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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정부는 몸을 낮춘 소통해야"

by 수레바퀴 2008.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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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오늘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이제 대학가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총학 찬반투표 실시했다고 함) 이런 현상, (시위가 전 세대로 확대되는 것) 어떻게 보나?

-이 사안의 본질은 반미, 친북 등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식탁에 오르는 먹을 거리에 대한 즉, 기본적인 생활상의 문제. 삶의 내용에 대한 문제입니다.

초기 이 문화제는 10대를 중심으로 시작한 집회였는데, 그런 만큼 순수성이 강했습니다. 여기에 경찰의 진압, 정부의 소통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반감이 커졌고요.

그래서 이제는 30~40대 직장인, 주부까지 가세하는 양상입니다. 심지어 인터넷 한 사이트에는 유모차 끌고 아줌마들이 집회한다는 공지문도 나오더라고요.

여기에 대학생들까지 움직임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히 확산 조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서울대는 비운동권 총학생회인데도 동맹휴업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최근 상당히 보수화된 것으로 보는 대학가에 대한 판단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제대로 정확히 전해야 하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괴담이나 광기로만 끌고 가다보니 중재자, 관찰자가 마뜩하지 못하다고 보고 인터넷을 정점으로 폭발하는 양상이죠. 언론에 대한 소비자 운동도 일고 있어요. 광고 모금이 확대되고 있죠.

단지 세대나 계층의 확대 문제가 아니라 접근 태도도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의 시민사회가 많이 무너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집단지성으로 대별되는 새로운 디지털세대가 다시 복원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습니다.

Q2. 민주노총 대치 상황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회원 100여명은 장관고시 직후부터 냉동창고에 집결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지금 이 냉동창고에는 미국산 쇠고기 1862kg이 저장돼 있으며 수입업체들은 고시 직후 검역을 의뢰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민주노총 관계자는 "쇠고기 협상무효와 정부고시 철회 및 전면재협상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 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여기에 배치된 경찰들과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 말이지요.

이미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아닌 단순한 항의 방문으로 알고있다"며 "불법 시위를 벌일 경우 즉각 연행하는 등 엄정대응 할 방침"이라고 밝혔고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3. 또한 국제 엠네스티는 정부가 거리 시위 연행자들을 구속할경우, 인권 조사단을 파견해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런 방침이 시위대나 정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나?

우선 국제 엠네스티가 어떤 조직인가 하면 전 세계 160개 국가에 80개 지부를 둔 세계최대 인권단체잖습니까. 매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는 국가와 그 사례를 공개해서 특정 국가의 집권세력에 도덕적인 불명예를 안기지 않습니까.

이번에 한국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은 2008년 연례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최근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즉, 헌법 21조 2항이 언론·출판·집회·결사에 대한 자유를 인정한다는 점을 들어 "헌법에 따르면 시위에 대한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지요. 특히 한국지부는 이 보고서에는 담기진 않았지만 최근 경찰의 강경대응에는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항의서항 전달 검토 등을 시사했지요.

이들이 (시위에서) 구속자가 발생하면 국제 앰네스티 차원의 조사단 파견과 석방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대목은 한나라당이 최근 "민심을 감안해 시위자들에 대한 구속은 신중하게 해달라"는 입장을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경찰의 대응 방침에 어느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촛불문화제 양상이 격화되거나 확대될 경우는 종전의 입장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Q4. 엿일 계속되는 쇠고기 반대 시위, 경찰이 시위참가자들을 연행하는 등 강경 대응이 시작되자, 시위참가자들의 대응도 바뀌고 있는데요. '닭장 투어'라는 용어까지 생기는 등... 자발적인 영행 움직임도 있거든요. 달라지는 시위 문화, 어떻게 분석하나?

그렇습니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기존 집회, 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비정치적인 세대와 계층이 많이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죠. 중고등학생, 주부들 같은 경웁니다.

또 과거에는 쇠파이프, 벽돌, 화염병이 전부였잖아요? 이제는 촛불, 구호가 담긴 종이, 기발한 문구가 쓰인 스티커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대단히 표현력이 강하기도 하고요. 스스로 중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위, 집회를 하나의 유희, 표현공간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도 받는데요.

그런 데다가 이들은 공권력에 대해서 주눅들지 않아요. 주장하는 내용이 정당하고 정부가 불합리했다면 떳떳하다는 거죠. 노무현 정부 이후 특히 권력의 일방적인 권위가 해체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런 문화, 세대의 트렌드를 짚지 못하면 정책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Q5. 정부의 고시 발표 소식에, 시민들의 촛불 시위는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집에 현수막을 달거나... 시위 생중계를 보면서 리플을 다는 등.. 잠정적 시위 참가자들도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앞으로 시민들의 촛불 시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하나는 정부의 대응 태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일단 고시가 예정돼 있고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결국 정부가 재협상을 기대하는 여론을 어떻게 진정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요.

좀더 자신감 있고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 즉 소비자에게 안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미국측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요구하고 정비하겠다는 쇠고기 본격 수입 이후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결국 이 문제는 소통의 과제를 남기는데요. 10대들이 촛불집회하는데 배후론 음모론이라고 주장한 것은 지나쳤고요. 반미 구호가 나오지 않는데도 좌파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비약이라고 보고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괜히 자극하고 감정을 격화시킨 책임이 있거든요. 결코 80년대 90년대 방식으로는 소통할 수가 없거든요. 진정으로 어루만지는, 따뜻한 마음이 보이지 않거든요. 좀 몸을 낮추고 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이 사안을 정치적인 것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책판단의 문제, 국민과의 소통 미흡의 문제는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서 심판이 가능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모쪼록 평화적인 촛불문화제를 견지하면서 여론을 전달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출처 : MBN 월~금 오후 1시, <김희경의 라이브 투데이>.

덧글 : 원래 정리했던 내용인데 실제 8분여 진행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빠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감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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