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2024년 말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구속, 조기 대선 등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은 한국 사회의 공적 의제 설정 과정과 미디어 소비 패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격동 속에서 <시사저널>의 언론매체 영향력·신뢰도·열독률 순위 결과는 뉴스 생산·유통·소비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선 MBC의 독주다. MBC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3개 지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전관왕’을 달성했다. 특히 일반 국민 조사에서 특정 매체가 영향력 6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최초 사례로, 이는 영상 중심 뉴스 소비 확대와 유튜브 플랫폼 활용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앵커 브리핑, 시사 라디오의 영상화 등 MBC의 멀티플랫폼 전략이 브랜드 신뢰와 도달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사례다.
다음은 보수 신문(종이신문 전체 포함)의 약세와 JTBC의 재기다. 조선일보 등 보수 신문은 영향력·신뢰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종이신문의 디지털·영상 적응 한계와 정치적 신뢰 리스크를 반영한다. 반면 JTBC는 ‘손석희 이후’ 정체기를 딛고, 명확한 논조와 유튜브 대응력을 통해 영향력·열독률에서 뚜렷한 반등을 보였다.
유튜브의 부상은 주목된다. 유튜브는 전문가 조사 영향력 5위, 일반 국민 조사 신뢰도 6위에 오르며 전통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신뢰도의 절대적 수준은 여전히 낮아, 도달력은 강하나 브랜드 신뢰가 취약한 플랫폼 특성이 확인됐다.
동시에 포털(네이버·다음)의 열독률 하락은 뉴스 접근의 중심축이 텍스트 기반 포털에서 영상 플랫폼으로 완연히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미디어 소비 양식 전환이 핵심이다. 뉴스 소비가 텍스트 기반에서 영상·오디오 중심으로 바뀌면서, 방송사의 멀티플랫폼 전략이 영향력·신뢰도·열독률을 동시에 견인하는 구조가 나타났다.
플랫폼 알고리즘의 사회적 위험은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다. 유튜브 등 플랫폼은 ‘비슷한 생각 묶음’을 증폭시켜 상호 검증보다는 정체성 강화형 콘텐츠를 유리하게 만든다. 이는 공론장의 파편화를 심화시키며, 민주주의적 토론 구조에 구조적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과제도 남긴다. 종이신문을 포함한 전통 매체는 영향력·신뢰도의 지속적 하락에 직면한지 오래다. 향후 탐사·해설·데이터 저널리즘과 같은 차별적 전문성 강화, 영상화·소셜미디어 적극 활용이 불가피하다.
이 조사에서는 알 수 없지만 정파적 분화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이용자들은 성향에 맞는 매체만 소비하고, 이는 반대 진영 언론에 대한 체계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영언론에 대한 이용자 선택이 견고해지면 확증편향 또한 공고해진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진영언론이 정체되는 사이 이용자는 유튜브의 극단 채널로 몰린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종이신문 매체의 영향력 신뢰도 열독률 하락세는 사회적인 문제다.
더욱이 생성형 AI의 확산은 뉴스 생산·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변수다. 알고리즘을 넘은 언론사 브랜드 신뢰 확보는 최대 이슈다. 저널리즘의 품질 경쟁이 여전히 핵심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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