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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이제는 조선닷컴까지

by 수레바퀴 2004. 8. 24.

조선일보 사이트인 조선닷컴(chosun.com)이 확 바뀌었다. 기존엔 뉴스 이외의 다른 콘텐츠나 비즈니스에 비중을 둔 홈페이지가 조선일보 기사 콘텐츠를 중심으로 변모한 것이다.

한 신문사 사이트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전용 매체의 영향력이 우리 사회의 담론형성과 발전에 기여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한데 이 인터넷 매체의 장래성은 단순히 종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데에 있지 않다. 기자들이 원고지에 기사를 쓰고 자전거로 배달해서 집에서 받아보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인 인터넷, 더 나아가 유무선 통합 환경은 특정 매체의 시장 독점, 이념 편향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을 기회의 화두로 설정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김대중 전 정부가 주도한 획기적인 IT 인프라가 훌륭한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젊은 네티즌들이 MSN과 같은 실시간 메시징 프로그램으로 투표를 서로 독려해, 누구도 이기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대통령 후보를 청와대로 입성시키는 경이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또 촉망받는 지식인들과 열정적인 작가(writer)들은 스크럼을 떠나서 스스로 온라인 권력을 구축하는데 헌신했다.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프레시안 등의 무수한 대안매체가 솟구쳐 나왔다. 최근에는 블로그 저널리즘이 가세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정보의 채널로서 기능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렇게 엮여진 네트워크는 그동안의 기성권력과 기성 이데올로기를 무차별적으로 거세하고 있다.

이때문에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오만한 권력인 기성언론도 온라인을 더 이상 놓아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최근 거대 신문사들이 독자적인 온라인 보도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직제를 개편하고 전담자를 충원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그 첫 신호탄이 '오마이뉴스보다 더 강한 오마이뉴스'를 선언한 조선닷컴 사이트의 개편이다.

조선닷컴 사이트는 한마디로 기본 뉴스에 충실하고 있다. 오프라인 신문 콘텐츠를 그대로 이입한 인상이다. 여기에다가 기자들이 직접 온라인 전용 기사도 쓰고 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온라인 영역에서의 경쟁에서 뒤쳐진 거대신문사의 인터넷사이트 개편을 보는 첫 관전평이 우울한 것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으로 채워지는 신문사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신문을 받아 보기만 하던 시대가 아니다. 독자투고를 하고 내 글이 지면에 실리게 될까 기대하던 시대도 아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시대이며 요구하는 시대이고 창조하는 시대이다.

이런 매체 환경에서 전통적인 매체(종사자)가 과거 군림하던 시대에 사로잡혀 일방적인 주의주장을 전달하고 퍼뜨리려고 하는 행태는 거의 광기에 가깝다. 오마이뉴스가 1차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주의 주장, 소외자의 작은 얘기를 가로막지 않고 철저히 쌍방향성을 호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조선닷컴 등 유력 종이신문의 닷컴 사이트가 보여주는 자사 논조 일변도의 공급자 위주 뉴스 생산과 그런 사이트 구조 설계는 실패로 끝날 공산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높다. 독자포럼이나 기사 논전이란 모양새로 '네티즌과 함께 가는'을 보여주려고 애쓰지만 영 마뜩찮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거대신문 사이트의 온라인 저널리즘 강화가 기존에 온라인을 고민했던 경험자들로부터 모아지지 않고, 종이신문의 종이기자들로부터 주도되고 강제됐다는 점이다.

또 조선일보 비판을 허용하고 있어도 결국 이것이 온라인에만 머무는 데다가 조선일보 논조 강화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다.

조선일보가 전통적인 냉전논리를 지키는 보수신문이라고 하더라도 조선닷컴은 서로 다른 견해를 물흐르듯 교통하게 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조선일보의 대대적인 온라인 강화를 주목하고 있는 국내 신문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1등신문임을 표방하는 조선일보의 온라인 저널리즘은 그 파급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분분한 논란은 여전히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가지려고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신문기사를 담는 그릇이 아니란 것쯤은 지극히 상싱적인 대목이다.

온라인 저널리즘은 첫째, 독자들과 논전할 것 둘째, 독자들을 우대할 것 셋째, 독자들과 관계(friendship) 맺을 것, 넷째, 독자들의 의견을 지면과 온라인에 반영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이 매체 전반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온-오프 종사자간에 원활한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전문 매체의 다음 버전이 어떤 것일지 알 수 없다. 조선닷컴과 같이 거대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가 자사 논조를 온라인에 퍼뜨리는 것으로 한정될 때에는 오마이뉴스같은 대안매체가 더 성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데 거대 신문사 온라인 사이트가 종이신문의 논조를 대변하고 더 강조하는 모양으로 생성될 때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 사회 구성원간의 (이념적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시름의 골이 깊어지고, 성장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분명코 전사회적인 손실이다. 생각없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군림할 때는 그 대가도 더 커진다. 조선닷컴의 조선일보 따라하기와 같은 변화는 양식있는 (네티즌) 독자들은 물론이고, 이른바 온라인저널리스트들 스스로에게도 온라인에서 다시 한번 언론개혁과 그것을 위한 분투를 재촉하는 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03.5.15.

http://www.seoul.co.kr/board/board.php?job=view&no=560&user=soon69&page=2&bid=journalist&key=&word=&cate=1&user=soon69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no=113001&rel_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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