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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신문과 방송 "뉴미디어로 향하자"

by 수레바퀴 2004. 8. 24.

신문사닷컴 기업들의 협의체인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이하 온신협, 회장 오귀환 인터넷한겨레 대표이사)는 지난해 공동의 아젠다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온신협 소속 10개 회원사의 각 실무자들은 시장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그것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온신협 각 회원사들은 각 사의 매출 현황과 조직 체계, 인적 구성 등에 대한 내부자료를 서로 공개하게 됐다.

동반자 관계 복원

또 각 사의 실무자들이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 모임을 가지면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공동의 방안도 논의했다. 더 나아가서 시장 내 경쟁 상대는 신문사닷컴끼리가 아니라 신문사닷컴과 다른 닷컴 기업들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물론 이같은 동반자관계를 실질적으로 복원하게 된 것은 시장에 대한 냉정한 이해를 공유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즉 포화상태이지만 잠재력은 무한한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 이러한 인식들은 상당 기간 동안 신문사닷컴 간의 일치된 관점 유지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것은 기존의 국내 언론사간 경쟁구조에선 상정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내 인터넷신문 업계의 만성적인 위기 구조가 일조한 부분이 있다. 지난 1999년 하나 둘 분사를 한 신문사닷컴 기업의 성적표는 지난해까지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지난해 인터넷신문 업계의 경영난으로 인해 한 기업은 인력을 분사 당시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였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연봉동결을 강행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신문사닷컴 종사자들의 노동 여건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신문사닷컴 기업의 위기구조가 정체성의 위기라고 규정한다면, 뉴스를 다루는 미디어 영역의 퇴보는 가장 먼저 손꼽을 만하다. 분사 당시 자체적인 취재와 편집, 보도를 수행하던 전문 인력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현장을 떠났다.

이처럼 신문사닷컴의 미디어 기능이 대폭 축소된 것은 이 부문에 대한 철학 부재에 따른 결과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미 신문사닷컴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선언한 지 오래이다.

하지만 국내 신문사닷컴 대주주들은 전혀 다르게 해석해왔다. 즉 신문사닷컴도 일반 닷컴기업의 성공신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신념해온 것이다.

그러나 일반 닷컴기업의 성공은 확률 1%에 불과하다. 그것도 전혀 새로운 조직으로 거둔 결과이다. 하지만 국내 신문사닷컴 기업은 종이신문의 인적 구조와 시스템이 섞여 있는 가운데 개방적인 인터넷 환경에 접근하기 위해 급조된 체계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종이신문 종사자들의 권위와 전통과 맞닥뜨리면서 험난한 내부 진통도 계속돼왔다.

아직도 먼 온라인저널리즘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외국 신문사 닷컴기업들은 종이신문기업인 모회사와 합리적인 채널을 확보하면서 중대한 단계를 밟아왔다. 이미 1960년대부터 진행한 DB작업은 웹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재분류됐다. 또 대부분의 신문사닷컴 사이트는 기사 마감 시각과는 별도로 기사의 송고와 보도를 위해 역동적인 구조로 전환됐다. 특히 텍스트 위주의 기사에서 동영상 등 멀티형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종이신문 편집국과 유기적인 통합룸이 기획됐다. 이 작업에는 1인 이상의 온라인 전문인력과 데스크가 결합했다. 이에 따라 종이신문이 보여줄 수 없는 뉴스가 신문사닷컴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게재됐으며, 종이신문과 온라인신문의 구분이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게 됐다. 또 특종과 속보는 종이와 인터넷을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보도가 가능한 매체에서 진행됐다.

워싱턴포스트닷컴 등 미국의 유수한 신문사닷컴 사이트들은 비록 종사자를 줄였지만, 그것은 업무의 효율화를 달성한 이후 이뤄져 오히려 생산성은 증대됐다.

그러나 국내 신문사닷컴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미디어 부문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전략수행을 유보하거나 포기해왔다. 그대신 내부 반발 속에 구조조정을 추진해 대비를 이뤘다.

