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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혁신 요구하는 태블릿PC

Online_journalism 2010. 11. 12. 20:06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올해 4월 출시된 애플사의 아이패드는 3~4개월만에 전세계적으로 태블릿PC 전성기를 열어 젖히면서 미디어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십여년간 잊혀졌던 태블릿PC를 일으켜 세운 아이패드는 디지털 미디어 패러다임의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진단까지 끌어냈다.

그동안 번번이 불발했던 태블릿PC의 급부상은 콘텐츠, 통신 네트워크, 하드웨어가 무르익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령 전자책(eBook)은 수년간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다량의 지식 콘텐츠를 누적했다. 유튜브 같은 글로벌 동영상 유통 플랫폼도 성장했다.

콘텐츠 사업자는 물론이고 일반 이용자도 능동적인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통신 네트워크도 오밀조밀하게 뒷받침됐다. 디스플레이어 부문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 효율적인 운영 체계(OS), 지원 소프트웨어로 노트북 시장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 KT 등 국내기업의 디바이스 라인업도 적극성을 띠는 모양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다. 뉴스를 생산, 유통해온 신문, TV는 인터넷에서 혼쭐이 나면서 모바일 만큼은 재기를 다짐해온 터에 충격파는 심각하다.

때마침 지난 해부터 이동형 단말기인 스마트폰 뉴스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이 서둘러 이뤄졌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모바일 뉴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동형과 고정형의 특성을 모두 갖춘 태블릿PC의 경우 상당한 인적, 물적 투자가 요구되면서 속도전에서 좌고우면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일단 국내 언론사의 태블릿PC용 뉴스 어플리케이션은 걸음마 수준이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보급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9.7인치 아이패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문으로 된 아이패드용 에디션은 10월 7일 첫 선을 보였다. 신문지면을 재현한 콘셉트의 한국경제신문이다. 그 뒤를 이어 보도사진 중심의 중앙일보, 속보와 뉴스 영상으로 구성한 연합뉴스 앱이 공개됐다.

8월에 출시된 KT 아이덴터티 탭, 11월 시장에 공개된 삼성 갤럭시 탭은 7인치 태블릿PC다. 디지털 콘텐츠(e-contents) 유통 플랫폼인 조선일보 텍스토어에 합류한 8개 신문사를 비롯 크고 작은 10여개 신문사가 뉴스 앱을 공개했다. 이 앱들은 아이패드보다 작은 사이즈를 감안한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들로 채워졌다.

물론 각 언론사는 3~4개월 전부터 태블릿PC의 특성, 내부 인프라를 검토해 앱 개발에 착수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아이패드 앱의 경우 외부 개발사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여서 오랜 협의가 오고 갔다. 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와도 정보를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간 개발 비용은 운영체계별로 4~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선듯 투자하기 어려운 규모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뉴스 앱을 미출시하거나 앱 업그레이드도 하지 않은 언론사도 부지기수다. 태블릿PC는 검토조차 못하는 언론사도 있다. 언론사간 디지털 플랫폼 영토 경쟁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언론사의 관심사인 뉴스 유료화는 정작 아이패드 에디션에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로그인 절차도 없고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또 트위터나 이메일로 뉴스를 맘껏 퍼가거나 공유할 수 있지만 변변한 광고 하나 제대로 수주하지 못했다. 인터넷처럼 여기서도 뉴스는 공짜라는 것이 재확인된 것이다.

여기에 만들수록 돈 안된다는 앱 스토어 경제학도 솔솔 흘러 나왔다. 가령 지난 6월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을 20만 개라고 추정할 때 이 스토어에서 신문 사업자가 만든 앱이 이용자에게 선택받을 단순 확률은 고작 0.0004%. 4천만원 투자해서 연 85만원을 번다는 업체의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개발 이후 서비스 운영에 따른 인건비, 앱 유지보수 비용을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규모의 언론사들이 앱 개발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말기가 얼마나 보급될지 알 수도 없는데 또다시 무료 뉴스 서비스를 하는데 수천만원을 지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패드 에디션 전담 인력을 배치한 한 신문사는 당분간 뉴스 유료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브랜드를 알리는 방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지점에 태블릿PC 뉴스 서비스가 위치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사의 혁신적인 태블릿PC 에디션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처지다. ABC(미국), BBC(영국),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은 태블릿PC 뉴스 서비스가 "보고 즐기고 감동하며 살아 움직이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영상 서비스에 화려한 인터랙티브 광고가 이용자의 터치에 따라 움직인다.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와이어드 매거진의 아이패드 앱은 대표적인 사례다. 수백명의 전문가와 기자들이 달라 붙어서 잡지의 디지털화를 기획, 연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와이어드 매거진의 아이패드 뉴스 서비스는 역동적이고 거대한 입체 스토리로 완성됐다. 한 마디로 뉴스가 재정의된 것이다.

이는 뉴스와 기술의 결합, 예술로서의 승화를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사 뉴스룸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텍스트 기사를 쓰는 평면적인 종사자들 외에 새로운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스토리 에디터, 카피 에디터, 리서치 에디터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디지털스토리텔러로서 뉴스의 새로운 품격을 입히는 창조적인 아티스트로 활자매체의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뉴스룸의 조직과 업무 내용이 혁신되지 않고 태블릿PC 앱만 만드는 것은 모래위에 정자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 신문사는 구독자들에게 태블릿PC를 선사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지키려 안간힘이다. 하지만 완연한 하향세의 구독률,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결정적인 것은 뉴스의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기자협회보 2010년 12월15일자


비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경제적인 이용요금, 풍부한 콘텐츠로 태블릿PC의 보급이 확대될 경우 신문사의 미디어 경쟁력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 신문사의 중견 기자는 "임기응변적 대응이 아니라 올드 미디어의 DNA를 바꾸는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기자, 자원, 조직 그리고 논조까지 전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태블릿PC 부활의 진정한 교훈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당한 자본투입 그리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태블릿PC는 일종의 전초전의 의미를 내재하는 시한폭탄이라고 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시사저널> 최근호에 게재됩니다. 실제 게재본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덧글. 이미지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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