, 국내 언론사는 독자의 저널리즘 참여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연히 지금까지 독자 참여 콘텐츠는 뉴스와 직접연관성이 떨어진다. 뉴스와는 다른 채널에 방치된다. 독자의 의견, 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수렴하는 적극성, 구체성, 진지성이 떨어져 있다.

 

둘째, 독자 충성도가 낮다. 독자가 특정 언론사에 관여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온라인에서의 영향력, 동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평판 등이 다른 창구를 통해 하는 것보다 좋지 않다. 당연히 독자들이 언론사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 국내 전통매체가 소셜네트워크 참여자들을 향해 쏟아놓은 보도들은 관계의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적대적, 갈등적이다. 협력적 관계로 모델을 설정하지 않으면 독자가 언론사로 들어오는 것이 어렵다.

 

- 특히 소통의 문제는 친밀함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추고 독자 평판이 좋은 저널리스트가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퍼스낼리티가 강한 기자가 독자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합류해야 한다.

 

온라인, 디지털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정밀한 독자 분석과 타게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는 독자 분석만 전담하는 팀이 있고, <뉴욕타임스>는 뉴스 소비 행동을 실험하고 분석하는 R&D 조직이 따로 있어 각각 실제 매출과 연결하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뉴스 제작 현장에 활용하는 언론사를 찾기 어렵다. 가장 큰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2년 전 주요 언론사의 예산을 살펴볼 일이 있었다. R&D 예산 계정 자체가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사 CRM 부문은 예산도 빠듯하지만 미래지향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 독자DB의 규모도 문제지만 퀄리티도 낮다. 국내 독자가 구독을 하는 과정에 (언론사를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주도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펼쳐진 뒤 가장 손을 써야 했던 것이 독자DB를 정교하게 구축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독자 개인의 가치가 커지는 오늘날의 시장을 감안할 때 마케팅 조직의 컨버전스가 절실하다. 결국 온라인 환경과 연결성이 극히 취약하다.

 

- 유감스럽지만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 문제를 후순위에 두고 있었다. 또 구조적으로는 신문사 지국 등 유통 인프라가 낙후한 것도 거든다.

 

- 언론사의 브랜딩이 중요하다. <가디언>이 오프라인에서는 경쟁지에 밀렸지만 온라인에서는 1위를 다투고 있다. <시사IN>2012년 기준 시사주간지 유가부수 1위로 올라섰다. 각 기자들의 온라인 참여가 결합해 <시사IN>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 <뉴욕타임스>는 수년 전 어려운 시기에 버스 광고까지 했다. 편집국장이 독자들과 점심을 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언론사가 수준 높은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을 선보여도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 할 것이라고 한다. 독자들이 이미 빨리 소비할 수 있는 자극적인 뉴스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독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학습시킨 언론사의 책임도 묵과할 수 없다. 언론사가 어떻게 해야 독자는 '수준 높은 기사'에 익숙하게 학습될까?

- 이 문제는 단순하다. 퀄리티 저널리즘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공동선을 추구하는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 지난 10년간 해외 언론의 혁신은 3C(콘텐츠, 컨버전스, 커뮤니케이션)라고 압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태도를 버리고 콘텐츠를 전환했고 조직을 융합시켰고 독자와 협력했다. 이것이 혁신의 요체다.

 

- 국내에서는 여전히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당연히 포털이 제공하는 어그리게이팅 기반의 뉴스 외에 경험을 한 적이 없다. 떠난 독자들을 되돌리는 방법은 결국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일밖에 없다.

 

[뉴미디어 환경 대응에 대해]

 

사실상 실패로 평가받는 뉴스스탠드의 대안은 대체 무엇일까? ‘뉴스캐스트로의 회귀도 하나의 대단으로 제시되는 실정인데, ‘뉴스캐스트시절의 선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가 과연 있을까? 언론사나 독자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할 텐데.

- 612일자 <미디어오늘>에도 이야기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뉴스캐스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포털, 언론사, 이용자 모두에게 적정한 편익을 주기 위해서는 이 방식이 유일하다.

 

그것 외 다른 모델을 고민해볼 수는 있지만 상당한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 섣불리 내놓으면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렵다.

 

<다음>처럼 포털이 직접 편집하는 모델은 한계가 명백하다. 언론사를 만족시킬 수 없다.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이용자, 언론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 당장에는 뉴스캐스트로 돌아가더라도 네이버가 엄정하게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온라인저널리즘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 없이 네이버 서비스 방식만 바꾸는 것은 뉴스스탠드에서 보다시피 무의미한 결과만 낳는다.

