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털사이트

온라인 공간의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이슈

by 수레바퀴 2008. 10. 1.

한국언론재단 한 연구위원이 작성 중인 연구과제를 위해 작성된 내용입니다. 최근 포털 규제 법안 도입 논의와 맞물려 있어 제가 답변한 내용을 포스트 합니다. 일부 내용은 법리적인 이해가 부족해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현재 온라인 공간의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오프라인 공간의 명예훼손 보다 무거운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적 처벌이 타당한지, 온·오프라인 명예훼손의 특징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A.
온라인을 통한 명예훼손은 시간, 공간에 가리지 않고 전파되며 무엇보다 오프라인에 비해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따라서 그 피해의 결과 역시 일과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이어진다. 특히 명예훼손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베일에 가려있는 익명성의 특성을 띠는 만큼 삭제와 폐쇄라는 대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익명에 의해 ‘잔존’한다. 오프라인의 명예훼손은 출판물 등을 수거하거나 고소,고발의 법리적 다툼으로 전개되면서 대응과 피해의 구조가 단절적인 경향을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때문에 명예훼손에 대한 온오프라인간 차별적 처벌의 타당성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예훼손’과 ‘인격손상’ 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이버 문화의 특성상 과잉 처벌이 표현자유라는 헌법적 위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Q. 명예훼손의 면책요건이 되는 ‘공공의 이익’이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며, 범위는 어떻게 설정되야 하는지요?

A.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면책요건이 된다는 형법의 규정은 결국 ‘진실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진실성, 객관성이 결여돼서는 안된다.

공공은 국가,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 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판례). 따라서 진실한 사실에 기반한 주의, 주장이라고 할 경우 ‘공공의 이익‘은 적극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Q. UCC 영역에서 패러디물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패러디물의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과 명예훼손과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면 좋을 까요?

A. 패러디 내용물과 저작자의 지나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으로 간주할 것인가, 또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패러디라는 콘텐츠 형식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패러디는 원래의 콘텐츠를 의도성을 갖고 재가공한 것이므로 그 행위는 독창적인 표현행위이다. 따라서 특정 시점이 아니라면 패러디물에 대한 명예훼손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대부분의 패러디물이 선거기간 중 공인을 향하고 있는 점이 문제시 된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경우 선거기간 중 악의적인 패러디물로 곤경을 당할 수 있다. 이 기간 중에 패러디물은 보다 엄격한 명예훼손의 잣대 동원이 필요하다고 보이나 그것이 사실과 직접적이고 연상적으로 연관된 표현물이라면 비록 과도한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Q.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명예훼손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가 즉시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성을 판단하는 제도를 도입하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서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와, OSP 의 책임에 대한 부분, OSP의 콘텐츠 검열권한에 대한 부분에 대해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혹시 바람직한 피해구제 방법에 대한 견해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OSP의 임시조치 권한 강화는 국가가 OSP를 내세워 이용자들의 표현물을 검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OSP가 제대로 운영, 관리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OSP의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로 흐를 수 있다. 결국 OSP가 국가가 나서지 않더라도 표현자유를 합법적으로 침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으로 제도도입이 되더라도) 권리 침해자가 OSP를 상대로 임시조치를 요청 할 경우 게시자가 권리 침해자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게시자는 그 내용을 보고 재게시를 요청할 것인지, 분쟁으로 넘어갈 것인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게시자의 경우 OSP의 블라인드 처리를 ‘사법적 판단’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등 표현자유 전반에 위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오로지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체계에서 결정돼야 한다.

Q.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모욕죄의 범위 또는 유형과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에 대한 견해는 ? (모욕죄의 경우 어느 수준의 댓글에 적용할 수 있을 까요?)

A. 점증하는 사이버 공간의 명예훼손 시비와 관련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할 경우 ‘모욕’의 범주는 ‘종교’, ‘인종’, ‘신체’, ‘지역’ 따위의 선천적이고 신념적인 조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를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부당하게 깎아내리거나 집요하게 전파할 경우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모욕죄는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협소하게 만들 장치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도입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모욕죄 외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에 따라 관련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근거가 있는 만큼 제도 남용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Q.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제한적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 대상 사이트를 확대시킬 예정에 있습니다(기존 1일 20만 이상 접속 인터넷언론, 30만명 이상 포털에서 10만 이상으로 확대 예정). 본제도의 취지가 악성 댓글의 익명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다는 것인데, 이러한 제한적 실명제 확대가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이고, 기존 법익과 충돌되는 지점은 없는지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는 표현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하고 다수가 오는 웹 사이트에 실명(에 준하는)으로만 의견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첨예한 공익의 문제, 내부 고발의 문제 등이 제대로 다뤄지기 어렵다.

특히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악성 게시물이 현저히 줄었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확대 조치만으로 실효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전체 게시글 중에서 악성 댓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소수에 불과한 만큼 다른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명제(아이핀, 온라인 인증제)를 둘러싼 논의에는 인터넷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이 인정된다. 다만 공공성과 사적 이익을 다투는 문제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철저한 투명화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를 보완할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위험한 접근이다. 

Q. 현재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실태를 댓글, 토론글, 동영상 UCC 영역으로 나누어서 설명해 주시고, 해당 서비스 영역의 사회적 기능과 비교해서 적절한 규제수위는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있어서 공인이나, 공공성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이해해야하며, 명예훼손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A. 일반적으로 프라이버시 침해는 뉴스의 가치(공공의 알권리), 동의, 공무원 및 공인, 공적 기록과 절차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라이버시는 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주관적인 침해여부가 중요한 만큼 ‘공인과 공공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프라이버시 공개는 중대한 공익이지 않는 한 본인의 의사와 승낙 여부가 상당히 결정적이다.

언론보도의 경우 내용이나 표현방식에 따라 공인의 사회적 신망과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알권리 충족이라는 점에서 감시, 비판, 견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공공의 이익은 사적 영역보다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그 보도의 태도가 신중하지 못하고 악의적이었다면 명예훼손을 다툴 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