미디어 부문에 대한 투자는 눈앞의 수지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대부분의 신문사닷컴 사이트는 자사 신문이 발행되기 전까지 통신사 뉴스로 땜질해오고 있다. 또 편집국과 온라인 매체 담당자간의 통합룸 구성보다는 편집국 기자의 파견이나 전담과 같은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독자적 미디어 기능을 위한 조건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은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의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지 않고 전개됐다. 적어도 종이신문 종사자들과 인터넷신문 종사자들은 공통의 업무를 하고 있음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업무의 단절 현상은 고착되는 반면 업무 승계와 업그레이드는 점점 불가능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신문사닷컴 기업들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디어 부문의 강화가 포함돼 있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일부 신문사닷컴을 중심으로 온라인저널리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신문사닷컴은 우선 통합DB가 결합하는 뉴스 페이지를 시연하고 있다. 종이신문 기사와는 다른 웹 환경에 맞는 뉴스를 보여줌으로써 신문사닷컴 브랜드의 뉴스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신문사닷컴은 논설위원실을 온라인에 옮겨오는 등 편집국을 인터넷에 옮겨 와 독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 경제신문사 닷컴은 증시 시황 속보 등 관련 분야의 뉴스를 종이신문 기자와 닷컴 기자들이 함께 제공하고 있다.

최근 온신협은 신문사닷컴 기업들이 미디어 부문을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룬 데 따른 문제점을 공유하면서 이 분야의 공동 협력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히 “무조건 팔고 보자.”는 기사 판매에 대한 인식전환은 손꼽을 만하다. 뉴스 콘텐츠를 헐값에 제공하는 것이 결국 미디어 사이트의 영향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미디어 연합 사이트 초읽기

또 지난해에는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가 제안한 뉴스콘텐츠 공동유료화 논의를 위해 TF팀이 구성됐다. 신문사닷컴 기업의 만성적인 경영구조 개선의 한 방안으로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뉴스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는 데 따른 문제점과 실천방안을 검토했다. 이 TF팀은 온신협 회원사의 실무자들이 대부분 참여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시기 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사닷컴 기업들의 공동 수익모델 창출 노력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동의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이어 실질적인 이익창출을 위해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다뤄졌다.

온신협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것부터 단계적인 접근을 꾀한 공동 마케팅 분야는 최근 구체적인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공동 마케팅은 독자적인 사업 진행보다 연합 마케팅이 시장에서 호평과 실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문사닷컴 사이트는 매일 공신력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이를 제대로 사업화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우선 월드컵 사이트 운영이 논의되고 있다. 이 월드컵 공동 사이트는 온신협 회원사 중 8개 사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사이트 기획안을 수립하고 구축작업에 들어가 3월 중 월드컵 공동 사이트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월드컵 공동 사이트 운영 계획

이 월드컵 공동 사이트는 각사의 업무 분장으로 진행해왔다. 한국I닷컴(www.hankooki.com)은 월드컵 관련 도메인(www.worldcup.co.kr) 제공과 사이트 구축작업, 한경닷컴(www.hankyung.com)은 사이트기획, 미디어칸(www.khan.co.kr), 조인스닷컴(www.joins.com) 등은 마케팅, 대한매일뉴스넷(www.kdaily.com)은 뉴스 편집을 맡게 됐다.

이밖에도 각 회원사는 관련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 최상의 정보를 모으는 데 함께 참여한다. 그리고 이 페이지는 각 신문사닷컴 홈페이지에 전부 연결돼 독자들에게 제공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수익화를 위해 각 회원사가 공동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꼭 수익을 목적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문사닷컴은 우선 미디어 사이트의 위상을 끌어올려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와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사닷컴 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운세사이트보다 저평가받는 시장에서 어떤 일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자신의 업무에 의문해왔다. 콘텐츠 시장에서 뉴스와 미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도 공동의 작품이 필요하게 됐던 것이다.

앞으로 온신협은 다가오는 선거와 아시안게임 등 공동의 사이트 구축작업을 통해 미디어의 위상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관련 작업들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연대는 결국 신문사닷컴 기업을 둘러싼 시장의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을 포함, 연합 마케팅의 확대를 가져오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2.3.

신문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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