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열린 '서치데이(Search Day) 2008'에서 NHN 김병학 검색개발센터장은 "검색은 문화적인 영향을 받는 서비스"라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문서와 국내 이용자들이 입력한 쿼리에 기반해 서비스가 발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의 이날 발언은 통합검색으로 대표되는 네이버 검색의 우수성을 밝히는 한편 국내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러한 네이버 검색 광고가 갖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은 5월초 공개된 1분기 실적에도 나타나고 있다. NHN은 올해 1·4분기 매출액 2,953억여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7.9%나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40%대를 훨씬 넘어서 당기순이익만 884억여원을 올렸다.
NHN 최휘영 사장은 "검색 광고가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 편의를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네이버가 거두고 있는 성과 즉, 70% 이상의 높은 검색 점유율은 시장내 이용자의 선택을 그만큼 받는다는 점에서 경이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를 위시한 한국형 검색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춘 킬러 서비스라는 격찬도 있다. 이용자들 역시 네이버 검색 및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일단 검색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는 당장에는 네이버 검색의 편리함과 빠른 속도를 선호하고 있다. 네이버 DB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최근 몇 년 사이 검색결과도 풍부해졌고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지도 않아 번거로움도 적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막대한 콘텐츠 비용과 업데이트 편집 인력 부담을 지면서 시장 독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웹 생태계는 개방과 공유, 참여의 물결이 밀려 오면서 네이버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장 먼저 비판받고 있는 부분은 검색과 서비스의 폐쇄성이다.
우선 구글의 경우는 전 세계의 웹 문서를 대상으로 하는데 반해 네이버는 주로 자사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만 검색이 이뤄진다.
웹 생태계 진화를 막는 국내 포털
대기업 회사원인 30대 신진호 씨는 지난 해부터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설치형 블로그에 연재물을 올렸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대형 국내 포털에서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한 포털사이트 블로거가 자신의 글을 무단으로 펌질한 것을 포털 초기화면에 노출한 것을 보게 됐다.
신 씨는 “정성스럽게 만든 글과 자료가 국내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고 구글에서만 검색되는 것이 신기하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상당수 블로거들이 국내 포털에 자신의 블로그를 등록하거나 특정 포털에 블로그를 이중으로 개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독점적 검색 서비스는 상당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번거로움과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털의 닫힌검색이야말로 전체 웹 생태계의 산업적, 문화적 건강성과 다양성을 붕괴시킨다며 비판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호영 책임연구원 등은 ‘웹2.0시대 디지털 콘텐츠의 사회적 확산경로 연구’에서 “웹 전체를 검색하는 데 국내 포털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소홀하다”면서 “이는 포털의 검색 순위 및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포털 검색 서비스의 퀄리티 문제 뿐만 아니라 웹 생태계의 진화를 가로막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등 웹2.0 기반의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전체 인터넷 시장 가치를 키운 외국과 달리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가 독주하는 체제만 수년 동안 유지, 확장된 점은 이를 증명한다.
또 모든 이용자가 포털사이트 안에서만 맴도는 이용 패턴이 심화함에 따라 분산형 서비스인 위젯(widget)이나 툴바, 설치형 프로그램, RSS 등도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위젯은 자사 서비스를 자사 도메인이 아닌 다른 도메인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미국, 유럽 등의 포털, 언론사 등에서는 앞다투어 도입했으나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용자 편의를 내세워 다른 사이트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포털의 완결적, 폐쇄적 정책”을 꼽고 있다. 블로그, 동영상 UCC 플랫폼 등 포털 밖에서 주목되는 서비스가 생기면 더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어 포털 안으로 가둬 두려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 국내 포털이기 때문이다.
“닫힌 검색은 개방적 환경에 무릎 꿇어”
‘오픈마루스튜디오’를 통해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아이디 ‘마이아이디넷’을 보급하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대형 포털의 닫힌 서비스는 모두에게 기여하는 열린 생태계가 아니라 거대 포털의 비즈니스 목적에 종속,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엠파스의 ‘열린 검색’이 나왔을 때 네이버 등이 반대 의사를 비치면서 자사이기주의만을 내세운 것은 상징적인 사례다. 열린검색은 다른 포털사이트의 정보도 검색할 수 있도록 해 검색시장의 독점적 폐쇄적 구조를 분산시키는 것으로 이용자와 산업 전체에 검색의 효용가치를 끌어 올리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포털사업자가 ‘저작권’을 문제 삼으며 태클을 건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개방·소통·공유’로 대표되는 웹2.0 패러다임 물결이 현재의 포털 중심적 웹 생태계를 변화시킬 기폭제가 될 것이냐는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웹2.0은 집단 지성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열린 네트워크에서 공유하는 시스템인데, 비슷비슷한 검색 정보와 자사 위주의 내용물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국내 포털의 벽이 높아 자생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텍스트에서 비디오, 오디오, 플래시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팽창하고 있고, 수많은 개인이 만드는 서비스의 파워와 수준이 향상되고 있어 국내 포털의 가두기식 서비스가 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콘텐츠 블랙홀’, ‘내향적, 자의적 체계’를 고수하는 국내 포털은 결국 경제적, 법리적, 사회적 저항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위기구조가 가속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통융합 등으로 다른 플랫폼간의 경계도 엷어지고 이용자의 활동폭과 선별력도 증대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아우르는 개방형 검색이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없게 된다. 지난번 열린 ‘서치데이 2008’에서 국내 포털사업자들이 그동안의 닫힌 검색을 극복하는 노력을 시사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할만하다.
