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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조선일보' 브랜드의 재정의

by 수레바퀴 2006.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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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개편과 관련 ‘개인화 서비스’, ‘웹 2.0’이란 수식어와 함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개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RSS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마이홈’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을 고려할 때 조선닷컴 '마이홈'이 별로 효용가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간 조선일보에 대한 남다른 인식도 자리한다. 지금까지 조선일보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권위, 권력, 냉전성을 상징하는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콘텐츠가 수구적이며 기득권적이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비판 속에서 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선일보지만 인터넷에서는 주춤거려온게 사실이다. 오마이뉴스에 밀렸고 포털 뉴스에 휘청거리고 있다. 조선일보(의 콘텐츠)가 확립한 브랜드의 명성이 인터넷에선 죽을 쑨 것이다. ‘조선닷컴’은 전열을 정비하고 서비스를 확대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조선일보는 올해 초 (주)씨디네트웍스와 함께 합작회사를 만들어 동영상 포털 ‘엠군’을 맡았고, 신문사 내부에 TV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영상미디어부도 신설했다. 통합아카이브 구축에 이은 ‘뉴스뱅크’-신디케이션 사업도 착수했다.

 

과감한 투자로 전환한 지난 1년여는 ‘조선닷컴’을 새로운 변화의 길로 진입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선닷컴 관계자는 “개방과 공유의 정신을 실현할 것”이라면서 의욕을 다지고 있다.

 

이번 조선닷컴 개편은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올드미디어 뉴스조직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과정을 거쳐 주목된다.

 

첫째,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등 논조가 다른 매체의 기사를 수용한 것은 전향적인 조치이며,

 

둘째, 여기에 외부 파워 블로거의 콘텐츠도 함께 배치한 것은 UCC에 대한 철학의 변화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며,

 

셋째, 이러한 조치들이 조선일보 경영진 및 스태프(Staff)들에 의해 추인됐으며,

 

넷째, 서비스 담당자들이 ‘개방과 공유’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미덕을 존중하고 있고

 

다섯째, 이러한 변화가 일과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만약 다양한 독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논쟁하는 그릇으로서 조선닷컴이 자리잡게된다면, ‘조선일보’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오프라인에서 수립된 ‘조선일보’ 브랜드 파워는 온라인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충성도(royalty) 높은 독자들을 보유하는 것은 모든 신문업계의 고민이다. 그런데 오늘날 독자들은 매체보다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독자들이 매체를 선택하고 규정하고 있다. 부정하고 싶고 깎아 내리고 싶지만 이제 저널리즘은 독자들의 수중으로 넘어왔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갈등적인 담론들, 냉전의 언어들, 기득권 수호의 선동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성공하지 않고서는 절름발이 언론이 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식대중으로 성장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접점을 형성해야 한다. 조선일보 복제판인 ‘조선닷컴’이 아니라 다양한 소통의 근거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은 중요한 키워드이다.

 

이번 개편이 그러한 과정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완숙하고 훌륭한 콘텐츠와 저널리즘을 기대하는 파워 블로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1등 신문의 브랜드가 되길 기대한다.

 

조선닷컴의 변신이 만약 그러한 길 위에 있다면, 그러한 창조적 혁신의 기치 위에 있다면 충분히 평가받을만 하다.

 

덧글. 정호님의 트랙백에 답을 대신하는 포스팅입니다. 트랙백을 원하지 않아 부득이 제 블로그에만 걸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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