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nline_journalism

저작권을 둘러싼 뉴스룸의 과제

by 수레바퀴 2009. 2.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뉴스를 생산, 유통해온 국내 언론사는 15년만에 근본적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아주 낯익은 주제이지만 지독하게 헝클어져버린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에 대한 부분이다.

2008/10/01 - [포털사이트] - 언론-포털, 사활을 건 저작권 大戰
2008/12/24 - [온라인미디어뉴스/국내] - 2008 국내 온라인미디어 뉴스 10選
2009/01/02 - [포털사이트] - 공동 뉴스포털은 `최후의` 도전
 
현재 언론사와 포털사업자가 오래도록 공방을 벌여온 인터넷 뉴스 유통 시장에서의 주도권 공방도 따지고 보면 저작권이라는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2008 년 인터넷 포털사업자에 대한 규제논의 과정에서 한국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등 주요 언론단체가 주력해온 자의적 뉴스 편집권 금지나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 모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전히 저작권을 둘러싼 의문부호는 늘어나고 있다. 시장내 새로운 변수로 자리잡기 시작한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취한 부분적 개방 즉, 아웃링크도 온라인 뉴스에 대한 무료 인식을 확산시켜온 10여년의 인터넷 뉴스 소비문화도 저작권과는 한참 거리가 먼 상황이다.

웹 2.0의 거대한 물결이 인터넷을 휩쓸면서 블로그와 같은 이용자 그룹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뉴스 이용문화를 조장해온 인터넷 포털, 수많은 웹 사이트들은 쏟아지는 저작권 송사에 혼란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신문, 방송 등 언론사들은 저작권 시장에 눈뜨면서 강온 전략을 구사하며 합법적 뉴스 이용문화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핵심적인 사항은 이처럼 저작권을 둘러싼 숱한 의문과 공방이 천문학적인 잠재력을 인정받는 시장과 밀접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2005년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펴낸 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뉴스콘텐츠 시장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매체 수도 급증했고 뉴스 콘텐츠의 활용 방식과 채널도 확장돼 그 규모는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 시장은 곧 저작권 체계를 가다듬지 않고는 산업효과를 낙관할 수 없는 '거품 시장'이다. 지금 주요 언론사와 포털간의 뉴스수급 관계, 침해의 규모와 형태, 이용자들의 수용태세, 뉴스룸 안팎의 인식, 제도적 정비 등 수많은 이슈들은 시장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느냐 아니면 영구적인 혼돈으로 끝나느냐의 기로에서 만지작거려지고 있다.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저작권법

국내 저작권법은 2000년, 2003년, 2004년 등 세 차례 저작권법을 개정해 온라인상의 ‘전송권’ 조항을 신설했다. 2005년에는 음원저작권 문제를 포함한 개정 법안이 발효돼 전송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어떤 저작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도록 됐다. 2006년과 2008년엔 연이어 개정된 저작권법은 침해에 따른 책임부과를 강화하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인 인터넷 포털 등에게 사이트 폐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강도가 세진 저작권법이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온라인 뉴스 콘텐츠 저작권은 인사, 부고 등 단순 정보를 다루는 단신을 빼고 기자들의 의견, 창의가 녹아들어간 모든 저작물을 대상으로 한다. 1996년 8월 국내에서 발효된 ‘베른협약’은 새로운 저작물이 나오면 자동으로 저작권이 생성돼 언론사 뉴스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 속에 있게 된다.

즉, 이미 오래전부터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이 존재했지만 인터넷 시장에 대한 정밀한 접근이 부족해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 예를 들면 아웃링크, P2P사이트, 개인 블로그 등에 대해 정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6년 1만3,114건이던 저작권법 위반 고소건수가 2007년 2만333건에 이어 지난해 7만8,538건으로 3.5배나 증가했다.

언론사의 뒤늦은 저작권 지키기

제도적 정비가 미흡하고 신속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문, 방송 등 언론사들이 직접 나서는 길을 택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해 11월 28일 별도 규정이 없는 디지털 뉴스라는 개념을 현행 저작권법에 도입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온라인 뉴스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또 뉴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업자들이 프린트하기, 이메일보내기 등 뉴스 콘텐츠 복제 방조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신문협회가 뉴스저작물 보호방안으로 제시한 것에는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뉴스편집행위를 금지하며, 뉴스 저작물에 대한 무단DB화를 처벌하는 것도 들어갔다. 특히 현행 공표후 50년으로 돼 있는 뉴스 저작물 보호기간을 개인 저작물처럼 ‘기업 존속기간 + 이후 50년‘으로 대폭 늘렸다.

이는 뉴스 콘텐츠 저작권 침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한국언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2,984개 인터넷사이트 중 25.5%인 760개 사이트가 언론사의 사전동의나 계약엇이 무단게재하고 있었다. 뉴스를 게재하는 사이트를 기준으로 하면 91.5%나 저작권 침해를 하고 있었다. 특히 포털사이트는 자사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에게 기사복제를 용인, 검색광고를 늘리는 방편으로 악용하는 등 뉴스 저작권 침해의 ‘주적’이었다.

저작권 침해는 산업 뿐 아니라 사회도 마비시켜

법체계 내에서 뉴스 콘텐츠 저작권이 음반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에 비해 느슨하게 다뤄지면서 언론사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3,500여 기업체의 사내 인터넷망에서 모두 6만여건의 저작권 침해 사례가 드러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어떻게 될까? ‘저작권 신탁’을 통해 언론사의 저작권을 집중관리하는 한국언론재단 ‘뉴스코리아’의 판매모델에 따르면 B2G 영역에서만 한해 19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저작권 침해로 붕괴된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개 기사(article) 당 적정가조차 정해지지 않은 뉴스 콘텐츠 시장의 난삽함을 고려할 때 그동안 지나쳐버린 시장은 어마어마할 정도다.

