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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블로그 저널리즘의 전망

by 수레바퀴 2007. 7. 5.

“올드미디어가 규정해 놓은 정보의 질에 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일관되게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블로그가 늘고 있고 새로운 정보창구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인 크리스 엔더슨이 지난 5월말 서울디지털포럼 행사에 참석했을 때 블로그의 새로운 저널리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올드미디어의 잣대로는 블로거(blogger)가 생산하는 정보가 미흡할 수 있지만 점점 정보를 얻어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동영상을 강화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블로거뉴스’의 경우 타사의 서비스형 블로그와 설치형 블로그 이용자를 블로거 기자단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지금까지 다음 블로그 이용자만 블로거뉴스를 생산할 수 있게 하던 운영방식을 포기한 것이다. 여기에 이용자 중심의 뉴스 편집 시스템인 오픈 에디터 제도와 애드클릭스 등을 통한 보상 제도를 확대 도입해 활성화를 꾀했다.

블로거뉴스 담당자인 김태형 씨는 “웹2.0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으면 블로거뉴스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듭된 변신 노력 덕분에 지난 2005년 11월 오픈한 블로거뉴스는 현재 약 3만여명의 블로거 기자단이 하루 700여 개의 기사(누적기사 20만건)를 송고하는 등 국내 최대 블로그 저널리즘의 산실로 도약했다.

이렇게 블로그가 번성하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올블로그 같은 ‘메타 블로그’ 서비스 활성화에서 그 배경을 찾고 있다. 메타블로그란 수많은 블로그의 글(포스트)들을 한 곳에 모아 보여주는 블로그 허브 사이트로 블로그의 포털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메타블로그에서는 올드미디어가 다루지 않거나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사건들이 이슈화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 브랜드인 ‘던킨도너츠’는 위생문제를 제기한 블로그들과 소통하면서 이례적으로 해명자료까지 배포한 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불과 수십여명의 블로거들이 제기한 문제가 삽시간에 번진 것도 댓글, 트랙백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생성된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가 자리한다.

블로고스피어(blogospher)의 강세는 블로그 포스트를 제공받는 올드미디어가 급증하고 있는 데서 보듯 블로거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고무시키고 있다. 최근 UCC 기반의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고 있는 올드미디어의 최대 이슈는 충성도 높은 이용자 확보에 있다. 특히 다양한 멀티미디어 스킬을 습득, 저널리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파워 블로거는 중요한 타깃이 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선거를 감안, 정치 전문 블로그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과 제휴를 해 관련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 ABC는 최근 단행한 자사 뉴스 사이트 개편을 통해 시민기자(citizen reporters)들이 알고 있고 전하려는 바를 소개하는 코너를 강화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소설가, 대학교수 등 200여 외부 필자들이 참여한 블로그를 개설했다.

국내 신문, 방송도 일정한 지적 수준과 전문성을 갖춘 블로거를 대상으로 고료(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는 국내 주요 매체와 블로그간 협업이다. 스포츠, 선거, 이벤트 등 주요 현안에 블로거들과 함께 하는 콘텐츠 기획이 그것이다. 조인스닷컴의 ‘대선UCC기자단’, 조선일보의 ‘키위닷컴’, 연합뉴스-올블로그 제휴 등은 올해 상반기에 집중됐다.

블로그를 껴안으려는 올드미디어의 시도는 첫째, 자사 웹 사이트에 전문가 블로그를 설치하고 둘째, 전문 블로그 사이트와 제휴하고 셋째, 외부 블로그와 소통하기 위한 RSS, 트랙백을 제공하고 넷째, 이 같은 소통의 과정과 내용을 지면과 웹 사이트에 반영하는 형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저널리스트가 블로그 커뮤니티 관리나 자신만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이 흔해지는 등 새로운 업무와 역할이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블로그들과 접점을 형성하려는 올드미디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블로그가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검증된 데스크나 조직의 감독 및 관리에 의해서 콘텐츠가 걸러지지(filtering, 필터링) 않기 때문에 신뢰도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인터 연구소의 애미 가란(Amy Gahran)은 “블로거는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편향된 사실을 전하고, 논평하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블로그가 올드미디어의 뉴스 생산 패턴을 좇지 않는 등 종전 기사 문법을 파괴하는 점은 올드미디어 내부에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전형적인 6하 원칙을 따지기보다는 스토리에 치중하고 패러디물 등 기교적이고 희화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로거들이 보여주는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은 전통 저널리즘 잣대로 수렴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틀로 다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과거에는 블로그를 외면하거나 홀대한 올드미디어가 점점 블로그의 소통방식에 주목하게 되면서 블로그-올드미디어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블로그의 스토리텔링을 차용하는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특히 블로거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협력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도도 나온다. 언론-블로그간의 공생으로 저널리즘 논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기본적으로 블로그가 안고 있는 객관성 부재 시비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즉 지식대중의 광장에서 자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고 있다, 디그닷컴(digg.com), 뉴스바인(newsvine.com) 등 소셜 뉴스 사이트와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 등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많은 블로거들이 댓글과 링크 등으로 보완해가며 정확성을 끌어 올리는 식이다. 

크리스 엔더슨도 “책임감 없고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나쁜 블로그도 많지만 시장 기능으로 자율정화가 가능하다”면서 “검색엔진에서 저질 블로그는 첫 번째 페이지는커녕 열번째 페이지에도 검색이 안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공공성을 띤 전문 블로그는 많은 블로그 사이에서 인용되면서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블로고스피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블로거의 지성과 열정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블로거기자단’이나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를 비롯 올블로그 등 메타블로그에서는 이른바 파워블로거 참여를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 애드클릭스나 애드센스 등 광고를 통한 수익공유 모델 구축이나 현금화가 가능한 사이버 머니 지급은 당연한 수순으로 다뤄지고 있다.

한켠에서는 보다 건설적인 블로그 저널리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일보 서명덕 기자는 “주장과 논쟁, 의견 덧붙이기만 존재하는 한국 블로그엔 저널리즘이 없다”면서 “올드미디어가 해내지 못하는 다양한 마이크로 뉴스 영역을 발굴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 사회학, 교육, 의료 등 여러 전문가군들의 블로고스피어 합류가 그만큼 아쉬운 상황이다.

또 기자협회보 김창남 기자는 “그간 올드미디어가 전개해온 블로그 전략은 체계적이지 않고 형식적인 면이 많다. 또 일반 블로그의 정보생산, 유통의 편식성도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새로운 것(뉴스)을 생산하고 이슈를 끌어가는 블로거가 부족한 것은 올드미디어의 폐쇄적 뉴스 생산 및 유통 시스템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블로그와 공존하기보다는 밀쳐 내거나 갈등적 주체로 간주하고 있어서이다.

김 기자는 “올드미디어는 블로그를 보조수단이 아닌 저널리즘의 핵심도구로 전제해야 하고, 블로그는 콘텐츠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블로그에 대한 선입견과 불신을 해소하려면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이슈 중심의 팀 블로그가 활성화하는 블로고스피어 생태계 변화도 필요하다.

이는 ‘미디어의 다양성이 확장되면서 제기되는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문제’에 대해 일정한 해답을 줄 것이다. 네트워크를 연결할수록 그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서다.

이때 새롭게 형성되는 블로그 저널리즘에 열린 자세로 다가서는 올드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미 블로그 저널리즘은 ‘시민 vs 올드미디어’의 공방의 영역을 넘어 한 사회가 보유한 가장 영향력있는 소통도구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월간 미디어퓨처(Media+Future) 7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글은 6월초에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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