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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미디어뉴스/국내

한겨레-허핑턴포스트 `깜짝`제휴...결국 `혁신`이 과제

by 수레바퀴 2013. 11. 11.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왼쪽),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 회장(가운데)이 7일 미국 뉴욕에서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설립에 합의하는 기본의향서에 서명했다. 오른쪽은 지미 메이먼 허핑턴포스트그룹 CEO(사진 출처 한겨레신문/허핑턴포스트). 한겨레신문 내부 구성원들은 허핑턴과의 조합에 따른 기대감을 강조한 반면 외부 전문가들은 시장환경의 특성, 내부 조직의 혁신 미흡을 들어 신중론을 피력했다.


한겨레신문사가 2005년 창간 이후 소셜 연결성(social engagement)으로 급성장한 인터넷 미디어인 미국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 모델'을 국내에 내놓는다. 


지난 7일 뉴욕 맨해튼 허핑턴포스트 본사에서 기본의향서를 교환한 한겨레는 올해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설립한다. 


한겨레신문사(51%)와 허핑턴포스트가 지분을 반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의 한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이 과정에서 국내 다른 유력지도 오르내렸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독자층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우리를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011년부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의 실제 투자 규모는 적은 편"이라면서 "내년 초 즈음엔 한국어판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일단 허핑턴포스트 네트워크를 타고 들어오는 글로벌 뉴스를 번역 제공하고 국내 뉴스를 함께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 편집국의 한 데스크는 "내부 분위기는 좋다. 과거 해외 언론사들과 협력을 진행한 경험도 있고 허핑턴포스트의 수준 높은 서비스 경쟁력을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설립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내로라하는 미국 유력신문들을 제친 독자참여형 매체다.


현재 명망가들과 전문가들을 포함 약 5만여명의 블로거가 참여하고 있고 자체 취재기자를 두고 '탐사저널리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순방문자가 약 4천만명 이상으로 미국 뉴스 사이트 중 가장 많은 순방문자 층을 보유한 온라인 미디어다. 


사람들의 참여와 표현 욕구를 증진하고 이것을 저널리즘과 연계시킨다는 허핑턴의 전략은 적어도 미국에선 성공했다.


많은 자발적인 필진들이 '허핑턴 네트워크'로 몰려 들었고 기념비적인 저널리즘을 선보였다.


그러나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11년 AOL에 3억1500만 달러에 매각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서비스 방향을 놓고 경영진 간 이견도 노출됐다. 의욕적인 승부처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구체적인 서비스 방향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콘텐츠 생산 및 서비스는 한겨레가, 서버와 시스템(CMS) 등은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한 AOL에서 지원한다는 역할 분담만 드러난 상태다. 


현재 안팎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겨레신문 문현숙 부국장은 "기존 종이신문의 성장동력이 힘을 잃은 상태에서 온라인의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시도가 될 것"이라면서 "깊이 있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을 늘려 결국 온라인 광고모델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혁신'과 '실험'을 전면적으로 껴안을 용의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남은 준비 기간 동안 시장여건을 충분히 수렴하고 독자 관계 가치를 높이는 '한국형' 허핑턴포스트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0년 론칭한 한겨레신문 칼럼 사이트 훅(hook). 편집국 오피니언부가 관리(?)하고 있는 `훅` 서비스에 참여 중인 외부 필자는 블로거를 포함 300여명 정도다. 한겨레신문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맞는 방향이지만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테크놀러지를 이해하는 뉴스룸의 인식과 역량이다. 조직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한겨레신문 뉴미디어 기구의 한 관계자는 "한국 내 새로운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보여주는 게 목표"라면서 "한겨레의 기존 뉴스 서비스와는 별도로 짜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작은 규모로 시작한다. 자체적으로 만드는 뉴스와 외부 필자들의 스토리를 조합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론칭한  칼럼 전용 사이트인 '훅(hook)' 참여 필자들과의 연계도 구상 중이다. 특히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묶음'이 중요하게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허핑턴포스트의 노하우라면 국내에선 성공하지 못한 언론사 커뮤니티가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예상보다 허핑턴포스트의 기술적 기반이 앞서 있어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당장에 비즈니스모델을 갖느냐보다 앞으로 계속될 미디어 시장 변동에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수익보다는 온라인에서 한겨레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한겨레는 곧 관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조기에 안착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 김경화 경영기획부장은 "밝히긴 어렵지만 그동안 내부적으로 꽤 많은 준비를 해왔다"면서 "경쟁력이 강한 인터넷 매체를 창간하는 만큼 비즈니스모델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 편집국 한 기자는 "우선 내부 구성원도 놀랄 정도로 깜짝 발표였다. 한겨레가 뉴디미어로 연착륙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본다"면서 "하지만 전문성없는 내부 사람들을 활용한 인사를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겨레와 완전 분리된 조직으로 꾸리는 게 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시장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상태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는  "현재 주류매체에 대한 독자의 불신이 점증한 상태다. `허핑턴포스트`라는 브랜드 메이킹을 잘 해 신진 필자를 발굴한다면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소통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국내에서 허핑턴포스트 모델 자체는 새롭지 않고 전문가 필진도 어느 정도 고갈된 상황"이라면서 "소셜과 미디어 테크놀러지를 이해하는 사람, 과감히 기존 판을 깨는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셜마케팅 업체 에스코토스 강함수 대표도 "일단 SNS를 잘 활용하는 좋은 정보 전달 플랫폼이 들어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한겨레신문의 기존 취재방식과 글쓰기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허핑턴 글로벌 뉴스 번역만 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미디어랩 한운희 기자는 "허핑턴포스트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비교적 적극적이고, 의미 있고, 건강한 독자 참여인데,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영역일지 조금 회의적"이라면서 "만일 한겨레-허핑턴 사례가 이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협업할 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에 국내 언론사와 관점은 많이 다를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허핑턴포스트의 혁신적인 서비스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최락선 회장(조선비즈 기자)은 "또 다른 오마이뉴스가 되지 않으려면 자사 서비스 플랫폼을 어떻게 개방적으로 전환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경제경영연구소 조영신 박사는 "국내 매체들의 뉴스유료화 시도나 한겨레의 허핑턴 제휴는 모두 신문기업의 '생명연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동질적인 것"이라면서 "신속성과 오락성을 가미한 허핑턴포스트 모델은 각국의 정치상황, 매체전통, 시장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 박사는 "진보적인 한겨레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이미 참여형 매체가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허핑턴'이란 명성이 어필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의 전문가들은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독자참여형 인터넷신문들, 미성숙한 정치사회, 언론에 대한 불신 등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인물과 조직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결국 한겨레 뉴스룸이 온라인 환경을 제대로 수렴하고 독자관계를 극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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