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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미디어뉴스/미디어 인물

사랑과전쟁 고찬수PD "인간본성 이해하는 기술이 관건"

by 수레바퀴 2014. 3. 21.


KBS 사랑과 전쟁 아이돌 특집편이 국내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시청자 참여에 의해 결말을 결정한다.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로 참여할 수 있다. IT전문가로도 유명한 고찬수 PD는 "시청자가 드라마 결론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흥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2>가 드라마 결론 부분을 시청자 투표로 결정하는 실험에 나선다.


시청자가 카카오톡 메신저와 문자 메시지로 드라마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카톡 메신저는 19일부터 3일까지 사전 투표로, 문자 메시지는 생방송이다. 4월4일 방송분에서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 진행한다. 


프로그램 연출자 고찬수PD는 "아이돌 출연자, 소재의 참신성,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모바일 앱 등 양방향성의 효과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시청자(참여자)의 의견이 많은 쪽으로 결론을 내는 만큼 재미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PD는 "그간 IPTV나 모바일을 통해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는 참여에 따른 기대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가지 결론을 모두 한꺼번에 보여줘 시청자 참여가 무색했다는 말이다.


일단 이번에는 카카오톡으로 사전 투표를 받고 있다. ‘사랑과 전쟁2’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티저영상을 보고 투표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모바일 단문 메시지는 실시간으로 집계해 반영한다.


제작진은 미리 2개의 결론 부분을 촬영해 놓고 시청자 의견이 많은 내용으로 끝 부분을 방송한다. 선택되지 않은 결론은 홈페이지 등으로 공개한다.


카카오톡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제작진은 현재 1만 명 정도 참여를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양방향 드라마는 걸그룹 레인보우 오승아, 배우 강태오, 비투비 이민혁 등 '아이돌 특집'으로 제작된다.


Q. 카카오톡과 진행한 과정은요?


(고찬수 PD) 참여율을 감안하면 이용자가 많아야 합니다. 게다가 젊은 층이 좋아하는 메신저 브랜드의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제가 먼저 카카오톡에 제안을 했고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카카오톡도 호의적으로 나왔습니다.


Q. 시청자 참여로 진행하는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해외나 국내에서도 있지 않습니까?


오디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요. 더러 드라마에서 적용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 참여가 생방송으로 진행되거나(5월 방송부터는 모든 투표를 생방송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청자 투표로 바뀐 결론을 바로 방영하는 건 아닙니다.


Q. 결론 부분을 두 개 작업하는 것에 대한 내부 반응은 어떤가요?


제작 비용이 더 들고 제작 스태프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3~4개의 신을 더 추가하는 정도입니다. 또 자막으로 데이터 처리를 해서 투표 현황을 보여 주는 일도 들어가긴 합니다. 왜 복잡한 거 하느냐는 분도 있으시지만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갖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Q. 앞으로 방송 환경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이용 패턴은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에 크게 좌우되는 건 아니란 것이죠. 가령 소셜TV 등 진보적인 기술 때문에 콘텐츠가 급격히 바뀌는 건 아닌 것과 마찬가지죠.


다만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본성을 잘 헤아리는 IT 기술을 콘텐츠와 연결하는 것이 방송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젊은 세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라이브 시청보다 VOD가 일상적인 소비 환경이 되니까요. 소비 경험이 다른 세대는 전혀 다른 콘텐츠를 요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IT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의 본성을 면밀히 이해해야 하는 것이 콘텐츠 생산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본성 안에서 IT기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 인 것이죠. 즉, 본성을 수렴할 수 있는, 콘텐츠 욕구를 잘 수렴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입니다. 


* 인터뷰는 21일 오후 페이스북 메신저와 전화로 이뤄졌다.



KBS 고찬수 PD

고찬수 PD는 15년 전엔 예능 프로그램 PD, 이른바 '쇼PD'였다. <보고 싶다, 친구야>, <사랑의 리퀘스트 1%>에 이어 몇몇 일일 시트콤도 연출했다. 1년 전 <사랑과 전쟁>을 맡았다. 평균 시청률 10% 안팎의 드라마 연출자지만 블로그스피어에 IT 전문가로 꽤 알려졌다. 1998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그가 새로운 미디어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5년 전 인터넷방송을 목격하면서다. 일반 시청자인 개인이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시대는 기존 방송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으로 판단하고 IT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러 권의 책도 썼다. 3년 전 출간된 <스마트TV 혁명>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로서의 호기심을 모두 담아 냈다. IT 전문가들과도 꾸준히 교류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PAG)이란 모임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고 PD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의 관점에서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심사다. 


학구파인 고 PD는 "솔직히 개인적인 IT 열정이 방송 제작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 PD는 "그럼에도 IT와 방송의 융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건 솔직히 어려움이 많지만 확신을 갖고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미디어 공상가를 자처하는 고PD의 다짐이라고 할만하다. 



`사랑과 전쟁2`는 고정 시청층이 있는 드라마다. 부부관계라는 해묵은 소재란 한계도 있지만 매회 현실감 있는 접근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랑과 전쟁>은 PD 3명으로 꾸려진다. 3주에 한 편씩 1명이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단막극'이 대부분 사라진 방송 제작 현장에서 <사랑과 전쟁>은 지난해 시청률을 12%까지 찍었다. 지난주 방영분은 7%를 넘었다. KBS <드라마 스페셜>의 경우 평균 시청률이 4~5%다. 


명확한 드라마 콘셉트  덕에 고정 팬이 많은 건 <사랑과 전쟁>만의 장점이다. 최근엔 상큼한 소재와 아이돌 투입으로 시청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번 시청자 투표와는 별개로 부부관계를 다루는 드라마 속성상 '국민 배심원', '솔루션 위원회', '소재공모' 등 시청자가 직, 간접 참여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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