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MBC 독주다. <시사저널>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부문에서 일반 국민 조사를 최초로 실시한 2022년 이후 특정 매체가 영향력 부문에서 60% 넘는 지목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는 영향력 1위와 함께 신뢰도·열독률 3개 분야 모두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전관왕’을 달성했다.
다음은 보수 신문의 약세와 JTBC의 재기 성공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대비 3.2%p 하락한 22.8%에 머물며 4위로 하락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와 일반 국민 모두 하락했다. 보수 종이신문의 ‘의제 설정력’은 잔존하고 있으나 방송 주도의 영상·실시간 뉴스 소비로 상위권 싸움에서 완연히 이탈했다. 동아의 경우 영향력 톱10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MBC, 영향력·신뢰도·열독률 ‘전관왕’
대신 그 자리를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손석희의 뉴스룸'으로 주목받은 JTBC가 부활했다. 한국언론의 아이콘 '손석희' 이후 시청률 퇴조 속에서 길을 잃었던 JTBC는 분명한 입장과 경향성으로 시청자를 견인했다. 특히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대응에서도 MBC 못지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KBS는 거버넌스 논란에 '윤석열 나팔수' 비판까지 내내 부정적 평가 속에 허우적거린 것이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장면은 유튜브의 약진이다. 올해 전문가 영향력에서 19.0%로 8.6%p 뛰어오르며 5위로 올라섰다. 일반 국민도 전년 대비 10%p 이상 유튜브를 지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 조사서는 톱3도 예상된다. 유튜브는 신뢰하는 매체에도 일반 국민 6위, 전문가 8위로 톱10에 들었다.
지난해 이 영역의 조사 결과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의제 유통권력’으로 유튜브 플랫폼을 더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유튜브·네이버 등은 영향력, 열독률에 비해 신뢰도는 낮은 결과가 나왔다. 정보 도달은 넓고 크지만 ‘브랜드 신뢰’는 레거시 미디어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포털 1강 네이버의 퇴조 조짐은 확연하다. 전문가 대상의 열독률 조사에서 3.4%p 앞선 것을 제외하면 모든 조사 부문에서 유튜브에 뒤졌다. 유튜브는 열독률에서도 일반 국민 4위(20.4%), 전문가(14.4%)로 4강에 들었다.
이미지 출처: 시사저널
국내 포털 1위 네이버, 유튜브에 뒤처져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미디어 수용자의 영상 중심 뉴스 소비가 두드러진 점이다. 이러한 흐름의 수혜는 규모가 있는 지상파방송사가 챙겼다. 무엇보다 MBC는 유튜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매체로 주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유튜브 채널의 선전도 보탬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듣는 라디오가 보는 라디오로 완전히 체질을 바꾸면서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 인기 시사 프로그램도 MBC 브랜드를 끌어올렸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방송사 쏠림이 더 강했다. 방송사들이 유튜브 라이브, 숏폼, 이슈별 긴 분량의 재가공으로 재유통하며 도달을 키운 효과다. 주요 방송사가 상위권에 포진한 것은 '영상 중심 소비' 트렌드가 영향력과 이용행태를 동시에 상승시켰다. 열독률이 영향력과 신뢰도까지 끌어올리는 구조다.
알고리즘 친화 패키징(썸네일·타이틀·하이라이트 절개), VOD 전환 속도·완료율 설계, 클립-롱폼-라이브를 묶은 연쇄 편집 등에서 경쟁력이 월등한 MBC·JTBC는 반복 시청 즉, 열독 기반이 두텁다고 볼 수 있다. KBS·SBS의 경우 일반인 열독률에서는 존재감이 보였지만, 전문가 군은 상대적으로 약해 확장성 대비 ‘의제 리더십’은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방송사 쏠림이 강한 일반 국민에 비해 전문가는 플랫폼(네이버·유튜브)에 조금 힘을 더 실었다. 일반 국민의 일상적 뉴스 소비는 '방송/영상'이고 의제 소비의 첫 관문이 플랫폼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시각이 나타났다.
더욱이 MBC는 윤석열 정부 내내 대척점에 서면서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받았다. 비상계엄 직후부터는 MBC의 보도 자체가 이슈였다. MBC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앵커 브리핑까지 화제성을 도맡았다. 뉴스 콘텐츠는 유튜브 플랫폼과 잘 연동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압도했다.
종이신문, 영향력·신뢰도 동반 후퇴
상대적으로 보수 종이신문의 신뢰 리스크는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계엄정국, 윤석열 내란에 대한 보도 태도가 신뢰도나 영향력에서 모두 부정적 인식을 줬다고 할 수 있다.
현실 정치가 격화한 시기를 거치며 이뤄진 조사에서 종편채널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정보 소비, 유튜브 대응 미흡은 물론 비상계엄 지지 등 논조를 둘러싼 거부감, 회피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진영 충성도는 높아도 반대 진영의 회피·불신이 크면 상위권에 올라서기 어렵다. 오디언스 확장이 어려운 '뻔한 뉴스'는 걸림돌이다.
한겨레·경향은 영향력은 제한적이나 신뢰는 중상위였다. 코어 독자층의 신뢰가 매체 브랜드를 떠받치는 모양새로 볼 수 있다.
매체 경쟁 환경의 측면에서도 종이신문 브랜드의 전반적으로 후퇴가 이어진다. 전반적인 뉴스 소비가 디지털·영상으로 이동하면서 신문은 영향력·신뢰도 모두에서 방어가 어려워졌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 연령대 뉴스 소비 감소와 플랫폼 중심의 영상 소비 확대 양상이 두드러졌다.
종이신문 업계 차원에서 과제를 남긴다. 단독·탐사·해설 등 ‘차별적인 전문성’을 강화하고, 영상화(해설 클립/데이터 시각화)를 비롯 소셜미디어 공략으로 오디언스를 넓혀야 한다. 플랫폼 대응으로 정보 도달력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지만 브랜드와 신뢰에 초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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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확산 변수...저널리즘 경쟁이 관건
브랜드 신뢰 경쟁의 재부상도 살펴볼 부분이 있다. 동일 이슈라도 앵커 브리핑·(지명도 있는) 기자의 집중 보도와 해설·플랫폼 서비스 보완 등으로 디자인된 신뢰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뉴스(사실보도)와 오피니언 경계가 사라지는 언론 보도 환경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헤드라인·패널 토크 중심 포맷이 감정적 동원을 키우고 이것이 영향력이나 신뢰도, 열독률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언론사 브랜드에 대한 선택적 노출과 회피도 두드러졌을 수 있다. 더구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강화는 경계해야 할 장치다. 플랫폼이 ‘비슷한 생각’ 묶음을 증폭시켜 상호 검증보다 정체성 강화형 콘텐츠와 채널이 더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생성형 AI의 확산 여파까지 겹쳐 네이버를 비롯 주요 언론사의 순위 변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야흐로 언론 매체와 미디어 수용자 간의 연결과 관계에서 적지 않은 전환이 예고된 시점이다. 중요한 정치 일정이 이어지는 한국사회에서 퀄리티 저널리즘 경쟁의 에너지가 진짜 변수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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