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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리더-기자-독자를 바꿔야 산다"

by 수레바퀴 2024. 11. 20.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제17회 '2024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청년 아이디어 공모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내가 마침 가장 높은 점수를 배점한 '아우라'(오로라, 세상과 나를 연결해 줄 새로운 언론의 시작)와 '문효민'(지역 언론의 미래는 '커뮤니티')이 각각 대상과 금상을 수상해 뜻깊었다.

수십여 년 위기에 갇혀 있는 한국의 지역신문은 구조조정, 비용절감과 같은 처방과 지역 기반 콘텐츠 확대, 유튜브 채널 운영이라는 도식을 넘어설 해법이 있는가?

나는 평소 (지역)언론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매체 신뢰를 높이는 일이 최우선의 혁신이고 본질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달 초 제17회 지역신문 컨퍼런스에 참여한 뒤 지역신문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려면 리더, 기자, 독자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다듬고 이 글을 작성했다.

한국의 지역신문은 오랜 기간 동안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그리고 지역 콘텐츠 강화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 방식만으로는 지역 언론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같은 조치는 지역매체가 지역 독자의 일상과 공간에서 결합하는 실행과는 거리가 멀이진 것이기 때문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단순히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민과 깊이 소통하며 저널리즘의 본질을 강조하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 기자, 독자의 역할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리더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실현하는 데 충분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경영 측면에서도 디지털 비즈니스에 정통한 인물이 경영을 이끌어야 한다. 독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독자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는 스태프도 필요하다.

이는 조직의 C 레벨에서 '종이신문'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줄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독자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디지털 리더십의 구현이다. 

물론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지역 신문은 지역기관, 기업들과 오랜 대면과 인연을 통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현장을 잘 아는 기자들이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로 디지털 시대에 존립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매체가 처한 환경을 일시적인 태풍을 견디는 시간이라고 보는 순간 혁신의 미래도 없다.   

특히 지역 언론사는 기존에 리더를 선출하는 과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건설사 사주가 대다수인 지역신문에서 지역 취재 경력이 오래된 기자가 '대표'가 되더라도 중요한 결정과 투자, 방향을 잡는 것은 외부 디지털 전문가에 일임하거나 내부 디지털 부서 구성원을 기용하는 것으로 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기자는 지역 출입처에서 비슷한 기사를 쓰는 역할과 미션을 줄여가야 한다. 기자는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자신의 기사뿐만 아니라 매체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처음부터 디지털 DNA를 갖춘 기자여야 한다.

기자가 콘텐츠 생산자이자 지역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의식부터 바뀔 수 있어야 한다. 불운하게도 대다수 지역신문의 구성원들은 고령화되고 있다. 지역신문의 기자 채용도 위축된 상태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있지만 필요성을 갖지 않는 경영적 판단도 있다. 

단순히 늙어가는 조직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기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디지털 부문의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와서 기자를 비롯 구성원들을 자극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그들이 오래 근무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를 비롯 디지털 중심 조직이 필요하다.  

지난 30여년 지역신문은 독자를 관리하지 못했다. 기사를 소비하는 대상이라는 안이한 인식에 머물렀다. 지역신문에게 독자란 중앙언론과 또 다르다. 인구소멸, 지역소멸의 현실에서 지역의 독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갖는 가치가 무척 크다. 특히 젊은 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독자에 대한 이해를 바꾸려면 독자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부터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매체의 방향을 설계하고, 매체의 기사 및 비즈니스와 함께 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로그인 서비스나 구독 방식의 뉴스레터도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커뮤니티에 가담하는 것도 시도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를 토론하고 제안하며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이 '소수'여도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제17회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울산저널 '공론 마당', 원주투데이 '마을신문'이 무척 뜻깊으면서도 아쉬운 까닭이다. 독자가 기사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지역 이슈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경로를 갖는 것은 지역신문이 독자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활동이지만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야 한다. 가령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 이슈에 발언하려는 주민들이 지역신문의 영예로운 '기자'로서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 역량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로 뒷받침해야 한다.

15년 전 워싱턴포스트를 방문했을 때다. 워싱턴D.C. 근처 포트맥강(Potomac River)의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은 해당 분야 기자와 환경 전문가도 참석해 1부는 포트맥강을 둘러싼 환경이슈를 듣고, 2부는 환경을 주제로 하는 기사 작성을 할 때 고려할 사항 등을 강의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워싱턴포스트 관계자는 "독자를 단순히 참여시키고 말을 듣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들이 매체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되 우리의 일손을 덜 수 있도록 표준적인 리포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 워싱턴포스트는 '댓글'을 매개로 독자와 뉴스룸을 연결하는 코럴 프로젝트(Coral Project)를 전개했다.

나는 해외 언론의 혁신 사례를 무분별하게 인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지만 시사점을 찾는 데는 의미가 있다. 미국 지역신문 '버클리사이드(Berkeleyside)'는 남다른 소유 구조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 독자 소유의 지역 매체인 만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함께하는 배경을 갖고 있다. 독자와 매체 간의 관계가 단순한 정보 제공과 소비라는 한정된 차원이 아니라 공동으로 성장하는 관계가 됐다.