예를 들면 외부 블로그나 내부 카페 등에 대한 검색에서 제한을 뒀던 정책을 풀어 다양한 콘텐츠들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현재까지는 이해 관계 즉,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엮인 검색 결과물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상업적이고 인공적인 검색 서비스를 했지만, 앞으로는 좋은 정보를 제한없이 개방적이고 기계적으로 펼쳐주는 방식이 조기에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내 포털, 구글의 철학을 따를까?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1~2%에 허덕이는 구글의 경우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섞어서 첫 검색 페이지에 제시하는 유니버셜 검색 등 한국화한 서비스를 내놓는 한편 아웃링크에 의해 결과물을 분산하는 기본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포털과 검색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네이버의 경우와 다르게 구글은 오픈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고, 철저한 중립성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 등은 수많은 콘텐츠를 내부 인력과 시스템으로 유지, 컨트롤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면 관리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개방적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국내 포털도 정보를 마구 담는 데서 콘텐츠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쪽으로 검색이나 서비스 정책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말 기준 검색 점유율 10%대로 네이버에 비해 크게 뒤진 다음은 이용자들의 검색을 유도할 수 있도록 카페 DB 검색을 보완하는 조치를 내놨다. 현재 다음 카페의 콘텐츠 23억건 중 20%만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카페 콘텐츠를 검색 영역으로 올림으로써 검색 퀄리티를 끌어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다음의 카페 검색이 주목되는 것은 이용자 콘텐츠에 검색 역량을 모으고 있어서이다. 포털이 개설한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 UCC 영역과 뉴스, 사전, 책 등 전문 영역을 결합시킨 통합 검색은 결국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외적으로 미완성 단계인 블로그 검색에서 포털 세계의 질서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복 데이터를 걸러 내 트래픽 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 블로그인 ‘올블로그’, ‘이올린’ 등 블로고스피어의 값어치가 전에 없이 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야후코리아가 지난해 7월 블로그 검색을 오픈한 데 이어 포털 내외부 블로그를 활용한 서비스 및 비즈니스가 붐을 일으킨지 오래다.
특히 국내 포털이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면서 시장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모은 것은 유의할만하다. 지난해 초 애드 클릭스를 도입한 다음의 블로거 뉴스는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 블로그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포털과 설치형 블로그도 과감히 노출하는 정책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규제의 칼날과 상생의 징검다리
하지만 변화 속도가 더딘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포털사업자의 앞날은 험악해질 공산이 크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매출액과 검색시장 점유율 등으로 NHN을 인터넷 포털서비스 이용자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했다. 일단 NHN은 공정위의 불공정거래 결과발표에 반발,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으로 최종 확정 때까지는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기구가 포털사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감독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전적으로 포털사업자가 시장 내 이용자 등 사업 파트너와 상생관계 구축을 외면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안철수 연구소가 네이버의 무료백신 서비스 'PC그린'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엔진을 제공키로 했던 기존 방침을 철회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포털의 독점욕에 제동을 건 파트너 사업자의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언론사들이 디지털 뉴스 콘텐츠 저작권 보호,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 공동 추진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국내 포털도 정책 변화를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6월 엠파스가 저작권 논란 속에 시행한 열린 검색을 시작으로 네이버 등 각 포털들은 외부 웹 사이트의 블로그 콘텐츠를 반영한 데 이어 2007년 1월부터 이를 자체 블로그 검색결과에도 노출하기 시작했다. 2006년 말에는 네이버의 뉴스검색시 아웃링크도 전격 시행됐다.
이는 현재 포털의 닫힌 서비스 구조를 웹 생태계 전체적으로 확장하는 개방적 철학으로 이행시키는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네이버 등 대부분의 포털사이트가 자사가 구축, 확보한 데이터베이스 위주로 검색결과를 노출하거나 가두는 서비스에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등의 단계적이고 제한적인 서비스 변화가 결국 자사 서비스 환경에 이용자들을 길들이면서 열린 검색과 개방적 서비스에 대해서는 나쁜 편견을 갖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포털이 주도하는 ‘지식과 기술의 상업적 왜곡과 독과점’은 블로그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양질의 콘텐츠 생산과 저작권 보호의 틀 위에서 활발히 네트워크하면 닫힌 포털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만약 포털이 웹 생태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폐쇄적 독점 구조가 아니라 전체 산업과 사회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 책무를 상정해야 할 것이다.
덧글. 이 글은 미디어퓨처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작성 시점이 5월 초이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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