 

포털은 이제 구조적으로 불가능할까? 이제 뉴스는 포털에 영원히 종속되는 것인가? 언론사가 지닌 의제 설정 기능은 이제 회복이 어려울까? 포털을 떠나면 잃게 되는 기존 수익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탈포털은 과제이다. 과제를 풀 수 있다. 일부 언론사는 지금도 탈포털할 수 있다. 다만 경영난이 우려되는 언론사의 경우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 언론사는 3C의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 언론사와 포털은 이제 무조건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가야 한다. 돈이 필요하고 브랜딩이 필요한 매체는 포털에 얽매여야 하고 전통매체는 하나 둘 떠나야 한다. 맹목적으로 포털에 기대는 매체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가 여론다양성이나 공론장으로서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포털이 그렇게 작동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 역시 문제 삼아야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려면 언론사 편집국 조직 혁신과 기자 역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했다. 당장 실천 가능한 조직 혁신의 모습은 무엇일까? 국내 뉴미디어 환경에 적확한 기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새로운 기술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만은 아닐 듯한데.

- 온라인저널리즘은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 활용력, 커뮤니케이션 열정 등을 갖춘 기자들이 중요하다. 하지만 뉴스룸에서 이들은 소수다. 이들을 기존 업무 패러다임을 가둬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이들에게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합뉴스>의 멀티미디어랩, <경향신문>의 인터랙티브팀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 이제 기자는 기록자가 아니다. 커뮤니케이터이며, 마케터이다. 전략가인 것이다. 동시에 휴머니스트다.

 

독자의 파편화된 뉴스 소비 행태 때문에 언론사가 받은 가장 큰 피해는 매체 브랜드의 희석이다. 기존 언론사가 포털 중심의 뉴스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매체 브랜드를 다시 확보할 수 있을까? 차별성, 배타성 있는 콘텐츠 제작이 해결책이라고 하는데, 현재 국내 언론 시장 구조에서 과연 차별화된 뉴스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특히 연합뉴스같은 통신사는 종합일간지나 경제지와 다른 독자 설정이 필요하므로 더 난감하다.

- 얼마전 한 언론사에서 특강을 했을 때이다. 네이버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네이버에서 여러분의 독자는 없다, 거기서 찾지 마라고 말했다.

 

- 언론사가 자신의 독자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수시로 서베이해야 한다. 이제 뉴스는 과학과 피드백의 산물-과정으로서의 스토리다.

 

- 또 우리 언론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시장이다. 어떤 시장이 지금 형성되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많다. 가령 ‘40대 직장여성-직장과 가정(육아)에서 성공하기를 원하는을 타깃으로 하는 뉴스를 만들게 되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 사실 통신사가 온라인 시장에 어떻게 포지셔닝하는가는 신문, 방송과 다르다. 통신사의 오랜 고객은 언론사다. 언론사가 원하는 것은 자사의 뉴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원재료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시장 독자와 직접 만나면서 새로운 요구와 부딪히고 있다. 문제는 뉴스룸이다. 이 요구에 부응하는 뉴스를 만들려면 뉴스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 ‘멀티미디어랩같은 실험은 파격적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서 나오는 콘텐츠가 언론사들이 원하는 맞춤상품일 수도 있다. 좀더 비즈니스적으로 바라보면 소스 그 자체를 제공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코칭해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 수행, 수익 실현, 높은 독자 호응도 등 성공적인 온라인저널리즘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거나 또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언론사를 꼽아본다면? 해당 언론사를 추천한 이유도 궁금하다.

- 저널리즘의 원칙 즉, 공동선과 객관적 사실보도에 충실한 언론, 기술적-인적-자원적 인프라(DB)를 포함 미디어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진 언론,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언론 특히 디지털 세대에 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진 언론, 뉴미디어 부문(CRM 포함)에 각별한 투자경험을 해 온 언론 등의 요건을 갖춘 곳이라고 하겠죠.

 

-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등이 한 두 개 정도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그나마 앞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뉴미디어 전문가 그룹'을 설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하지만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그렇다면 당장 어떻게 '뉴미디어 전문가그룹'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을까? 모색해 본 대안이 있는가?

- 수 년 전에 이야기를 한 건데요. 기성매체는 재무적, 경영적 측면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략적이고 마케팅적인 부문에서는 역량이 미흡합니다. 특히 콘텐츠를 시장에 연결시키는 능력은 신생 미디어기업에 비해 크게 뒤쳐집니다.

 

- 문제는 전문가그룹들이 전통매체의 조직과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느냐인데요. 아직은 실패한 케이스가 더 많습니다.

 

- 외곽에서 내부를 자극할 수 있는 통로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듯 싶습니다. 전문가그룹들이 정기적으로 경영진과 뉴스룸 간부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도라도 운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뉴스룸의 혁신 주창자들은 극히 소수일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권자들이 아닙니다. 이들과 교류할 수 있게만 돼도 변화의 동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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