뉴스 저작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대가는 언론산업 위축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뉴스 저작권자인 언론사가 저작물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서 무수한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가짜 뉴스는 정보의 신뢰에 금을 긋고 사회적 안정성을 깬다. 마구잡이로 재편집되는 언론사 뉴스들은 누가, 왜, 어떻게 하였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게 만들면서 정상적인 여론도출을 어렵게 한다.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도전과 응전

뉴스의 합법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유통모델로 온라인 광고비즈니스를 도모하는 ‘뉴스뱅크’의 경우 그간 인터넷 포털사업자가 휘두른 저작재산권 직접 침해 또는 침해 방조를 완벽히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중수신, 배포 등의 직접 침해와 카페 및 블로그 등으로 불법복제를 막는 등 뉴스에 대한 저작권자의 조정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포털사이트 뉴스 페이지 내에 디스플레이 광고 삽입 등도 뉴스 저작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저작인격권의 직접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언론사와 포털이 기사를 합법적으로 활용하는 순간 언론사는 그동안 손 쓸 수 없었던 포털 플랫폼의 광고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이 강화될수록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활용수준과 범위는 제약이 불가피하다. 2007년 12월 발간된 ‘저작권 침해방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음악, 영상, 출판물 등을 이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드는 이용자들이 66.8%에 달했다. 즉, 2차 저작물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면 공정이용을 통해 얻는 뉴스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즉, 저작권이라는 명분과 인터넷 이용문화라는 현실간의 조화가 관건인 셈이다.

뉴스 이용가격 등 이용자 관점 필요

전자신문이 지난해 8월 실시한 ‘디지털 콘텐츠 보호화 활성화 인식조사’에서 조사 대상 네티즌의 절반은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허락없이 복제하면 저작권법에 저촉된다고 생각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그러나 저작물에 대한 가격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콘텐츠 저작권자가 네티즌과 거리감을 좁히는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특히 UCC 영역을 포함 인터넷 시장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도 유의해야 한다. 뉴스 저작물에 대한 네티즌의 재활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즉, 공익적이고 비상업적 목적이라면 뉴스 콘텐츠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제도의 이면에 사회문화적인 잣대의 적용도 필요한 것이다.

방송사닷컴과 UCC업체간의 공방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저작권 공방은 저작권자와 포털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포털사업자(웹하드업체), UCC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네티즌들이 뉴스 저작물 이용에 대해 고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네이버 오픈캐스트처럼 뉴스의 활용을 둘러싼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터지면서 뉴스 저작권의 위반 가능성 역시 고조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뉴스 저작권의 진정한 가치는 뉴스룸에서 생성돼”

특히 언론사간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의 속성상 속보에 급급하다보니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거의 베껴쓰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사진을 출처없이 가져다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언론사간에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뉴스 저작권이 침해당했다며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고간 적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뉴스로 가공, 유통시키는 뉴스룸의 관행 때문이다. 한 신문사닷컴 관계자는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을 중심에 놓고 트래픽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뉴스룸 내에는 뾰족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가 쓴 특종을 단 몇 분 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덮어 써서 유통시키는 디지털 뉴스 기계들이 온라인 뉴스룸에 득시글한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덧붙였다.

뉴스룸 내부에서 스스로 뉴스의 가치를 떨어 뜨리고 언론사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는 조건에서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 저작권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기자들이 뉴스 하나하나에 최대한의 공을 들이지 않는 한 저작권을 거론하기가 부끄러운 시대가 됐다. 지난해 말 인사를 단행한 중앙일보는 ‘팩트 체커(Fact Checker)‘를 신설, 뉴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뉴스룸 스스로 뉴스 콘텐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시도가 요구된다.

첫째, 뉴스룸 내부에 저작권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지난 2005년 네티즌, 포털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뉴스이용규칙’을 발표한 바 있으나 개별 언론사 뉴스룸에서는 이렇다한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 예를 들면 기자가 직무상 수행한 뉴스 저작물(사진, 그래픽, 편집디자인)의 권리도 보다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 외부 필자의 글을 게재할 때 이것이 온라인상 유통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업무과정에서 숙지할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둘째, 뉴스 저작물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계량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1995년 이후 15년간 뉴스는 ‘디지털’로 재탄생했으나 아직 뉴스 콘텐츠의 시장내 적정한 가치는 매겨진 적이 없다. 언론사들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값을 책정하는 과학적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서 그 몫은 포털이 대신 차지했다. 지금이라도 뉴스의 디지털화 그리고 온라인 시장 유통에 따른 비용을 산정하고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노고가 필요하다.

2009년은 온라인 뉴스 콘텐츠 저작권의 분수령이라고 할 것이다. 저작권법의 변화, 인터넷 규제제도의 도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스 저작권 침해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방지하는 전담 기구도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를 활용한 광고매출 규모가 천억원대로 예상되는 시장의 결정적인 열쇠는 단연 저작권이다.

뉴스 무단 게재를 모니터링하고 소송을 하는 수세적인 비즈니스에서 좀더 시장친화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언론사의 저작권 전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방송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시점이 1월초이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이미지 출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