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근 100년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1월4일 오전. 날씨 뉴스를 보던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기자가 나타났다.
바로 KBS-TV 사회부 박대기 기자(34)다. 지난해 입사한 2년차 신참 기자다.
박 기자는 KBS뉴스의 아침 기상특보를 전하면서 오전 6시부터 8시 넘어서까지 약 2시간 가량 현장상황을 전하는 리포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기자가 매 시간대별로 옷에 쌓인 눈을 그대로 둔 채 실감나게 전한 것이 인터넷에서 캡쳐 화면으로 돌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네티즌들이 각종 게시판에 6시, 7시, 8시 등 시간대를 두고 박 기자의 달라지는 표정과 옷에 수북히 쌓인 눈을 대비해 전한 것.
폭설을 다 맞으며 현장보도에 여념이 없는 ‘투혼 기자’가 ‘콧물’까지 흘리고 말까지 더듬대자 웃음과 눈물이 터진 네티즌들이 박 기자를 네이버 인기검색어 2위까지 등극시켰다.
박 기자는 “새벽 4시30분부터 여의도 공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보시는 분들이 이렇게까지 느끼신거 같다”고 놀라워 했다.
“방송 뉴스 시스템을 몸에 익혀 가는 단계”라는 박 기자는 “스튜디오와 연결될 때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해 걱정했으나 네티즌들의 열띤 호응으로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아침 뉴스를 끝낸 뒤 오전 11시 넘어서 보도국 선배들로부터 연락을 받아 상황을 알게 된 박 기자가 인터넷에 직접 들어와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본 것은 오후 1시쯤.
박 기자는 “어떤 분이 자신의 아버지가 고생하는 것을 떠올리며 코가 시큰하게 됐다고 한 글을 봤다”며 “저의 현장 리포팅과 관련 시청자가 이렇게 다양하게 의미를 부여하시는 것을 보고 인터넷과 뉴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시 뉴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미디어 환경을 감안할 때 TV뉴스도 최소한 속보 대응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한편, 박 기자의 이메일 주소 ‘waiting@’이 또다른 화제가 됐다. 이름과 같은 의미라서 쓰게 된 것이냐고 묻자 박 기자는 “시청자들이 말하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도 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앞으로 여건이 허락하면 블로그나 트위터로 시청자들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덧글. 이미지 출처는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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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라 2010.01.04 18:48
한번 동영상을 찾아서 봐야겠네요.
웃기기도하지만 한편으론 참 찡해요.
저도 기자가 꿈이라서(신문기자) 왠지 남일같지가 않네요. ㅎㅎ -
그래요 고상이 많습니다 2010.01.04 18:56
권위주의 회귀 정권의 마름 노릇하는 kbs에 대한 실망이 큰 시청자입니다. 새해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 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군요. 기자님들 각성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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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2010.01.04 19:17
열혈..이라는 말이 참 잘어울리시는 분인거 같네요 ^ ^; 생생한 소식 전해주시려고 참 애쓰셨습니다.. 그 추운데에서 눈까지 맞으셨으니.. 기자님~~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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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2010.01.04 19:37
마지막 8시 연결때는 너무너무 추운지 아에 말도 못하시더군요. 그래도 침착하게 멘트를 하시는 모습이 정말 프로다우셨습니다. 오늘 출근하는데 네시간이나 걸려서 짜증났다가 덕분에 웃기도 하고 측은해지기도 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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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2010.01.04 20:37
어느 분야에서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님~ 당신은 비록 KBS에 몸 담고 있지만 정말 멋진분입니다.
MBC였다면 더 대박이었을텐데.. 그 점이 아쉽네요.^^-
제가 이 포스팅을 한 이유는 국내 언론사 뉴스룸과 기자들의 신뢰성이 취약한 가운데 오랜만에 기자의 취재과정이 뉴스 소비자들에게 열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매체 소속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점도 바로 그 저널리즘의 신뢰성과 직결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언론사와 기자들이 좀더 일관되고 지속적인 애정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하고 바랍니다.
참고로 박기자는 KBS35기 공채기자입니다. 지난해 연말 KBS김인규 사장의 '정치적' 인사에 항의한 평기자들의 성명에 동참한 바 있습니다.(관련 링크 주소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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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2010.01.04 20:45
사회부 막내 기자가, 그것도 티 안나는 날씨 실황 전하다가
얼결에 대중에게 이름 각인시키는게 쉽잖은 일인데
고생만큼 나름 소득이 있으셨네요. (성함 상황 이메일명 삼위일체도
참 절묘했다는 평가)
좋은 보도로 또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시길. -
gmo 2010.01.04 21:46
폭설로 인해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 와중에 신선한 모습들도 보이는군요.
도심속 스키, 보드 / 박대기 기자 등 .. ㅎ
현재 박대기 기자의 네이버 검색순위가 2시간 넘게 1위를 유지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네요.
앞으로 클론 노릴 몇몇 기자도 나올듯..^^ -
아우디 2010.01.04 22:08
ㅎㅎ..발로 뛰는 기자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시네요.
위에 분 말씀대로 메일주소 성명 상황ㅋ 삼위 일체가 참 절묘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신선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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