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litics

역사 승리 세대에 상처 준 집권세력

by 수레바퀴 2008. 5. 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쇠고기 협상을 타결지은 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집권 3개월도 넘기지 않은 대통령에게 유례없는 탄핵서명전개돼 7일 오전 현재 11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청계천, 여의도에서는 10대가 상당수 참여하는 反李 집회가 수만 명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은 만사가 순항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경제발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대통령의 집권 도전과 정착과정도 당내 분란을 빼고는 누워서 떡 먹기일 정도였고, 집권 초 ‘강부자, 고소영 내각 시비’도 미풍에 그칠 만큼 경제 이미지가 갖는 위상은 탄탄해 보였다. 

그때만 해도 이 힘은 일체의 반대 여론을 잠재울 정도로 강하고 지속적인 권력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됐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의 결과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지난 며칠간 계속된 촛불집회에서 드라마틱하게도 이 대통령의 위기가 ‘실체’로 드러나 버렸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서울의 소요가 집권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비정치 그룹인 10대들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재 집권세력은 사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여러 다양한 관점에서 쇠고기 협상은 실패했다는 것이 액티머(active+consumer)들의 판단이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국익 우선의 협상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親李 언론도, 집권세력도 그만한 논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촛불집회 사법처리를 거론한다거나 교육청을 통한 압박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 괴담 유포설, 배후론, 음모론 따위의 구태한 통제 수단도 마찬가지다.  

이 시점에서 10대들의 촛불집회-특정 연령대로 한정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신세대는 디지털 세대로 분류된다.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하고 표현욕이 강하며 자기애가 강하다. 논술교육을 통해 ‘조중동’의 견강부회를 간파할만한 교양을 습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역사 승리의 세대’다. 출생 이후 母國이 침략 받거나 굶주림을 겪은 적이 없다. 이들이 자아를 자각하고 정체성을 인식하는 시기 때부터는 IMF를 극복하고 남북의 정상이 만났으며 월드컵 4강의 기념비를 세운 국가를 지탱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연아, 박태환, 박세리, 박찬호, 박지성 등 수많은 한국인들이 한번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대기록들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집권한 이 대통령은 이 역사 승리 세대의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 몰입영어교육은 입시교육에 찌든 10대들에게 강렬한 반감을 생성시켰고, 쇠고기 협상은 미국에 힘없이 굴복하며 분개를 샀다.

일왕 앞에 고개를 숙인 이 대통령은 굴욕과 수치를 남겼다.현충원과 고 박경리 선생 조문 방명록에 남긴 한글 맞춤법은 또 어떤가? 기성세대가 덤덤히 넘길 법한 문제들이 역사 승리의 세대에게는 하나같이 고통스럽고 극복해야 할 사건들로 인식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인터넷에서, 거리에서 집권세력을 향해 통절히 묻는다. “도대체 무엇인가, 너희들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이같은 ‘희화화’를 소통의 양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집권세력은 이들의 유희문화-대통령이나 정부의 태도를 둘러싸고 자유로운 공방을 벌이는-를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도, 이해할 수도 없는 20세기의 化身들이기에 역사 승리 세대와 不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것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한 개혁진보세력에게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인가는 미지수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상당수의 그룹이 일과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이 있으며, 지나치게 비정치적으로 절제돼 간다는 점에서 <효순, 미선 사건>과는 대비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지켜볼 점이 있다. 첫째, 역사 승리 세대로 대체된 촛불집회의 새 그룹들이 정치적으로 전환될 것인가 둘째, 이명박 정권이 역사 승리 세대와 불화를 공식화하고 통제방식을 전면적(또는 부분적)으로 도입할 것인가 셋째, 보수언론 및 그 지식인들은 이번 사태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등이다. 

일단 현재로서는 집권세력과 역사 승리 세대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첫 신호탄은 포털 등 인터넷 생태계를 압박하는 전방위적인 조치들로 등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쇠고기’로 촉발된 反李 전선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 대통령도 7일 오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며 사태의 심각성은 인지한 듯 보인다.

그러나 집권세력이 대운하, AI 등 다양한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상호소통적인 21세기 양식을 학습하지 못한다면 역사 승리 세대와 5년 내내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사진출처

반응형

'Politi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론 제 역할 찾아야  (0) 2008.05.27
과거사위원회의 씁쓸한 퇴장  (0) 2008.03.05
[up] MBC 김은혜 기자 "정치 때문 아니다"  (4) 2008.0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