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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신문들이 연합해 뉴스포털을 구축했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読売),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 등 일본의 3대 신문은 뉴스포털 ‘아라타니스(allatanys.jp)’를 지난 1월말 오픈한 것. 지난해 10월 뉴스포털 구축을 합의하고 공동투자한 ‘일본경제아사히요미우리인터넷사업조합(日経・朝日・読売インターネット事業組合)에서 3개월여만에 선보인 것이다.

‘아라타니스’는 각 사의 영문 머리글자와 '3사에 있는 모든 것(all at)'을 조합한 이름으로 홈페이지 로고에는 ‘신(新)s’라는 로고가 걸려 있다. 이 로고는 ‘신(new)+s=NEWS’라는 의미로 3사의 의지를 모아 새로운 것을 차곡차곡 내놓고 싶다는 기대를 담았다.

이 뉴스 포털의 특징은 3사가 발행하는 뉴스나 사설 등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3사의 1면 기사, 사회면 기사, 사설 등이 ‘비교하는 1면’, ‘비교하는 사설’ 등의 제목과 함께 3등분 돼 제공된다. 즉. 홈페이지 초기화면이 균일하게 3등분 해 어느 신문도 거부감을 갖지 않게 배려했다.

이용자가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아웃링크 형태로 해당 신문사 웹사이트로 가게 된다. 즉, 3사가 공동 구축한 뉴스포털은 중간 경유지가 되는 셈이다. 사이트의 편집과 운영은 3개 신문사가 공동 출자한 회사가 맡고 있으며 참여 신문사들은 선별된 기사의 인덱스만 제공한다.

조간 기사는 오전 7시, 석간은 오후 4시가 지나 사이트에 등록한다. 모두 3사의 도쿄 본사에서 최종판을 기준으로 편집한다. 3사의 뉴스 사이트에 올라오는 최신 속보는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게 구성했다.

이밖에도 그날의 화제의 뉴스 기사를 정리해 체크할 수 있는 뉴스 모음집 ‘주목 테마’를 통해 1개 사안에 대해서 과거 기사까지 묶어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3사가 일요일 조간 등에 게재하는 서평 정보를 볼 수 있는 ‘서평’이나 3사의 사업 행사 등 이벤트 정보, 편집국의 연재 기획물 등도 마련했다.

특히 학자, 경제인, 저널리스트 등의 유명인이 ‘신문안내인’이 돼 신문평이나 미디어에 관한 칼럼 등을 제공한다. 일단 10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이용자의 시각에서 3사의 기사를 읽고 뉴스에 대한 견해와 이해를 돕는 네비게이터 역할을 맡았다.

아라타니스 측은 이용자들이 각 사의 관점을 비교하기 쉬운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포털 서비스 첫날 페이지뷰가 157만으로 나타나면서 관계자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월 400만 페이지뷰를 목표로 잡고 있는 아라타니스로서는 출발이 좋은 셈이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괜찮게 나왔다. 일본 내 블로그에서도 아라타니스에 대한 호평이 적지 않게 게재됐다. “신문지면엔 광고가 많이 게재되 읽을 기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들었는데 뉴스포털에선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거나 “차분하게 신문기사의 깊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공감하는 의견이 쏟아진 것.

종이신문은 경쟁 관계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서로 결합할 수 있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점도 3사의 뉴스포털을 보는 긍정적 관점이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은 콘텐츠가 재가공돼 가치를 갖는데, 아라타니스도 그러한 시도라고 보여진다”는 의견에서부터 “적대적이기까지 한 신문기업간 공동 서비스를 기획한 것이 대견하다”는 격찬까지 나왔다.

3사가 같은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서이다. 우파 논조의 요미우리 발행부수는 1050만부, 진보 논조의 아사히는 900만부 수준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1등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 세계3대 경제지인 니케이는 350만부지만 종합지의 영향력과 비등한 편으로 이번 공동 뉴스포털 구축이 적과의 동침으로 묘사될 정도다.

일본 신문시장을 놓고 전쟁을 하던 메이저 신문 3사가 뉴스포털을 구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일본 신문업계가 갖고 있는 위기감은 대단하다. 신문산업의 후퇴를 전망하는 서적에서부터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경계와 내부 혁신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전문서적들이 잇따라 발간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기류를 반증한다.

물론 일본 신문시장은 북미와 유럽에 비해 침체의 정도는 덜한 편이다. 그러나 유통비용이 늘어나고 젊은 층의 구독비중이 점점 줄어 들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야후 제팬 등 인터넷 포털뉴스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문사 뉴미디어 비즈니스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포털 뉴스 제공 방식에 있어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본 주요 신문업계도 한국 포털뉴스의 집중도와 영향력 확대를 지켜 보면서 서둘러 대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뉴스포털은 야후 등 일본 포털뉴스 서비스에 대항마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후 코리아 대외협력팀 명승은 차장은 “실험성이 강한 3사의 뉴스포털은 현재 기사량도 많지 않고 종합 뉴스포털은 아니다”면서 “기존 신문사 사이트가 주는 것 이외의 가치나 차별성을 보강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아라타니스’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본 뉴스 이용자들이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찾는 비율이 아직은 의미가 있는 수준이고, 풀 텍스트 뉴스 서비스가 많지 않는 일본 포털뉴스 서비스의 한계 때문이다. 즉, 외적 환경이 언론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뉴스포털과 관련 첫째, 메이저 신문 3사가 뉴스포털에 대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고 둘째, 출자회사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으로 큰 손실보다는 작은 이익을 내기가 용이한 단계이고 셋째, 3사가 서로 겹치는 영역의 비용절감을 고려 활발하게 상호 소통을 하고 있는 등 내부 조건도 튼실한 편이다.

이번 3사 제휴 모델을 추진하며 뉴스포털 운영을 맡은 고헤이 오사다(Kohei Osada) 대표는 "인터넷 영향력을 끌어 올려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점점 페이지뷰를 늘려 매달 약 1천5백만에서 2천만 페이지뷰에 이르는 3년 뒤부터는 자체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아라타니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에 있다. 이는 뉴스포털 자체의 페이지뷰보다는 각 신문사 사이트의 체류시간과 광고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또 이들 3개 신문사는 영문판 서비스 계획 등 온라인 결속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공동 판매망 구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문사 통합 뉴스 사이트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각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포털 뉴스제공 협의도 일부 언론사가 이탈하면서 포털 종속 구도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신문사간 협력모델은 요원한 실정이다.

일본 메이저 신문의 뉴스포털이 성공할지는 향후 1년여의 서비스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 이용자들은 빠르게 이동하고 포털 등 경쟁사들은 홈페이지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포털을 지켜본 일부 이용자들이 “뉴스포털은 신문지면 기사를 홍보하기 위한 성격이 강할 뿐 사실상 내용이 없다"면서 "정체된 시장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 3사가 정략적으로 힘을 합친 것에 불과하다"고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문사들이 공동 비즈니스를 성사시킬 때처럼 한 단계 한 단계 협력을 심화하는 전통을 쌓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또 뉴스포털이 이용자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한다면 장애물들을 뛰어넘는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신문업계도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미디어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콘텐츠의 혁신을 통해 시장과 이용자들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한편, 진정한 협력관계로 시장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신문협회의 요청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리포트한 것입니다. 한국신문협회는 이 포스트의 내용을 원고 또는 보고서 형식으로 가공해 신문협회보 등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작성 시점은 2월 초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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