독자, 리더, 기자를 바꿔야 한다. 독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되 합당하게 보상해야 한다. 리더는 의사결정구조체계를 전문화 다변화하면서 디지털 비즈니스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기자는 뉴스조직에 머물면 안 된다. 지역공동체와 함께 움직이고 현장에서 또한 기사에서 독자들에게 피드백, 피드백해야 한다.

독자의 참여를 시험하는 워싱턴포스트부터 지역민이 소유하는 버클리사이드까지 한국의 지역신문이 눈여겨 볼 부분은 독자의 위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선도적인 혁신 언론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독자가 콘텐츠를 비롯, 비즈니스 등에 직접 기여하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독자가 능동적인 참여자이자 매체의 협력자가 되는 것은 지역신문의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다뤄야 한다. 기사를 소비하고 배회하는 독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공동으로 매체를 업그레이드하는 협력자로 바꾸는 일이다. 그 길목은 '커뮤니티'다.

한국의 지역신문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더십을 갖춘 리더, 지역민 친화적이고 디지털 소통에 능한 기자, 그리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독자의 삼박자가 있어야 한다. 

대전제는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민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는 저널리즘 혁신으로 지역 언론의 역할을 아예 개조하는 것이다. 매체와 그 구성원들은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독자들이 주도적으로 기사의 주제를 제안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전환이다.

버클리사이드는 홈페이지에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굳건함을 유지하고 우리 지역 사회에서 개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어떤 불확실성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남겼다. 지역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매체의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매체의 가치 즉, 영향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나는 2023년 대전에서 열린 지역신문 컨퍼런스 기조발표에서 "지역신문이 지역 독자들에게 극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연했다. 디지털 서비스, 매체가 보유 또는 관리하는 물리적 공간(언론사 사옥), 토론과 이벤트 등에서 독자의 경험치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것은 아카이브부터 커뮤니티까지 무궁무진하다. 요즘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탐색 환경도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물론 본질적인 것은 저널리즘이다. 어떤 도전과 혁신도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물음에서 명료해질 때 시작해야 한다. 지역신문 혁신 사례가 매체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을 지도 그 지점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매일신문 기록사진 아카이브 활용 매출 현황. 개인 독자 등의 필요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지역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올해 지역신문 컨퍼런스에 발표된 지역신문 혁신사례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매일신문(대구)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었다. 창간 78년째인 매일신문이 보유한 종이사진은 1946년부터 1994년까지 80만컷, 필름은 230만 컷, 디지털 사진 430만 컷, 기존 사진 DB 33만 컷 등 총 743만 컷에 달한다.

매일신문은 역사성, 기록성, 활용성이 높은 기록사진을 선별해 우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종이사진은 스크래치 및 노이즈 제거, 사진 보정 등을 거쳤고, 지면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 캡션을 덧붙여 품질을 고도화 했다. 종이사진, 필름 등에서 약 40만 컷이 빛을 받게 됐다.

대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의 기록물 가운데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2·28 대구학생의거 기록물은 대표적 사례다. 기록사진과 신문기사로 스토리를 만들어 디지털 플랫폼에 시각적으로 앉혔다. 사진과 시각적인 정보(지명, 기사 내용)를 재구성하는 유튜브 서비스 방식도 마찬가지다.  

'김태형의 찰나의 순간, 역사적 기록'은 11월 20일 현재 '1966년 대구 포정동 경북도청'부터 '1968년 동대구역 건설' 관련 기록물까지 총 28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2023년 8월부터 평균 2주 간격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맵을 활용하고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입체적 구성 등 서비스 디테일은 아쉽다. 

주목할 것은 비즈니스 실현이다. 현재 과거 사진 아카이브는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록물을 모아 서적으로 출간한다거나 지자체와 각급 기관에 전시, 출판 기획을 제안하는 것이다. 기록 사진 발굴과 스토리 설게로 또다른 관심층을 찾는 셈이다.

그러나 매일신문 아카이브의 고도화는 아카이빙에 따르는 전문 인력 확보, 서비스 개선 등 풀어가야 할 숙제도 많다. 또 독자 참여를 비롯 커뮤니티와 브랜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도 있다. 공간에 대한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로열티를 높이는 일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아카이브를 배경으로 메타버스를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과 독자를 창출하는 시도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예산 등 공적 재원 확보를 위한 논리를 갖춰야 할 부분이다. 

원주투데이의 지역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 29년여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지역신문과 지역민이 공존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숙제다.

독자 참여를 통한 의제 발굴, 공론의 장 마련 등 지역 독자 기반의 접근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독자가 지역 의제를 제안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울산저널의 '공론 마당', 원주투데이의 '마을신문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다.

울산저널의 '공론마당'은 2023년부터 지역 독자가 모여 지역 이슈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화요 콜로키움'이다. 이 내용은 매주 지면과 온라인에서 다루면서 지역 공론화를 독자와 함께 하는 얼개를 갖고 있다. 지역사회 시민의 공론화 역량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창간 29년째인 원주투데이는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동력을 '마을신문'에서 찾고 있다. 4년 동안 마을신문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 현재 원주시 25개 읍면동 가운데 11곳에서 마을신문 제작에 참여했다. 

5개 읍면동은 분기별 발행 체계를 갖췄다. 원주시는 읍면동별 연간 500만원의 제작비 예산을 배정했다. 또 원주시의회는 올해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목소리를 원주투데이로 연결하고 원주투데이의 독자 커뮤니티로 전환 또는 구축하는 후속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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