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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에 자부심이 있는 언론만 가능한 메시지다. 한국 언론은 이러한 가치를 내세운 적이 없다. 


지난 20여년의 디지털 저널리즘 환경은 독자인 시민의 뉴스 생산자 역할 형성, 배포자 플랫폼 지위 확대, 뉴스 형식과 구성의 변화, 가짜뉴스 범람과 언론 신뢰도 추락 등 격랑의 연속이었다. 

흥미로운 분기점은 있었다. 기존의 판을 바꾸는 혁신으로 2000년 2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창간은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직업 기자의 정체성에 의문 부호를 다는 사건이었다. 또 다른 전환은 2003년 CBS <노컷뉴스>였다. '레거시'(legacy)를 대표하는 라디오 뉴스의 디지털화(化)다. 

인상적인 변화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나왔다. SBS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등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면서 TV 메인 뉴스 프로그램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JTBC의 '소셜 라이브'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과 연동돼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이 혁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혁신의 DNA를 남기기는 했어도 뿌리까지 이식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혁신, 더 큰 혁신으로 계속 이어져야 하지만 위계적 조직문화, 왜곡된 경쟁 질서, 언론산업의 영세성 등으로 번번이 막혔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이용률은 곤두박질쳤다.

구조적인 혁신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변화에 나설 것인지의 갈림길. 늘 만나는 그 길에서 언론의 선택은 대부분 후자였다. 알리바이는 성공모델의 부재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상처 투성이의 언론산업에 '불안정성'을 더했다. 인터넷신문 8천여개를 포함 2만개가 넘는 매체 간 경쟁은 포털 생태계에 여전히 갇힌 상태다. 코로나19는 트래픽을 몰고 왔지만 독자와 연루되지는 못했다. 

네이버, 카카오 양대 포털사업자는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언론 전재료 계약을 원점에서 바꾸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물론 작은 커뮤니티까지 뉴스를 배포하는 한 대형 신문사는 비로소 탈포털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를 얻었다. 하지만 충실한 저널리즘의 영향력 덕분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뉴욕타임스>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세상'. 스토리텔링 방식이 이채롭다. 직관적 시각화, 하이퍼링크, 롱 폼 스토리 그리고 통찰의 텍스트가 어우러졌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유료 가입자를 늘리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영실적을 냈다. 뉴스 미디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모델은 <뉴욕타임스>의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 저널리즘 뿐이다.


기존의 디지털 혁신은 단지 속도, 양, 포맷, 검색엔진 최적화로 쏠렸기 때문이다. 온라인 뉴스 시장의 상업적 속성에 따른 현실적인 선택으로 둘러댔다. 

코로나19는 그 취약한 지점을 여지없이 흔들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뉴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취재윤리와 공동체를 고려한 흔적은 드물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International News Media Association)는 지난달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뉴스 구독' 보고서에서 "뉴스 소비자는 불확실한 시기에는 양질의 저널리즘에 기꺼이 지불한다. 명확한 설명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PEW)>의 '2025년의 인터넷' 보고서는 세계의 사람들과 '이웃'으로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의 질서를 예상했다. 

또한 많은 정보를 다루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지식을 쏟아낼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는 재능 있는 시민을 더 초대할 것이며, 차별-불평등-억압 등 사회적 갈등의 전모를 더 극적으로 그려갈 것이다. 

언론은 더 지혜롭고 더 유연하며, 품위를 잃지 않은 채 중재하거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편적 이성의 연대(solidarity)를 추진해야 한다. 완벽한 저널리즘만이 이를 담금질할 수 있다. 

"우리는 휼륭한 저널리즘이 독자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 성취감을 갖게 하며, 모든 사회를 더 강하고 더 공정하게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뉴욕타임스> 유료 가입 페이지에 나오는 글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이전 시대에 놓치고 있었거나 새롭게 부상하는 과제의 해결을 주문한다. 취재윤리를 비롯한 저널리즘의 원칙을 가다듬는 한편 ‘독자 퍼스트’의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일어날 수 있을까?


'신뢰 경쟁'이다

즉, '품격' 선언이다. 품격을 강조하는 경쟁은 곧 '신뢰 경쟁'이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따르고 디지털 요소를 수렴하는 등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로이터 미래뉴스 2020'에서 언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신뢰의 조건은 뉴스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꼽았다. 매력적인 뉴스의 요소로는 깊이(depth)와 지성(intelligence)을 제시했다. ‘팩트체크’처럼 언론의 본령을 걸어야 한다.

'희망과 대안의 경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저널리즘은 전례없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디지털 뉴스 시장의 위기 환경보다 도시 공동체의 변화가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양극화, 인공지능(AI)과 노동의 종말 같은 지금까지의 전율과 동요는 비대면화, 원격 서비스, 사회적 차별, (지역)분산 대응과 자국 공급망 지키기 등 새로운 긴장의 에너지를 만나고 있다. 

뉴스의 원형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었다. 현대 언론은 다시 진솔한 광장을 주시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짜여지는 공간과 시간 속에 사람들을 살펴야 한다. 대화를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이끌어야 한다. 세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안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이다.

'독자 개발 경쟁'이다

더 확실한 혁신은 독자 연결이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한 간부는 "우리는 20세기에 넘볼 수 없는 명성을 가졌지만 이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그들과 손을 맞잡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휘발성 트래픽을 버리는 대신 자주 방문하는 독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서비스에 수렴해야 한다. 교양의 독자를 찾고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독자와 연결하고 관계를 심화하는 작업이다. 접속과 가입, 지불의사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미국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방문자가 급증한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독자 서베이. 독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려 애쓴다. 디지털 오디언스를 꾸준히 그리고 세밀하게 확인하고 이를 뉴스와 서비스에 반영하는 한국 언론은 존재하는가?


'공감 경쟁'이다
 
업력, 자존심, 권위를 앞세운 현재의 게임은 접어야 한다. 메마른 고립과 고난, 고통이 찾아온다. 언론의 일방적인 주의·주장은 극심한 피로를 줄 뿐이다. '뉴스 사막화'와 '뉴스 정글화'가 이뤄지는 언론 지형에서 '뉴스 회피자'(news avoider)의 확산은 고객(audience)에 대한 완전히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사회적 연고와 출입처 기반의 샐러리 기자는 저물고 독자의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는 자유로운 기자의 시대가 도래가 임박하다. 뉴스조직은 뉴스 스토리의 기계적 실험을 넘어 인간과 문명을 이해하는 휴머니스트를 키워야 한다. 저널리스트는 정보 전달자로 그치지 않고 독자와 교류하는 협력자·동반자로 성장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뉴스'를 시험한다. △ 어떻게 세계를 규정할 것인가 △ 어떻게 사실을 취재할 것인가 △ 어떻게 독자를 마주할 것인가 등 원초적 질문이다. 한국 언론은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아니면 똑같은 길을 갈 것인가.

덧글. 이 포스트는 <민중의 소리>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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