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스마트폰에 통째로 들어왔다. 미술관람을 즐겁게 하는 어플리케이션까지, 손안의 스마트폰이 예술을 가깝게 하고 있다.
무더위에 집에서 뒹굴뒹굴 할까, 아니면 미술, 조각, 클래식 음악... 예술 감상 이런... 좀 품격 있는 취미생활을 해 볼까?
쉼 없는 경쟁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문화 생활은 아주 중요하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방법도 있지만 도시에서 품격 있는 예술과 함께 하는 것도 충전의 기회가 된다. 예술 작품과 공연은 무한한 여유와 새로운 생각의 문을 열게 하는 기회가 되는 만큼 돈과 시간을 쓰면서도 현장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보고 들으면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바야흐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예술을 소비하는 양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침대에서 쇼팽과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유명화가의 미술작품도 접할 수 있다. 박물관 전시실은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다. 원하는 작품은 손가락 터치로 구매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몇 개만으로 실감나게 예술을 즐기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앱인 '아트톡톡미술관'에는 고갱, 고흐, 르누아르 등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명화 150점과 설명이 담겨 있다. 마치 미술 전시회에 온 것처럼 잔잔한 클래식과 자연의 소리가 곁들여진다. 이뿐만 아니라 퀴즈로 명화 상식을 배우는 메뉴와 미술사 강의도 들어 있다. 유료(1.99달러) 앱이지만 콘텐츠를 제공한 네이버 블로그(guarneri) 아트톡톡에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뮤움(mu-um.com)' 앱은 국내외 유명 작가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김환기, 백남준은 물론이고 앤디 워홀, 클래스 올덴버그까지 작가와 작품을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다. 작품은 건축과 디자인부터 조각, 사진까지 방대하다. 회화만 2000여 점이 앱 하나에 다 들어 있다. 특히 내 주변 전시를 찾아주는 위치기반서비스와 미술서적, 최신뉴스도 소개한다. 스마트 미술 관람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경기도 미술관 앱.
경기도미술관의 다양한 전시물을 가장 빠르게 제공하는 '경기도미술관' 앱도 볼 만하다. 전시 보기, 소장 작품 하이라이트, 전시 영상 보기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작품 이미지를 터치하면 담당 큐레이터의 목소리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스마트폰만으로 전시와 작품 체험이 가능한 것. 실제 방문했을 때보다 더 정겨운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
아예 현장에서 감상할 때 도움을 주는 똑똑한 안내자 역할도 있다. 얼마 전 끝난 '인물 사진의 거장-카쉬' 전의 경우 미리 앱을 내려받은 사람들은 전시실 도슨트(Docent·안내인)를 따라 다니는 번거로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소음 때문에 도슨트의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것을 앱으로 대신한 것이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은 전시에 QR(Quick Response)코드를 도입했다. 전시장, 도록 등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 관련 앱으로 읽어 내면 작품 소개, 작가 인터뷰까지 현장에서 볼 수 있다. 한번 스캔된 QR코드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관람 후에도 어디에서든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이 미술 작품과 관객들간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등 국내 주요 전시관도 소장 작품을 앱으로 제공한다. '아트 뮤지엄스 인 서울' 앱은 사비나미술관, 대림미술관 등 5개 대형 사립미술관의 소장품과 전시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주변 맛집 정보, 카페와 공원 등 갈만한 곳도 추천하는 것이 이채롭다. 여기에 미술관 입장료 할인, 기념품 증정 등의 이벤트도 풍성하다. 미술관으로 나오게 만드는 '앱'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에는 미술품 경매에 직접 응찰할 수 있는 '서울옥션' 앱도 나왔다. 경매 소식과 현재 진행하는 경매 정보를 알뜰히 살펴볼 수 있다.
반면 해외 미술관이 내 놓은 앱은 담은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다. '내셔널갤러리런던' 앱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페이스북이나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뒀다. 특히 명화만 엄선한 '예술의 대가(Art Authority)' 앱,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만 모은 '반 고흐(Van Gogh) HD' 앱은 마니아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만하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 웹 사이트. 황홀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 세계 17개 미술관이 모여 있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artproject.com)'의 경우 예술에 대한 기술의 구애를 아낌없이 보여 준다.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소장품 천여 점을 마치 미술관 안을 걸어가듯 관람한다. 슬로우 모션, 클로즈 업 같은 기법은 물론이고 작품을 바로 앞에서 보는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고전 음악 앱도 스마트폰에서 해결할 수 있다. 3개 시리즈로 나온 '클래식 튠즈'는 바로크 시대부터 근대까지 작곡가들의 명곡들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주요 연주자도 막강하다. 카라얀, 루빈스타인, 마리아 칼라스, 프란츠 라이너, 아마데우스 4중주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연히 음질도 우수하다. 현재는 시리즈 2번만 무료다.집에서, 이동 중에 고전 음악을 마스터할 수 있는 앱이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스마트폰은 또다른 공연무대이다.
'대학로 공연 정보' 앱은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거리인 대학로를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 위치와 작품과 150여개 공연장 정보를 담았다. 문화 지도를 만들고 증강현실을 동원해 길을 쉽게 안내하는 게 특징이다.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폰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전국의 공연·전시 및 문화재 정보와 날씨 및 교통정보를 통합한 앱도 나와 있다. '문화와 문화유산' 앱은 모바일 웹(m.culture.go.kr)과 함께 서비스된다. 주요 전시 일정, 장소와 관객 리뷰를 담은 '아트 인 스마트'와 '아트데이' 앱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예술과 가까워지게 된 것은 기술 덕분이다. 기술은 사람들을 예술과 친구처럼 거닐 수 있는 방법과 문화를 전수한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예술을 즐기는 첫 지름길이 된 것이다. 무엇을 얻고 놓칠 수 있는지 사유하는 시간도 조금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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